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사업에 발목 잡혀 주거환경이 극도로 악화된 대전 중구 문화동 계룡맨션에 대한 일부 주민과 조합의 엇갈린 생각이다. <본보 3월 5일자 7면 보도>
5일 만난 문화동 계룡맨션의 한 주민은 자신의 1층 집을 아예 새롭게 꾸며 현대식 아파트로 보수했다.
4개동 120세대 규모의 다세대주택 중 100여세대가 빈집이 됐고 베란다 샷시까지 뜯긴 험악한 분위기지만, 오랫동안 정든 곳이고 이주비용도 마련할 수 없었다. 또 지난 10년간 지연돼 앞으로도 사업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도 집을 보수하고 계속 거주를 선택한 이유가 됐다.
주민 김모(41)씨는 “28평에서 39평까지 있는 번듯한 다세대주택이 재건축을 추진하는 10년간 관리를 못 해 폐허처럼 됐을 뿐이고 다른 곳에 집을 구할 수 없어 계속 거주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씨 외에 10여 가구가 내부를 보수해 다세대주택에 남아 계속 생활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지난 10년간 사업이 지연되면서 재건축을 추진할 때 조합원이 납부해야 할 실제 분담금은 최소 1억 7000만원을 웃돌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대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조합 측은 재건축 착공의 결실을 맺을 때가 왔다는 입장이다.
대형 건설사와 재건축 추진을 위한 도급계약을 체결했고, 재건축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소유자에게 현금 청산할 자금도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분양계약자들이 계약금을 납부했고, 중도금 등을 통해 공사비용을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때문에 오는 6월 말로 예정된 정비사업의 시행기간도 연장할 방침이다.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건설사와 재건축 도급계약까지 마친 상태로 대상지에 남아 있는 주민들에게 현금청산 후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할 구청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중구 관계자는 “조합이 현재 접촉 중인 기업과 가계약 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사업시행사에 대한 변경신청은 아직 안들어왔다”며 “주민이 주도하는 사업이기에 권한에 한계가 있으나, 치안 등의 안전부분은 철저한 관리를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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