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제2차 유해발굴 현장설명회가 1일 대전 골령골 (동구 낭월동)에서 열려 조사단 관계자가 설명에 앞서 국화꽃을 놓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은 1일 오전 대전 동구 낭월동(옛 산내면 골령골) 인근지역에서 2차 유해발굴 현장설명회를 가졌다.
공동조사단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1일까지 유해발굴을 실시한 결과, 건장한 남성으로 추정되는 유해 20여 구가 발견됐다.
출토된 유해는 머리뼈 부분과 허벅지 뼈 18점을 비롯해 정강 뼈 10점, 금이빨 2점, 의안 1점 등 모두 31점이다.
유품으로는 M1·칼빈 소총 탄피·탄두가 각각 14점, 3점이 출토됐고 고무신 4점, 유리 약병 1점, 영화 필름 조각 1점 등 23점이 나왔다.
조사단은 특히 탄피와 탄두가 유해와 같이 출토된 점으로 보아 총기에 의해 사망했고, 머리 뒤에서 근접·확인사살된 것으로 추정했다.
박선주 발굴단장(충북대 명예교수)은 “발굴 현장 표토층 20cm 아래에서 유해가 무더기 발굴됐는데, 토양의 산성도가 높고 습기가 많아 보존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 손으로 만지면 부스러질 정도”라며 “특이점은 의안으로 추정되는 유품 1점이 나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머리뼈가 모두 부서져 있어 근접 및 확인사살이 자행된 것으로 추정되며, 골반의 특징과 치아의 상태를 보아 20대 이상의 건장한 민간인 남성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민간인 학살 현장에 대한 보존대책과 유해발굴 확대 필요성도 제기됐다. 대전산내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호소문을 통해 “산내 학살사건은 한국전쟁 당시 7000명에 달하는 민간인들이 군인과 경찰에 의해 법적 절차 없이 살해된 비극적 사건으로, 65년 만에 세상에 드러난 학살된 민간인 유해들이 너무 오랫동안 방치돼 삭고 있다”면서 “더 늦기 전에 정부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대대적인 유해발굴과 함께 진실규명 사업을 재개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학 시의원은 “대전 산내 민간인 학살 사건 현장을 보존하고 역사교육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 김경훈 시의원 중심으로 관련 조례안 발의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공동조사단은 발굴지를 경계로 확장해 추가 유해발굴과 안전 관련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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