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역사에서 배우자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역사에서 배우자

김형태 한남대 총장

  • 승인 2015-02-11 14:08
  • 신문게재 2015-02-12 18면
  • 김형태 한남대 총장김형태 한남대 총장
▲김형태 한남대 총장
▲김형태 한남대 총장
문·사·철(文·史·哲)로 집약되는 인문학은 비단 청소년 인성교육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대통령과 각급 공직자들의 국정운영과 행정실무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조선시대 명군이었던 영조의 국정 실록을 살펴보자. 영조는 1725년 주리를 틀어 고문하는 압술형을 폐지했으며 죽은 자에게 죄를 추죄해 죽이는 형벌을 금지했고, 1729년에는 사형수에 대해선 삼복법을 엄격히 시행함으로써 형벌에 신중을 기했다. 1774년에는 사가에서의 형벌과 판결없이 죽이는 남형을 금지했다. 그리고 신문고 제도를 부활시켜 백성의 억울한 일을 직접 왕에게 알리게 했다.

당대 경제정책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균역법의 시행이었다. 양인들이 국방의무 대신 세금으로 내던 포목을 2필에서 1필로 줄여서 백성들의 부담을 경감시켰다. 요즘 연말정산으로 들끓는 조세저항과 국민 불만에 관해 참고할 만하다. 1725년부터 각 도에 방죽을 구축하여 가뭄 피해에 대비했고, 1729년엔 궁궐에 속한 전답과 병영의 둔전에도 정해진 양 이상을 소비할 땐 세금을 부담시켰다. 한편 다섯 집을 한 통으로 묶는 마을의 최소단위 오가작통법과 마을의 책임자가 관할구역의 사건ㆍ사고와 인적변화를 신고케 하는 이정의 법을 엄격히 지키게 해 탈세를 원천봉쇄했다.

이 밖에도, 영조는 각 도에 보고되지 않은 은결을 면밀히 조사케 하고 애초에 국가 비축미로 빈농을 구제하기 위해 마련한 환곡의 목적 외 사용을 시정했다. 1763년엔 통신사로 일본에 갔던 조엄이 고구마를 가져오자 흉년에 백성을 위한 구황식량으로 활용했다.

사회정책으로는 신분에 따라 국가에 대한 의무사항을 다르게했다. 양인들에겐 균역법을, 천민들에겐 공사천법을 마련해 모든 국민이 평등한 의무를 분담케 했다. 또한 양인의 숫자를 늘렸고 서얼 차별을 없애 서얼 출신도 관리로 등용했다. 오늘날의 신분관리와 다문화가정의 처우에 참고할 만하다.

국방정책을 보면 1725년 군사무기를 만들게 했으며, 1729년에는 김만기가 만든 화차를 개량했고 이듬해엔 수어청에다 조총을 제작케 했다. 그리고 전라 좌수사 전운상이 제조한 해골선을 통영 및 각 도의 수영에 배치시켜 해군력을 한층 더 보강했다. 이 같은 국방정책을 변방에도 적용해 요새 구축을 늘리고, 1727년엔 북관군병에도 총을 나눠줘 훈련시켰으며, 평양 중성을 구축하게했다. 1743년엔 강화도의 외성 개축작업을 착수해 다음 해에 완성했다.

국정 전반에 걸쳐 시도한 이런 변화 외에 문화적인 성과도 많이 있다. 영조 자신이 학문을 즐겼기 때문에 스스로 서적을 찬술했고, 인쇄술을 개량해 많은 서적을 간행해 민간에 반포함으로 일반 백성들도 볼 수 있게 했다.

1729년에 '감란록', 1730년에 '숙묘보감', 1732년에 이황의 학문 세계를 정리한 '퇴도언행록'을 간행했다. '경국대전'을 보강했고, 여성들을 위해 네 권을 한데 묶은 '여사서'도 간행했으며 '천문도', '오충륜도', '양역실총' 등을 발행했다. 관리들의 필독서인 '무원록'은 행정매뉴얼이 됐고, 1770년엔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인 '동국문헌비고'도 발행했다. 영조 자신이 '악학궤범서문'을 비롯해 자서전인 '어제자성편', 무신들을 위한 '위장필람' 등 10여 권의 저서를 냈다. 이 시기에 재야에서는 실학이 확대되면서 북학파 홍대용의 '연행록', 유형원의 '반계수록', 신경준의 '도로고' 등이 편찬됐다.

최근에 국정의 혼란과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하락, 각 정당의 당 대표와 원내대표 교체로 인한 불안정, 서민들의 경제난과 팍팍한 살림살이, 국방지도자들의 탈선비리 적발과 병영 내 성 군기 문란사고, 대졸 청년들의 실업문제, 초 저출산, 초 고령화로 인한 불길한 미래예측 등이 실타래같이 얽혀서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으니, 우리 모두 옛 군주들의 통치 기록과 업적을 되짚어보면서 오늘을 살며 내일을 준비하는 지혜를 다시 한 번 배워야겠다.

김형태 한남대 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3.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4.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5.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1.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2.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5.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