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홍성에서 또다시 구제역 2건이 확진되는 등 천안과 홍성에서 번갈아가며 1, 2건씩 늘어가고 있는 구제역 소식에 농민들의 시름이 줄지 않고 있다.
벌써 3개월 가까이 구제역 소식에 좌불안석이다. 일선 시·군도 잘 하지 않는 24시간 비상근무를 몇달째 하는 충남도청 공무원들도 시름이 쌓이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공무원은 예전으로 치면 벼슬, 나랏일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백성인 농민부터 챙겨야 하는데, 요즘 그들의 삶이 말이 아니다. 재미가 없다. 농도이자 3농혁신으로 타 시·도의 벤치마킹이 되고 있는 충남은 이 농민들의 말에 더 귀기울여야 한다.
충북 진천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여간 충남도내 축산인 및 축사 주변 주민들은 설에 가족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시장이나 마트도 맘 놓고 가지 못하는 등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날씨가 풀리면서 경조사도 늘어가지만, 마음과 달리 참석은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홍성에서 가족과 대규모 축사를 운영하는 김모(33)씨는 “충북의 구제역이 천안으로 옮겼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동생처럼 기른 수많은 돼지들이 죽을지 몰라 친구도 못 만나고 있다”며 “모임이나 지인 결혼식 등에 나가지 못하다보니 우울증이 생길 정도”라고 근심을 늘어놨다.
최근엔 바로 옆 동네까지 번져와 그야말로 꼼짝도 못하고 있다.
예산의 농민 이모(여·59)씨는 “자녀들이 집에 못 와 서울로 직접 보러 나섰다가 갑자기 직장일이 생겨 얼굴도 보지 못하고 돌아서 너무 서운하다”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구제역이 1934년 확인되기도 했지만,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들어서다.
2010년 10월께부터는 전국적으로 확산돼 2011년까지 악몽 같은 구제역 파동을 겪기도 했다. 이 때 땅에 묻은 돼지 등 가축만 350여만 마리에 국가 예산도 3조2000억원 상당이 투입됐다. 당시 홍성에서만 127농가 돼지 5만3092마리를 매장해 107억6000여만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4년여만에 충북 진천에서 재발한 구제역은 충북 대부분 지역과 경기로 퍼졌으며, 도내에서도 지난해 12월16일 천안을 시작으로 지난 1월 7일 세종을 거쳐, 같은달 19일 공주, 지난달 6일 홍성에까지 옮겨 붙었다.
지난 파동때와 비교하면 발생과 살처분 등이 상당히 감소했지만, 2차 예방접종을 했음에도 국내최대 축산단지 홍성과 천안의 축산전문 인력양성 대학 실습장까지 뚫린 것을 보면 성공적으로 막아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이번 홍성의 확진농가 2곳은 은하면 덕실리 최초 발생농가 840m 이내다. 이로써 도내는 홍성 15건과 천안 14건 등 34건, 전국은 119건으로 확진이 늘었다.
방역당국 전문가들은 대부분 4월 20일에 최종 종식선언이 된 2011년 사례를 들며 비슷한 시기 종식을 점치면서도 기상과 환경 변화 등으로 인한 예외 사항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동필 농림부 장관은 끊이지 않는 구제역에 지난해 12월18일 천안과 지난달 12일 홍성, 같은달 다시 천안을 방문해 방역상황을 점검했다.
내포=유희성·천안=김경동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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