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형 대덕대 교수 |
목적과 취향이 제각기 달라 백인백색으로 표현되는 인간사회에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나를 위함과 동시에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살고 있고 또한 살아야만 한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들은 '내'가 살아가는 목적으로서 뿐만 아니라 수단으로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나'는 오로지 '나'만을 위하고, 다른 이들을 '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하려 한다. 이는 '나' 밖에 모르는 안하무인의 '나'를 만들어, 결과적으로는 어느 누구도 '나'를 알아주지 않는 차갑고 냉정한 사회가 어느새 우리의 현실로 와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최고의 선은 물과 같으며, 가장 인간다운 삶은 물처럼 사는 것이라는 교훈을 주는 노자사상의 '상선약수'(上善若水)를 떠올리며, '나'를 되새기고 반성해본다.
상선약수에서 말하는 물은 일곱 가지의 덕(七德)을 지니고 있다. 첫째, 물은 다른 것들과 다투지 않는 부쟁(爭)과 오로지 낮은 곳으로만 흐르는 겸손(謙遜)의 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나'만을 위하기에, 인간사회에 시기와 질투 및 중상과 모략이 난무한다. 여기에서 물은 자신을 다 바치지만 자신의 공을 남과 다투지 않고, 나보다 못한 낮은 곳에 처한 이들을 위하고, 이들과 화합하라고 가르쳐준다. 둘째, 물은 항상 자신의 모습을 고집하지 않으면서 억지로 자신의 길을 내지 않고, 막히면 돌아가는 지혜(智慧)의 덕을 지니고 있어, 세상 이치에 순응하라고 가르쳐준다. 셋째, 물은 더럽고 어두운 곳까지 다다라 이들을 씻어주는 포용(包容)의 덕을 지니고 있기에, 자신을 방해하고 괴롭히는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아프고 약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되 자랑하지 말라고 가르쳐준다.
넷째, 물은 어떤 그릇에도 담기고 상대의 요구를 가감 없이 받아들이는 융통(融通)의 덕을 지니고 있기에, '내' 가 아닌 상대의 기준에 맞추어 살아가라고 가르쳐준다. 다섯째, 물은 바위도 뚫는 인내(忍耐)와 끈기의 덕을 지니고 있기에, 난관에 부딪혀도 헤쳐 나갈 수 있고,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며, 유연한 것이 견고한 것을 이긴다는 진리를 가르쳐준다. 여섯째, 물은 장엄한 폭포에 뛰어드는 용기(勇氣)와 헌신(獻身)의 덕을 지니고 있기에, 한 치의 주저함이나 거침없이 자신을 버리고 전체를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가르쳐준다. 일곱째, 물은 유유히 흘러 큰 바다에 이르는 대의(大義)의 덕을 지니고 있기에, 꾸준히 그리고 소리 없이 자신의 소임을 다하면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가 바라는 세상이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전체를 조화롭고 풍요롭게 해주며, 세상 이치에 순응하는 물은 자신을 던져 타인을 위해 존재하는 무위와 무상 및 무욕의 강건하고 위엄 있는 삶을 산다. 그러므로 거침없는 듯 하면서도 완급을 조절하고, 어디에 있을 때나 주위에 자신을 맞추면서 묵묵히 소임을 하며,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고 깊고 그윽하게 낮은 곳으로 임하는 어진 마음을 갖고, 아낌없이 모두 다 주는 물과 같은 사람들이 존재함을 바라는 것은 단지 꿈속에서의 이상향만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물 흐르면 말라버린 대지가 촉촉해지듯, 내 마음에 남 위하는 이타심의 물이 조금이라도 흘러들어, 단단하게 갈라진 내 마음이 그 물로 부드러워졌으면 한다. 그러면 그 마음이 다시 굳어진다 해도, '나'를 위하는 것이 '남'을 위하는 것이고, '남'을 위하는 것이 '나'를 위하게 되는 그런 사회가 조금씩 그리고 서서히 오지 않을까. 차 한 잔을 마시면서, 나도 그렇게 하지 못하면서, 그래도 아낌없이 다 주는 물이 주는 가르침이 메마른 마음에 잠시라도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이하형 대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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