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대학교와 국민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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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대학교와 국민학교

김영호 배재대 총장

  • 승인 2015-02-25 13:13
  • 신문게재 2015-02-26 18면
  • 김영호 배재대 총장김영호 배재대 총장
▲김영호 배재대 총장
▲김영호 배재대 총장
이제 곧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다. 무엇보다 이번 새 학기에는 크게 세 가지가 두드러지게 다른 것으로 나타난다. 중·고등학교의 선행학습 금지, 대학교의 인문사회 계열학과 축소 그리고 교양교육의 강화다. 그 이유는 너무나 잘 알듯이 전자는 과외로 인한 사교육비 과다지출 문제이고 후자는 취업난 때문이다.

대학교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이다 보니 우선 관심사는 인문사회계열 축소와 교양교육의 강화가 더 민감하게 느껴진다. 이런 교육의 문제뿐만 아니라 어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우리는 우리보다 앞선 나라와 비교해 보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독일의 교육과 우리의 교육을 비교해보면서 새 학기를 앞두고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먼저 한 번 생각해 보고자 한다.

두 번째 통일을 완성한 독일을 얘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다면, 프리드리히 빌헬름, 프로이센 공화국, 그리고 빌헬름 폰 훔볼트일 것이다.

첫 번째 통일 독일은 브란덴부르크의 대선제후였던 프리드리히 빌헬름의 강력한 리더십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독일 사람들은 통일 독일의 원인을 훔볼트의 교육정책에서 찾는다. 독일의 최초 대학교는 1386년에 개교한 하이델베르크대학교다. 이후 고등학교는 모두 대학을 가기위한 인문계 고등학교인 김나지움뿐이었다. 18세기에 활동한 훔볼트는 직업학교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그 전부터 있던 실업학교인 레알슐레를 체계화 시켰다. 이후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친 독일 학생들은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김나지움을 택했고, 직업을 위해서는 레알슐레로 진학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레알슐레는 경영인과 공무원 양성기관으로 전락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경제부흥을 위해 독일은 숙련된 공장 노동자와 노동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실질적인 노동자가 필요했다. 이렇게 해서 1950년경에 만들어진 학교가 하우프트슐레다.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친 학생들 중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노동자가 되기를 원하는 학생들은 하우프트슐레에 진학하는데, 무려 그 수는 60~70%에 해당할 만큼 많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독일의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과 적성, 혹은 취미 등에 따라 상급학교로 진학하게 된다. 이렇게 어린이들의 진로를 너무 일찍 결정되다보니, 한 번 정해진 진로를 도중에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는 단점은 물론 있다. 중요한 것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진로는 절대적으로 정부, 즉 선생님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입장에 반대해 다른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도 없지는 않다. 매년 약 10%정도의 학생들이 정부가 아닌 부모나 자신의 의사에 따라 진로를 결정한다. 한 번 정도는 인정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정부에서 더 이상 교육비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부자가 아니면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제도다.

독일정부에서는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자신들이 정한 교육제도를 지키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정부에서 정한 교육과정에 따르면 어떤 교육과정을 졸업하든 취업이 자유로울 뿐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만큼의 수입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새 학기부터 우리나라 대학교는 취업 때문에 인문사회계열 축소와 교양교육의 강화라는 두 가지 과제를 안게 됐다.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독일에서 대학교를 진학하는 학생 수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의 약 15~25%정도다. 우리나라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대학교 정원이 초등학교 입학생보다 더 많다. 이 정도면 대학교를 더 이상 대학교라 불러서는 안 된다. 모든 국민이 다 가는 학교이기 때문에 '국민학교'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국민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에게는 그 가능성을 인정해 모든 것을 열어 놓아야 한다. 인문사회계열의 축소와 교양교육 강화를 입안하고 결정하는 정부에서는 우리나라의 대학은 대학교가 아니라 '국민학교'라는 것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이에 맞는 결정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제 '국민학교'를 입학하는 50여만 학생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정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 모두는 독일이나 다른 여러 선진국처럼 졸업 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취업자리가 생길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김영호 배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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