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안전한 세상, 엄마의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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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안전한 세상, 엄마의 소망

정정희 충남도의원

  • 승인 2015-02-12 14:13
  • 신문게재 2015-02-13 19면
  • 정정희 충남도의원정정희 충남도의원
▲정정희 충남도의원
▲정정희 충남도의원
맞벌이 부부 대부분이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려 한다는 조사결과는 젊은 부부들이 안고 있는 고충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뉴스의 지면을 매일같이 어지럽게 장식하고 있는 어린이집 아동폭행 사건에도 불구하고 달리 이를 대신할만한 양육방법을 찾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배우자의 소득만으로는 어려운 경제현실을 극복하기 어려우므로 출산한 뒤에도 맞벌이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그래도 믿고 맡길만한 곳이 어린이집 뿐”이라는 일반의 인식을 뛰어 넘을만한 대안이 우리 사회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백가쟁명(百家爭鳴) 하듯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지만, 어린이집 문제에 대한 해법은 대체적으로 두 갈래에서 접근한다. 그 하나는 모든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해서 일과를 속속들이 드러내게 하며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또 다른 하나는 보육교사들의 인성수준을 높여서 질 높은 보육을 추구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 도내에는 2053개소의 어린이집 중 49.2%인 1011개소에 이미 CCTV가 설치되어 있다. 2013년 4월에 있었던 부산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설치 예산을 확보하여 지원한 덕분이다.

도는 나아가 아직 설치되지 않은 1042개 어린이집에도 설치를 권장하고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전국 최고수준의 CCTV 어린이집 자치단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회에서 CCTV 의무화를 반대했던 국회의원들에 대한 언론의 질타 과정에서 볼 수 있었듯이, 이를 문제해결의 만능 키로만 생각하려는 시각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는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디스토피아(Dystopia) 소설인 1984에서 말하는 것처럼 감시받는 인간은 그저 처참할 뿐이다.

보육교사들의 본질이자 내면 깊숙이 녹아 있어야 하는 사명감과 윤리의식이 처참하게 도륙(屠戮)되고 뭉개져버리는 위험한 상황은, 감시라고 하는 단순한 행위가 도화선이 되어 촉발될 수도 있음을 염려하여야 한다. 인권과 생명은 지고한 가치 그 자체다. 마찬가지로 보육교사들에게 사명감과 윤리의식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가치인 것이다. CCTV에 의한 감시의 위험함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도리어 보육교사들의 인성수준과 윤리의식을 높이게 하는 노력은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담보하는 첩경이 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아동의 마음을 타불라 라사(Tabula rasa)와 같다면서, 그 빈 서판에 교사는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했던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John Locke)의 견해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빈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감시하는 행위 보다는, 그림 그리는 화가가 예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고운 마음을 갖게 해 주는 것이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 더불어서 보육교사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선진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담당하는 아동의 숫자가 많고, 근무시간과 급여수준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민간어린이집 교사의 경우 평균 업무시간은 하루에 10시간 가량에 달하고 있고, 월평균 급여는 110만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보육교사 자격 진입문턱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건강한 소가 좋은 우유를 생산하듯이, 건강한 교사만이 좋은 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법이다.

아이들을 마음 놓고 맡길 어린이집, 우리 엄마들의 소망이다. 훌륭한 보육교사로부터 보육 받아야 할 아이들의 권리, 우리 사회가 지켜내야만 하는, 피할 수 없는 의무이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가야 할 세상,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폭력 대신 사랑이 넘치고, 관리 대신 따뜻한 관심과 보살핌으로 가득한 어린이 집이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있다.

정정희 충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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