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남 희망의 책 대전본부이사장·전 중도일보 주필 |
환갑을 살아도 오래 살았다고 잔치를 한 게 불과 20~30년 전 우리네 삶의 풍경이었다. 물론 지금도 지구상의 여러 나라에서는 환갑을 살기도 쉽지 않은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적어도 21세기 세계는 고령화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굳이 통계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의 주위에는 80대는 흔하며 90대에서 100세의 어르신도 이제 귀한 존재가 아니게 되었다. 그만큼 장수노인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문제는 이제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과연 장수가 축복인가 아니면 재앙수준의 힘든 삶인가가 아닐 수 없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오래 사는 것(壽)을 축복으로 꼽았고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오복 중 수(壽)를 가장 높은 복으로 꼽았다. 살아생전 아무리 잘 먹고 잘 입고 또 출세해서 아들·딸 낳고 남보란 듯이 살아도 자기 수명대로 살지 못하고 일찍 죽으면 오복을 누렸다고 하기가 어렵다. 오래오래 살면서 영화를 누려야 만복을 누렸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오래 산 사람이 인간으로서 이룰 수 있는 업적을 쌓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동· 서양의 예술인중 일찍 죽었으면서도 이름을 남긴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장수하면서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례를 여럿 보아왔다. 화가 피카소의 경우 90을 넘겼고, 살아생전 작가로서 가장 방대한 작품과 함께 영화와 영예를 누렸으며 미술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독일의 대표적 문호 괴테(1749~1832)도 당시로서 83세란 긴 수명을 살면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의 히트작을 냈다. 또한 정치인도 오래 산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의 노정객 JP는 올해로 구순을 맞았으며 오늘의 중국을 있게 한 등소평도 93세를 살았다.
그러나 이처럼 장수해 업적도 남기고 본인도 행복한 삶을 살았던 사례와는 반대로 나이 들어 불행한 삶을 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빈곤과 질병 그리고 뜻하지 않은 자식의 불행 등 장수가 축복인 것과는 정반대의 노인들도 우리 주변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특히 질병에 신음하는 노인들에서 삶의 불행을 보게 된다. 치매에 걸려 자신의 과거 화려했던 삶을 송두리째 까먹는가하면 생명만 유지할 뿐 인간으로서의 품위나 삶을 영위한다고 보기 힘들만큼 숨만 쉬는 경우 또한 살아있는 것이 거의 재앙수준인 경우를 우리는 주위에서 보고 있다.
살아있음은 분명 축복된 일이다. 오래 살면서 삶의 기쁨과 보람을 느끼며 또한 인간사회에 의미 있는 일들을 하는 것도 축복된 일이다. 젊은 날의 고뇌에서 벗어나 전반부 삶에서 느껴보지 못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여유로움 삶도 당연히 축복된 삶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수시대의 축복과는 정반대의 노후의 삶이 펼쳐진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령화시대가 던져주는 화두가 아닐 수 없다.
인간은 모두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데 우리 인간의 고민이 놓여있는 것이다. 21세기 장수시대를 어떻게 현명하게 살아야 하는 가의 고민은 어쩌면 가장 화급한 인류의 과제임이 분명하다.
조성남 희망의 책 대전본부이사장·전 중도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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