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아낌없이 다 주는 물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여론광장]아낌없이 다 주는 물

이하형 대덕대 교수

  • 승인 2015-02-10 16:01
  • 신문게재 2015-02-11 19면
  • 이하형 대덕대 교수이하형 대덕대 교수
▲이하형 대덕대 교수
▲이하형 대덕대 교수
위대한 현인 랍비 힐렐(Rabbi Hillel)은 사회적 맥락에서 살아가는 인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질문하고 있다. “만일 내가 내 자신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위해 존재하는가? 내가 다른 어떤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현재 그렇지 않다면, 언제 그러할 것인가?” 인간의 존재 이유와 조화로운 사회를 위한 화두로 제기되는 연속된 세 개의 문장은 인간사회가 올바르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나는 나를 위해 존재함과 동시에 다른 사람들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목적과 취향이 제각기 달라 백인백색으로 표현되는 인간사회에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나를 위함과 동시에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살고 있고 또한 살아야만 한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들은 '내'가 살아가는 목적으로서 뿐만 아니라 수단으로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나'는 오로지 '나'만을 위하고, 다른 이들을 '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하려 한다. 이는 '나' 밖에 모르는 안하무인의 '나'를 만들어, 결과적으로는 어느 누구도 '나'를 알아주지 않는 차갑고 냉정한 사회가 어느새 우리의 현실로 와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최고의 선은 물과 같으며, 가장 인간다운 삶은 물처럼 사는 것이라는 교훈을 주는 노자사상의 '상선약수'(上善若水)를 떠올리며, '나'를 되새기고 반성해본다.

상선약수에서 말하는 물은 일곱 가지의 덕(七德)을 지니고 있다. 첫째, 물은 다른 것들과 다투지 않는 부쟁(爭)과 오로지 낮은 곳으로만 흐르는 겸손(謙遜)의 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나'만을 위하기에, 인간사회에 시기와 질투 및 중상과 모략이 난무한다. 여기에서 물은 자신을 다 바치지만 자신의 공을 남과 다투지 않고, 나보다 못한 낮은 곳에 처한 이들을 위하고, 이들과 화합하라고 가르쳐준다. 둘째, 물은 항상 자신의 모습을 고집하지 않으면서 억지로 자신의 길을 내지 않고, 막히면 돌아가는 지혜(智慧)의 덕을 지니고 있어, 세상 이치에 순응하라고 가르쳐준다. 셋째, 물은 더럽고 어두운 곳까지 다다라 이들을 씻어주는 포용(包容)의 덕을 지니고 있기에, 자신을 방해하고 괴롭히는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아프고 약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되 자랑하지 말라고 가르쳐준다.

넷째, 물은 어떤 그릇에도 담기고 상대의 요구를 가감 없이 받아들이는 융통(融通)의 덕을 지니고 있기에, '내' 가 아닌 상대의 기준에 맞추어 살아가라고 가르쳐준다. 다섯째, 물은 바위도 뚫는 인내(忍耐)와 끈기의 덕을 지니고 있기에, 난관에 부딪혀도 헤쳐 나갈 수 있고,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며, 유연한 것이 견고한 것을 이긴다는 진리를 가르쳐준다. 여섯째, 물은 장엄한 폭포에 뛰어드는 용기(勇氣)와 헌신(獻身)의 덕을 지니고 있기에, 한 치의 주저함이나 거침없이 자신을 버리고 전체를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가르쳐준다. 일곱째, 물은 유유히 흘러 큰 바다에 이르는 대의(大義)의 덕을 지니고 있기에, 꾸준히 그리고 소리 없이 자신의 소임을 다하면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가 바라는 세상이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전체를 조화롭고 풍요롭게 해주며, 세상 이치에 순응하는 물은 자신을 던져 타인을 위해 존재하는 무위와 무상 및 무욕의 강건하고 위엄 있는 삶을 산다. 그러므로 거침없는 듯 하면서도 완급을 조절하고, 어디에 있을 때나 주위에 자신을 맞추면서 묵묵히 소임을 하며,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고 깊고 그윽하게 낮은 곳으로 임하는 어진 마음을 갖고, 아낌없이 모두 다 주는 물과 같은 사람들이 존재함을 바라는 것은 단지 꿈속에서의 이상향만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물 흐르면 말라버린 대지가 촉촉해지듯, 내 마음에 남 위하는 이타심의 물이 조금이라도 흘러들어, 단단하게 갈라진 내 마음이 그 물로 부드러워졌으면 한다. 그러면 그 마음이 다시 굳어진다 해도, '나'를 위하는 것이 '남'을 위하는 것이고, '남'을 위하는 것이 '나'를 위하게 되는 그런 사회가 조금씩 그리고 서서히 오지 않을까. 차 한 잔을 마시면서, 나도 그렇게 하지 못하면서, 그래도 아낌없이 다 주는 물이 주는 가르침이 메마른 마음에 잠시라도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이하형 대덕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