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찬 단장은… 한밭대·고려대 학부·일본 쥬오대학 대학원·일본 UEC, 도쿄대학원 졸업,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한밭대 산업경영학과 교수, 금형정밀가공육성사업단장, 대전시 과학기술위원회 위원, 국가 과학기술진흥유공 대통령 표창 수상·과학기술 포장 서훈, 2012년 한대상(과학기술부문) 수상. |
인터뷰 내내 민병찬 한밭대 금형정밀가공육성사업단장(산업경영공학과 교수)은 '죽을 만큼'이라는 말을 자주 썼다.
'공부를 하려면 죽을 만큼…', '연구를 하려면 죽을 만큼…'의 열정이 필요하다는 자기 다짐이다.
실제 그는 전직 연구원으로서, 그리고 대학에 와서도 밤낮 가리지 않는 열성을 쏟아 붓고 있다.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던 신지역특화산업육성사업에 한밭대 금형정밀가공육성사업단이 선정된 것도 그의 그 '죽을만큼'의 노력이 닿았던 탓이다. 범인은 범접할수 없는 노력의 크기도 그렇지만 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지향점도 개인이 아닌 우리 고향, 내 나라의 발전일 만큼 크다.
연구만 하던 교수가 기업을 지원하는 신지역특화산업육성사업에 뛰어든 것도 지역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할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는 고민 끝에 낸 결론이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고,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선정 2년만에 곳곳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신지역특화산업육성사업이 끝나는 올해는 금형에서 금속으로 범위를 넓여 금속가공육성 사업단을 발족시킬 예정이다. 그래서 척박한 지역의 산업 환경에서 뿌리산업의 선순환 구조 토대를 만들고 싶다.
과학자에서 교수로, 그리고 지역의 뿌리산업 토대를 일구는데 혼신의 열정을 쏟아 붓고 있는 민 단장을 만나 그만의 교육철학과 지역의 산업 비전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진정성으로 승부한 금형정밀가공산업육성사업단=초빙과학자로 표준연구원에 근무한 후 한밭대에서 후학을 가르치면서도 줄곧 R&D(연구개발)에만 매진했던 민 단장이 비 R&D분야인 금형정밀가공육성사업단을 꾸린 것은 누가봐도 의외의 선택이었다.
민 단장은 “금형산업은 뿌리산업의 한 부분”이라며 “사실은 첨단 산업을 지탱하는 한 부분인데 대전은 제조업 전방 산업의 부재로 3D업종으로 인식돼 온 것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대전에는 대덕특구가 있어 첨단산업이 밀집해 있거든요. 4300억원이 시제품 제작비로 투입되는데 대전에서는 이 중 8%밖에 수주를 못해요. 매출액이 고정이 된다면 그 기업들이 신규 고급 인력을 채용할수 있고, 공장의 설비도 개선할수 있는데 너무 영세하다 보니 도전할 엄두도 못내더라구요. 마침 산업자원부에서 신지역특화산업육성사업의 일환으로 대전지역을 금형산업으로 키우겠다는 발표가 났어요. 해 볼만하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십년간 인간공학·생체공학으로 R&D개발에 전념했지만 기업 지원과 해외마케팅을 지원하는 비R&D라면 금형도 자신이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바로 민 단장은 학교내에 금형육성사업단(가칭)을 발족시켰다. 2013년 1월의 일이다.
“한밭대는 다른 대학과는 달리 공학을 기반으로 하는 대학이고, 산학협력을 하는 대학이라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4개월간 교수들과 미팅을 가지면서 어떻게 사업단을 만들면 대전시의 열악한 금형 회사를 도울수 있을까 고민했고, 5개월만에 과제를 제안했죠.”
누가봐도 어려운 싸움이었다. 이미 유수의 대학들이 경쟁이 붙은 상태였고, 한밭대의 사업단은 후발주자였다.
다른 사업단과의 차별화가 필요했다. 그때 민단장이 꺼내든 것은 그만의 인맥이었다.
7~8년간 연구 교류를 해오던 일본 가가와 대학교수로 부터 일본 N-Tech금형경영컨설팅 대표인 니시야마 다메히로씨를 소개받았다.
“40년간 일본 히로시마의 마쓰다 자동차회사에서 금형관련 업무에 종사했던 전문 엔지니어셨어요. 메일을 보냈죠. 금형전문가이신데 사업을 지원해줄 용의가 있느냐. 그런데 그분도 흔쾌히 지원을 해주시겠다고 승낙하시더라구요.”
첨단 금형 엔지니어까지 합류한 한밭대 사업단은 날개를 달았다. 지난 2013년 '지역특화산업 육성사업 기업지원 분야'에서 '금형정밀가공산업 사업화 지원' 주관기업으로 선정돼 3년간 22억50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게 됐다.
