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충 충남도립대 총장 |
세금은 자동차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모든 면에서 만날 수 있다. 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재산세를 내야하고 주민등록이 되어 있으면 주민세도 내야한다. 월급을 받을 때에도 소득세를 납부하고 점심값을 포함하여 일상적인 소비생활에 가격의 10%에 해당하는 부가세를 내야한다.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도 3천원이 넘는 각종 세금이 포함되어 있다. 건강보험료 등 조세성격의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국가는 세금을 기초로 하여 국가안보 질서유지 사회복지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충당한다. 국가가 존재하는 한 세금은 불가피한 것이다. 하지만 과도한 세금은 조세저항을 일으켜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한 사례도 있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정한 조세체계를 구현하는 일도 더욱 중요한 국가적 과제다.
세금은 국가가 징수하는 국세와 자치단체가 징수하는 지방세로 구분되며, 대체로 국가는 소득세와 소비세를 재원으로 하고, 자치단체는 재산세를 기초로 하여 살림살이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271조원의 세금이 징수되었다. 국세 216조원 지방세 55조원을 합한 금액이다. 국민 1인당으로 계산하면 연간 535만원의 세금이 부과되었다. 세금은 국가의 살림을 꾸려 가는데 필요한 비용을 징수하여야 하지만 소득의 재분배 기능도 수행해야 한다. 여유 있는 계층이 세금을 보다 많이 부담토록 해 어려운 계층의 기초생활 보장에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 특히 1990년대 중반이후 경제성장의 효과가 상위 10%의 국민에게 집중되어 하위 90%의 소득은 고착화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1990년대 75.4%이던 중산층도 2010년에는 67.5%로 줄었다고 한다.
소득의 재분배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세율이 누진적인 소득에 보다 많은 세금을 부과되어야 한다. 하지만 징수의 편의를 위해서 비례세인 부가세 등의 간접세가 조세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세율이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고 하지만 취등록세 재산세 자동차세 등도 사실상 비례세다. 휘발유에 부과하는 교통세는 대중교통이 열악한 농촌이나 변두리에 살고 있는 서민에게는 역진적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보다 많은 거리를 이동하여야하기 때문에 더 많은 휘발유가 소요되고 이는 더 많은 교통세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조세 체계가 소득 불평등 개선에 기여하는 정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라고 한다. 2012년 OECD와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세전 빈곤율과 세후 빈곤율 차이는 0.024%포인트로 OECD 국가 중 최저치이며 그만큼 조세를 이용한 소득 불평등 개선효과가 크지 않다고 한다. 세금의 소득 재분배 효과가 거의 없다는 의미다.
담배 값 인상과 연말정산 기준 변경으로 촉발된 세금에 대한 관심은 증세 없는 복지 논쟁과 함께 달아오르고 있다. 복지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데 국민들도 원칙적으로는 찬성하나 내 호주머니에서 가져가는 것은 반대하고 있다. 봉급생활자들은 유리지갑만 털어간다고 하고 자영업자들은 세금 때문에 장사를 못한다고 아우성이다.
이런 기회에 세금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를 해 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된다. 소득의 재분배 효과를 높이면서 경제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그리고 보다 많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조세체계를 기대해 본다. 조선 후기를 부흥으로 이끈 영조도 '均貢愛民' 즉 '세금을 고르게 하여 백성을 사랑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구본충 충남도립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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