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설 귀성이 시작된 17일 대전역에서 한 어머니가 고향을 찾은 가족들을 반갑게 맞아주고 있다. 이성희 기자 |
민족의 명절 설은 17일 오후 역전과 터미널에 모인 귀성객 발걸음에서 이미 시작됐다.
남달리 광을 낸 구두부터 설빔 같은 흰 운동화, 무지개색 버선신까지 머뭇거림 없이 역과 터미널 대기실 바닥을 종달음쳤다.
어렵게 받아든 승차권이 서서 가는 입석이고 두 시간 뒤 출발이어도 발꿈치를 들썩이며 박자를 맞추는 몸짓에서 고향을 향한 설렘과 기대감이 묻어났다.
어르신들에게 전할 과일과 한과 등 선물을 한아름 든 가족 단위 귀성객들은 일찌감치 승차장에 나와 열차를 기다리며 마음은 벌써 고향을 향해 달렸다.
이날 대전역에는 12만명의 귀성객이 빠져 나갔고, 용전동 대전복합터미널에는 수만명의 귀성객들이 고속·시외버스에 몸을 실었다.
특히, 서대전역은 앞으로 호남선KTX가 대전을 경유하지 않는다는 정부 결정을 반박하는 플래카드에 휩싸였고 귀성객들도 이같은 사실에 발길을 잠시 멈추곤 했다.
또 충청권 국무총리 탄생 소식은 올 설명절 공공장소에서 단연 화젯거리였다. 역과 터미널마다 삼삼오오 모여있는 귀성객들로부터 '이완구 국무총리'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들려 왔다.
보령이 고향이라는 조성희(42) 씨는 “올해 고향집에서 인천에서 내려오는 누님과 호남 광주가 고향인 매형이 모이는데 이야깃거리가 많을 것 같다”며 “고향 들녘을 보고 가족과 하룻밤 함께 보낼 일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5시를 넘어서면서 전통시장과 백화점 등에는 조기퇴근하고 늦게나마 선물을 사려는 시민들로 주차장 출입구부터 줄을 서는 차량들로 교통정체를 빚었다.
대전을 빠져나가려는 귀성차량이 톨게이트와 국도에 집중되면서 유성IC와 1번 국도 계백로구간, 그리고 천안·논산고속도로 정안휴게소~정안 부근(5.3㎞)은 일찍부터 정체현상을 보였다.
올 겨울 찾아온 구제역은 충청권 농촌의 설맞이 풍경도 바꿔놓았다. 구제역이 발생한 서산과 보령, 홍성 등은 마을 진입로마다 방역초소가 설치돼 긴장감 속에 사람 왕래가 단절된 상태다.
명절을 맞아 타지역에서 온 자식들로 구제역이 더 퍼졌다는 오해를 받을까 일부 농민들은 자식들에게 전화로 새해 세배를 대신하고 여행 다녀올 것을 권하기도 했다.
또 소방과 경찰, 생산공장 등의 24시간 교대근무하는 근로자들은 모처럼 닷새간의 긴 설 연휴를 이용해 하루이틀 쪼개 고향을 찾을 생각으로 모처럼 환한 웃음을 띠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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