니시야마 다메히로 대표는 약속대로 사업단의 정식 고문으로 대전지역 기업들에게 도제식으로 기술교육을 해주고 있다. 영세하지만 탄탄했던 대전의 금형산업은 니시야마씨의 도움을 얻어 더욱 빛을 발했고, 해외 수출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4월 일본 오사카 현지 난고사와 연간 200억원 규모의 금형 수출을 위한 업무 협약(MOU)를 체결한데 이어, 최근에는 대전지역 금형업체가 일본의 유력 자동차 회사인 마쓰다 협력회사에 자동차도어 금형을 수출하기도 했다.
올해는 금형정밀 가공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CEO와 CTO를 대상으로 수요자 맞춤형 2개 교육과정을 운영중이다.
▲2년간의 노하우로 금속가공 육성 나서기로=길지 않은 시간동안 지역의 금형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금형정밀가공산업육성사업단은 오는 6월말 사업이 종료된다.
지역의 선순환 구조의 정착을 위해 사업단을 시작한 민 단장은 이제 막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뿌리산업에서 철수할 수가 없었다.
마침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역 주력산업 63개와 협력사업 16개를 확정해 2017년까지 1815억원이 투입하기로 발표를 하고, 이에 발맞춰 대전시는 무선통신융합 메디바이오 로봇자동화 지식재산서비스 금속가공산업 등을 지역 5대 주력산업으로 선정했다.
“금속이 금형을 포함한 보다 확장된 개념이고, 금형 사업단을 운영하면서 쌓은 2년간의 노하우, 사업화 실적,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봐요.”
민 단장이 속해있는 한밭대와, 한국기계연구원, 대전 테크노파크의 전문가들이 모였다. 이달말쯤 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민 단장이 구상하는 '금속가공육성사업단'은 기술지원과 사업화 지원, 인력 양성 등 크게 세 가지에 주력할 계획이다.
“어떻든 간에 지금 대전시에 있는 열악한 뿌리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줘야 해요. 안정적 수입 구조를 만들어 주면, 결국 고용창출과 매출액이 증대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를 위해 민 단장은 연구단지와 한밭대, 대전테크노파크가 가지고 있는 첨단 장비를 이용하는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천안과 아산 등과 엮어 충청벨트를 만든다는 구상도 세워놓고 있다.
“아쉬운 것은 지금 열악한 기업들이 산재해 있어요. 이들 기업들을 한곳으로 모아 집적화 단지를 만들면 협업도 가능하고 가공비도 싸게 할수 있거든요. 집적화 단지안에 금속가공지원센터를 설립해 박사급 인력이 상주해 애로 사항을 해결해주는 홈닥터 시스템까지 만든다면 더할나위 없겠죠.”
민 단장은 이 같은 '금속가공육성사업단'을 통해 연구단지내 4300억원의 시제품 예산 가운데 현재의 8%수준에 그치는 수주율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충분히 가능해요. 한밭대는 1900개의 가족회사가 있고, 또 일본 전문 엔니지어의 도제식 기술이전교육이 진행중이거든요. 지금까지 금형 사업단으로 쌓은 노하우로 해외 마케팅 판로 개척에도 자신이 있습니다.”
▲열정적인 삶, 인간에 기반=국가과학기술진흥유공대통령표창, 과학기술 포장 서훈 등 과학자로서의 민 단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연구가 인생의 전부였던 그가 대학으로 터를 옮긴 것은 후학들에게 자신의 지식을 나눠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혼자하는 연구도 좋지만 제가 가진 지식을 전해 주면, 학생들은 제가 걸었던 시행착오를 걷지 않고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할수 있잖아요. 제 연구가 사람을 상대로 하는 연구였는데, 사실 개인적으로 아무리 지식이 많아도 나눌수 없다면 정말로 아무 것도 아니거든요.”
학교에서의 생활도 연구만 하던때와 별반 다를게 없다. 학교 앞에 집을 마련해 놓고 새벽 2시가 되면 학교로 출근해 책을 본다. 여전히 연구실과 사업단이 전부지만 그는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 열정을 쏟아내는 그이기에 그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도 꿈과 그 꿈을 이뤄내기 위한 노력이다.
“학생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미래는 자기 꿈의 가치를 믿는 것에 있다'예요. 사실 자기의 꿈과 희망은 내가 믿지 않으면 이뤄지지 않아요. 대신 그 꿈을 실현 시키려면 노력을 해야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지금의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려면 자신을 믿고 노력하면 된다. 대신 죽도록 노력해라. 그 다음에는 후회는 하지 말라고 하죠.”
매사에 최선을 다한다는 민 단장의 신념은 그래서 사람을 대할 때나, 연구를 할 때나, 사업단을 운영할 때나 늘 진정성이 느껴지는 이유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어떤 일이 벌어지면 최선을 다해 진정성 있게 대하고, 또 죽을 만큼 연구하고 공부하는 것. 그것이 나를 속이지 않고, 사회를 위한 일이 아닐까 합니다.”
거창하게 애국을 얘기하지 않아도, 진지하게 신념을 얘기하지 않아도 그에게서 깊은 울림이 느껴지는 것도 그의 진지한 삶의 태도 때문이다.
대담·정리=오희룡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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