승용차를 타고 집을 나선 후 편도 2차선 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폐지를 실은 손수레가 갑자기 도로 중앙을 가로질러 무단횡단을 하고 있었던 것.
이씨는 순간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아 차량을 세워 교통사고는 모면할 수 있었다. 너무 놀란 이씨는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한참동안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씨는 “요즘 용돈 벌이를 위해 나온 폐지 줍는 노인들을 길거리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무단횡단 등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대전지역에서 손수레를 이용해 폐지 등 재활용품을 줍는 노인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교통사고 발생 위험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좁은 인도보다는 주로 도로를 이용하고 무단횡단이나 도로 중앙을 활보하는 경우도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전에서 폐지 등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업체는 약 450곳으로 추정된다. 또 재활용품을 이곳에 갖다 파는 수집인은 업체의 10배 정도인 45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집인은 대부분 마땅한 수입이 없는 노인들이다.
문제는 이들이 폐지 수집을 위해 도로로 통행하거나 도로 중앙을 가로지르면서 교통정체 현상은 물론 사고 위험까지 높이고 있는 것. 실제로 지난달 28일 중구 산성동 한 도로에선 폐지가 담긴 손수레를 승용차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승용차 운전자 한모(31)씨가 손수레를 끌고 길을 건너려던 이모(75ㆍ여)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뒤에서 충격하면서 일어났다.
지난해 4월 22일에는 대덕구 신탄진네거리 인근 도로에서 폐지를 줍는 손수레를 끌던 양모(53)씨가 길을 건너다 차에 치여 사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무단횡단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을 적극 추진 중이다.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폐지 줍는 노인들의 사고 예방을 위해 지금까지 야광조끼 258개와 손수레 반사판 799개를 배부했다”며 “폐지 실은 손수레가 무단횡단을 해도 단속하기는 쉽지 않다. 계도 위주로 예방활동을 추진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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