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세금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여론광장]세금

구본충 충남도립대학교 총장

  • 승인 2015-02-17 12:37
  • 신문게재 2015-02-18 19면
  • 구본충 충남도립 청양대학 총장구본충 충남도립 청양대학 총장
▲구본충 충남도립대 총장
▲구본충 충남도립대 총장
우리나라의 자동차가 2014년 2000만대를 넘어섰다고 한다. 세계 15번째이며 인구 2.56명당 1대 꼴이라고 한다. 사실상 성인 1인당 1대인 셈이다. 자동차의 확산 보급은 이동의 자유를 제공해 우리 생활을 매우 편리하게 해주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에는 구입 시부터 운행에 이르기 까지 많은 세금이 부과된다. 취등록세 자동차세 교통세 교육세 등이 그것이다. 휘발류에 부과되는 교통관련세금만 하더라도 당 1400원인 휘발유 가격에 900원 가까운 세금이 부과되어 월 200를 사용한다고 할 때 월 17만 원 정도의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연간으로 따지면 200만원 가까운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셈이다.

세금은 자동차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모든 면에서 만날 수 있다. 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재산세를 내야하고 주민등록이 되어 있으면 주민세도 내야한다. 월급을 받을 때에도 소득세를 납부하고 점심값을 포함하여 일상적인 소비생활에 가격의 10%에 해당하는 부가세를 내야한다.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도 3천원이 넘는 각종 세금이 포함되어 있다. 건강보험료 등 조세성격의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국가는 세금을 기초로 하여 국가안보 질서유지 사회복지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충당한다. 국가가 존재하는 한 세금은 불가피한 것이다. 하지만 과도한 세금은 조세저항을 일으켜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한 사례도 있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정한 조세체계를 구현하는 일도 더욱 중요한 국가적 과제다.

세금은 국가가 징수하는 국세와 자치단체가 징수하는 지방세로 구분되며, 대체로 국가는 소득세와 소비세를 재원으로 하고, 자치단체는 재산세를 기초로 하여 살림살이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271조원의 세금이 징수되었다. 국세 216조원 지방세 55조원을 합한 금액이다. 국민 1인당으로 계산하면 연간 535만원의 세금이 부과되었다. 세금은 국가의 살림을 꾸려 가는데 필요한 비용을 징수하여야 하지만 소득의 재분배 기능도 수행해야 한다. 여유 있는 계층이 세금을 보다 많이 부담토록 해 어려운 계층의 기초생활 보장에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 특히 1990년대 중반이후 경제성장의 효과가 상위 10%의 국민에게 집중되어 하위 90%의 소득은 고착화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1990년대 75.4%이던 중산층도 2010년에는 67.5%로 줄었다고 한다.

소득의 재분배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세율이 누진적인 소득에 보다 많은 세금을 부과되어야 한다. 하지만 징수의 편의를 위해서 비례세인 부가세 등의 간접세가 조세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세율이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고 하지만 취등록세 재산세 자동차세 등도 사실상 비례세다. 휘발유에 부과하는 교통세는 대중교통이 열악한 농촌이나 변두리에 살고 있는 서민에게는 역진적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보다 많은 거리를 이동하여야하기 때문에 더 많은 휘발유가 소요되고 이는 더 많은 교통세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조세 체계가 소득 불평등 개선에 기여하는 정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라고 한다. 2012년 OECD와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세전 빈곤율과 세후 빈곤율 차이는 0.024%포인트로 OECD 국가 중 최저치이며 그만큼 조세를 이용한 소득 불평등 개선효과가 크지 않다고 한다. 세금의 소득 재분배 효과가 거의 없다는 의미다.

담배 값 인상과 연말정산 기준 변경으로 촉발된 세금에 대한 관심은 증세 없는 복지 논쟁과 함께 달아오르고 있다. 복지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데 국민들도 원칙적으로는 찬성하나 내 호주머니에서 가져가는 것은 반대하고 있다. 봉급생활자들은 유리지갑만 털어간다고 하고 자영업자들은 세금 때문에 장사를 못한다고 아우성이다.

이런 기회에 세금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를 해 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된다. 소득의 재분배 효과를 높이면서 경제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그리고 보다 많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조세체계를 기대해 본다. 조선 후기를 부흥으로 이끈 영조도 '均貢愛民' 즉 '세금을 고르게 하여 백성을 사랑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구본충 충남도립대 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3.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3.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4.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5.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