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된 지 10년차를 맞는 퇴직연금 시장이 100조원을 돌파했다. 정부는 퇴직연금 제도를 활성화해 더 많은 근로자들이 노후 대비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꾸준히 해왔다. 퇴직연금 운용은 안정적이고 보수적 투자 성향이 유지되고 있지만, 실적배당형상품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퇴직연금 운영 현황과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편집자 주>
▲퇴직연금 적립금 100조 돌파=근로자들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2005년 도입된 퇴직연금제도의 적립금이 지난해 말 기준 107조658억원으로 집계돼 도입 9년만에 100조원을 넘어서는 규모로 성장했다. 이는 2013년 말(84조2996억원)에 비해 22조768억원(27%) 증가한 수치로 근로자 퇴직급여보장법 전면개정이 이뤄진 2012년을 포함한 최근 3년간의 적립금 증가폭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도별 적립금 증가폭은 2012년 17조4000억원, 2013년 17조원 2014년 22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한편 퇴직연금제도 도입사업장은 27만5000곳(도입률 16.3%)으로 전년대비 2만1000곳(1.2%P)이 늘었으며, 가입근로자는 535만3000명(가입률 51.6%)으로 전년대비 50만1000명(4.8%P)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적립금 운용은 안정·보수적으로=적립금 증가추세를 분석해보면, 확정기여형(DC)이 증가 추세에 있으나, 적립금 운용은 안정적·보수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 제도 유형별로는 임금상승률이 높고 안정적인 대기업과 공기업이 주로 선호하는 확정급여형(DB)이 전체 적립금의 70.6%인 75조5000억원을 차지해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그러나 제도 운영이 간편하고 근로자 이직률이 높은 경우에 적합한 확정기여형(DC형)을 선호하는 중소기업의 가입도 확대됐다. 그 결과, 확정기여형(DC형)의 적립금도 6조4000억원 증가한 23조3000억원까지 늘어 전체 적립금 중 비중도 1.6%포인트 증가한 21.7%로 나타나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DC형 비중은 2011년 16.2%, 2012년 17.8%, 2013년 20.1%, 2014년 21.7%로 나타났다.
적립금 운용현황을 보면, 기업과 근로자들의 안정 지향적·보수적 투자성향이 지배적인데 약간 변화의 조짐도 있다. 정기예금, 금리확정보험 등 원리금보장상품 적립금은 전년대비 20조7000억원 증가한 98조7000억원으로 전체 적립금 대비 비중은 전년 92.6%에서 92.2%로 소폭 하락했다. 반면 실적배당형상품 적립금은 전년대비 1조5000억원 늘어난 6조1000억원으로 전체 적립금 대비 비중은 전년 5.5% 보다 다소 늘어난 5.8%로 집계됐다.
또한 적립금의 금융업종별 분포를 보면 은행(49.5%·53조원), 보험(32.9%·35조2000억원), 증권(17.1%·18조3000억원), 근로복지공단(0.5%·6000억원)으로, 은행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년도 점유율과 비교하면 은행의 점유율이 다소 하락(50.9%→49.5%)했고, 보험(32.0%→32.9%), 증권(16.7%→17.1%), 근로복지공단(0.3%→0.5%)은 소폭 상승했다.
▲노령화와 제도 개선으로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퇴직연금 적립금이 크게 증가한 것은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근로자들의 퇴직연금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퇴직연금 확산·정착을 위한 세제와 제도 개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먼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하락, 공무원 연금 개혁 논의 등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노사를 비롯한 국민들의 노후안정을 위한 연금제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매우 높아지고 있다. 정부 또한 지난해 8월 '퇴직연금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근로자들의 퇴직연금 수급권 보장을 위한 퇴직연금 단일화, 가입촉진을 위한 세제지원 강화, 근로복지공단의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 도입 등을 추진키로 하고 근로자들의 퇴직연금 도입을 유도하고 있다. 올해 '퇴직연금 활성화 대책'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향후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인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상반기 중 통과될 경우 내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체의 퇴직연금 가입 의무화가 시행되고 단계적으로 의무가입 대상이 확대된다. 여기에 지난해 7월부터 근로복지공단이 시행할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가 도입되면 그간 퇴직연금 가입이 저조했던 30인 이하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가입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사업체의 퇴직연금 가입확대로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제도의 비중은 늘고, 세제혜택의 강화로 근로자들의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 가입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을 통해 연금저축과 퇴직연금 400만원 세액공제를 기존 400만원과 퇴직연금 추가납입액에 대한 세액공제 한도 300만원로 바꿔 세제혜택을 강화하기로 했다. 저금리 추세가 장기화되면서, 자산운용규제 완화를 통해 단기 원리금보장상품 위주의 자산운용 패턴도 중장기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하는 형태로 점진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DC형은 IRP의 총 위험자산 보유한도를 상향 조정(40→70%)하고 개별자산 운용규제를 네가티브(Negative)형으로 전환한다.
▲정부 퇴직연금 확대 노력 지속=현재 '퇴직연금 활성화 대책'의 주요내용들을 담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정부는 개정안 통과 후 하위법령 및 지침 개정을 통해 대책의 원활한 시행과 퇴직급여 대상 확대 및 기금형제도 도입 등 제도개선에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아울러, 금융감독당국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퇴직연금 확대 과정에서 가입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불건전 영업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 정지원 근로기준정책관은 “근로자들의 노후불안을 해소하고 노동시장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퇴직연금제도의 역할이 더욱 확대되어 가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퇴직연금 적립금 100조 돌파는 큰 의미가 있다”면서 “정부가 이미 발표한 대책이 차질없이 시행되도록 법령 개정 등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가고,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의 원활한 시행,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인 퇴직연금으로의 단일화 등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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