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길호 ETRI 홍보팀장 |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은 또 한 번 놀랄만한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했다.
건물에 붙어 있는 유리창의 투명도를 바꾸는 기술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눈 깜짝 할 사이에 투명했던 유리가 어둡게 변화한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밤 운전도 걱정 없다. 운전 시 후사경에 비춰지는 뒷차의 불빛 때문에 눈부심이 심했는데 이젠 유리창이 순식간에 어둡게 변신, 빛을 흡수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기술은 또 어떤 역할을 할까? 인테리어 시장에도 큰 바람이 불지 않을까. 유리창이 색을 변화시켜 햇볕을 차단할 수 있게 된다면, 더 이상 커튼이나 블라인드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이 디스플레이는 전원을 차단할 때는 투명한 창이 되고, 전원을 연결하면 불투명해진다.
이렇게 창문의 색깔을 자유롭게 바꾸는 기술에는 어떤 기술이 녹아 들어가 있을까? 바로 나노(Nano)기술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전기를 이용한 변색 기술은 8나노미터 크기다. 즉 나노입자 구조체로 만들어 졌다고 보면 된다. 나노구조는 입자크기들이 작아서 부피당 표면적이 넓다. 또 구조체 표면이 거칠고 쭈글쭈글 해서 입자표면에 많은 변색물질을 붙일 수 있다. 따라서 나노구조체를 이용한 전기변색 기술은 변색 시 필요한 이온의 이동거리가 짧다. 그래서 변색속도도 0.1초, 눈 깜짝할 사이에 변하는 것이다. 고속동작이 가능할뿐더러 광투과도 조절이 쉽고 저전력으로 구동된다.
기존 시장에도 자동 변색되는 제품이 나와 있다. 하지만 변색시간이 수분에서 수초나 걸려 느리다. 국내 연구진이 이를 획기적으로 단축한 것이다. 또한 투명도는 최대 90%나 어둡게 만들 수 있다. 이에 따라 햇빛이 강렬하게 비칠 때 창의 투명도를 바꿔 외부열이 들어오는 비율을 낮출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효율적인 냉난방이 가능해져 에너지 절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디스플레이용 광셔터로는 검정색을 비롯, 청색 계열의 변색이 가능하다. 향후에는 빨간색, 녹색 계열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또 지금은 유리판 크기가 5ⅹ7cm 규모이지만 향후에는 대면적으로 크게 만들고 필름화 시킬 예정이다. 그래야 기존 유리창에는 필름을 붙여 활용한다는 것.
또 내년쯤이면 창문에 문자를 넣어 정보를 표시할 수도 있게 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즉, 유리창이 말을 하는 것처럼 “오늘은 온도가 38℃입니다. 잠시 후 셔터를 닫겠습니다”라고 표시하고 변색을 시켜 디지털 커튼을 쳐준다는 것이다. 물론 회사입장에서도 모든 벽면이 창문으로 된 경우는 자사 홍보를 위해서도 유익할 전망이다.
한편, 미국의 경우도 에너지부(DOE)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광차단 기능의 스마트 윈도우'의 적용으로 40% 이상의 빌딩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냉난방 시스템의 용량을 25%까지 줄이며, 빌딩 관리비를 25%까지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분석한바 있다. 내 맘대로 유리창 투명도를 바꾸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정길호·ETRI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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