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지역건설업계에 따르면 중견건설업체인 A건설사는 2년전부터 직원의 명절 보너스를 없애고 이를 쪼개 연봉을 높여줬다. 이렇다보니 설 명절을 맞아 늘어나는 지출에 반해 통장에 입금되는 월급은 별반 차이가 나질 않는다.
게다가 이번 설 명절은 이달 월급 지급일보다 일주일 가량 빨리 찾아와 직원들의 통장 잔고가 바닥이 난 상태다.
이 회사 직원 김모씨는 “설을 맞았는데 현재 통장 잔고가 19만원에 불과하다”며 “설 선물은 카드로 산다고 해도 부모님께 용돈을 드릴 현금이 부족해 고향집으로 가는 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직원들 사정보다 어려운 것은 지역 중소 전문건설업체다.
공공물량에서 분리발주가 어려워 일감 부족현상을 빚고 있어 어쩔 수 없이 타지역 공사나 민간 종합건설업체의 하도급 공사를 추진해왔지만 이 마저도 사정은 더 어려워졌다.
실제 대전의 전문건설업계의 경우를 보더라도 지난해 실적이 전년대비 2000억원가량 늘었지만 지역 물량이 아닌, 상당수 타지 공사를 수주하다보니 관리비용이 2~3배 더 늘어난 상황이다.
B 전문업체는 수도권 사업을 수주받기도 했지만 현지 업체와의 가격 경쟁을 하다보니 오히려 공사비용 대비 적자를 낸 상황이다. 지역에서 공사 발주물량을 찾기가 어려워 관리비용 부담이 크더라도 타지역 공사를 수주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지역 건설업체의 하소연이다.
이렇다보니 매출은 늘더라도 수익이 적어 직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상여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또 민간공사는 공사대금을 조기에 받기도 쉽지 않다.
그나마 조달청이 이번 설 명절을 앞두고 직접 관리하는 시설공사에 대한 공사대금을 조기집행해 일부 건설업계의 숨통이 트일 정도다. 전국 41개 1조6000여억 상당의 공사현장을 관리하고 있으며 이번에 지급되는 공사대금은 1290억원이다.
다만, 이마저도 전체 건설시장에서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있어 건설업체들의 자금난은 설 명절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설 명절을 맞아 가족과 친척을 만나 넉넉하게 지내야 하는데 경기가 어렵다보니 그만큼 지갑도 가벼워졌다”며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보니 명절이 찾아와도 누구 하나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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