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 건양대 총장 |
글의 제목에 내세운 '청춘' '20살' '꿈'과 같은 단어들은 봄과 상통하는 단어들이다. 이들은 또 '젊음'이라는 단어와도 그 의미가 겹쳐진다. 대학은 봄이 되면 유난히 더 큰 고민에 빠지곤 한다. 새하얀 백지와 같은 20살 신입생들을 받아들여 그 백지 위에 무엇을 어떻게 써나가느냐에 따라 그들의 인생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신입생들은 수년간 입시의 부담에 짓눌려 지내왔기 때문에 자신의 미래나 꿈, 또는 희망과 같은 청춘의 시기에 정립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들에 대해 제대로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학에 들어와서도 학과에 빨리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며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는 학생들을 많이 보게 된다.
건양대가 5년째 실행하고 있는 동기유발학기는 이같은 학생들의 정신과 시간 낭비 등을 막고 효율적인 대학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전 준비 프로그램으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4주간 실시했지만 교육을 위한 시간표의 재조정 등 학사일정상의 어려움은 물론 갖가지 특별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지금은 3주간 실시하고 있다.
대학에 막 입학한 신입생이라면 들뜬 기분에 늦잠도 자고 싶고, 강의가 빈 시간에 친구들과 찻집에 가고, 수업이 끝나면 다른 취미활동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입학식도 1주 당겨서 실시하는 데다가 매일 아침 일찍부터 하루 8시간씩 프로그램에 참여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은 곤욕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동기유발학기에 참여했던 신입생들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고 적극적이었기에 필자는 행복한 꿈을 꾸는 '15날'로 명명하고 싶다. 3주간이면 총 15일간의 교육이지만 이 기간 동안 20살 청년들의 꿈과 미래가 날개를 활짝 펼치기 때문이다. 자기주도성에 초점을 맞춘 동기유발학기는 신입생들이 스스로 자신을 재발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화 되어 있다.
막연하게 지원했던 자신의 전공이 어떤 것이며, 4년 동안 무엇을 배우게 될 것이며, 취업은 어떤 곳으로 가게 되는지 미래의 직장을 직접 방문해 보기도 하는 등 전공 학문 분야와 진로에 대해 구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심리성격 및 진로적성 검사를 통해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사회 저명인사들의 강의를 듣고 꿈의 크기를 키울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기본적인 프로그램 외에 각 학과의 특성에 따른 특별 프로그램이 있어서 자신의 전공에 대한 친근감과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라고 외쳤던 미국의 유명한 웅변가 패드릭 헨리는 '나는 나의 길을 인도해 주는 유일한 램프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경험이란 램프다'라고 말한 바 있다. 경험은 지식으로만 익힌 설익은 삶의 이력을 확고하게 해주고 풍부하게 해 준다. 동기유발학기의 다양하고 적극적인 체험을 통해 우리 신입생들이 자신의 길을 스스로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 대견스럽기도 하고 교육자로서 뿌듯한 자긍심을 느끼게 된다.
새학기 새얼굴들을 대할 때마다 정말 이들을 잘 가르쳐 건전한 사회의 일꾼으로 내보내야 겠다는 의욕이 솟구침을 느낀다. 우리 대학에서 처음 시작한 동기유발학기가 이제 수십 개 대학으로 퍼져나가 신학기 대학가의 새 트렌드를 이루고 있음을 보면서 대한민국 대학교육의 표준을 만들어가는 대학으로서의 책임감을 새삼 크게 느끼게 된다.
김희수 건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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