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대전시민들은 이번 결정은 호남권의 눈치를 보다 내린 꼼수에 지나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아울러 호남선 서대전-논산간 구간의 직선화는 물론, 광주와 목포 등 끊어진 KTX 호남선을 반드시 다시 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호남선 KTX 운행 발표를 맞아 지난 해 3월 최초로 구성된 KTX 서대전역 경유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서대전역 경유의 당위성을 설파해 왔던 도한호 전 침례신학대학교 총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지난 5일 밤 기습발표한 국토교통부의 호남고속철도 KTX 운행 내용에는 알멩이인 서대전역 경유가 빠졌다. 대신 기존 호남선을 활용해 서울에서 서대전, 계룡역, 논산역을 거쳐 익산역까지만 오가는 KTX를 일일 18편 별도 운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토부의 이번 발표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를 신임하고 미련을 가지고 기다렸던 것이 잘못이다. 대전에서 익산을 못가서 KTX가 필요한게 아니다. 그와 같은 ‘반 토막 열차’를 기습 발표한다는 것은 대전시민을 우롱하는 처사이다. 대전시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국토부가 환승하는 대전권 승객의 편의를 도외시 하고 있다. 또 환승 승객과 서대전 이용 승객의 상당 수를 잃어 발생할 재정적 손익 문제를 어느 정도까지 고려했는지 모르겠다.
국민의 원성이 커지고 운영상 적자가 커지면 결국은 정책이나 시행 자체를 재검토 수정하게 될 것이다. 그 사이 얼마나 많은 국력이 소진되며 정부 여당의 신임은 또 얼마나 추락할 것인지 명약관화하다. 정책적 형평성 뿐 아니라 경제성, 국민화합, 지역 간의 교류 등 모든 면에서 어불성설이다. 단순히 열차 노선 문제를 떠나 대전ㆍ충청 주민들도 정부지침에 맹종해 온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국토부의 이번 발표는 기존선을 활용해 운행하는 경부선 KTX와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치적 힘이 센 호남의 눈치를 보다 충청권을 희생시킨 땜질처방 지적을 받는데.
▲ 정책 집행의 형평성과 정책 신뢰도에서 믿음이 가지 않는다. 정부는 호남 KTX 건설 취지가 호남권과 서울의 접근성 강화에 목적이 있다고 했고 취지를 살리기 위해 서대전역 경유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논리라면 애초 호남고속철도 분기점도 충북 오송이 아닌 충남 천안으로 정해 호남고속철을 직선화했어야 했다.
결과를 놓고 볼 때 애초의 계획이 전국토를 망라해서 지역의 발전과 승객의 편리를 생각했다기보다는 호남지역 민심(표)을 얻으려는 정치적 배려로 시작된 것 같다. 위정자들이나 정부가 이런 의식을 갖고 행정을 한다면 철도가 문제가 아니라 나라의 장래가 심히 우려된다.
-정부가 발표한 운행 방식대로라면 대전에서 KTX를 타고 호남 남부로 가는 길은 끊겼다. 호남을 가려는 대전시민들은 공주역이나 오송역, 익산역까지 찾아가서 갈아타야 하는 불편이 발생한다. 이런 불편을 줄여줄 보완책은 무엇이라 보는가.
▲당장은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수 밖에 없다. 현 시점에서는 출퇴근 하는 직장인과 군인, 교수, 교사, 통학생 및 상공인들의 편의 마련이 필요하다. 이들 환승객들을 위해 대전과 논산, 계룡에서 남공주역을 잇는 다른 연결 교통수단을 신속히 마련해 줘야 한다.
이와함께 운행이 개시되면 교통수요 등 정확한 객관적 통계를 근거로 시급히 보완책을 내놔야 한다. 이때 반쪽으로 전락한 서대전역과 호남 남부를 연결하는 KTX 운행 확대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호남선 KTX의 서대전역 경유가 어렵다면 그동안 일부에서 제기됐던 대전 인접 세종시 금남면 호남선 KTX구간에 세종역을 설치해 대전시민들의 접근성도 높이고 세종시의 정부청사 기능 강화를 위한 이용객 편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세종역 설치의 필요성 어떻게 생각하나.
▲근본 문제는 애초 호남선 KTX 노선에서 서대전을 제외한 것에 있고 그 외의 것은 지엽적인 문제이다. 호남선 기존 구간 중 서대전∼논산간 구불구불한 선형을 개량하고 KTX가 서대전역을 경유해 호남 남부까지 연결대 운행되도록 해야 한다. 이게 어렵다면 세종역 신설 문제를 조심스럽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호남권 주민들은 서대전역을 경유하면 저속철이 된다고 반대했다. 그러면서 광주역은 경유해 달라고 했다. 국가 근간 교통망인 호남선 KTX도 호남사람들의 장거리 서울 길 고생을 줄여 주려고 만들었다는 식이다. 호남권 주장에 문제는 없는가.
▲이것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왜 처음부터 승객이 많은 서대전을 빼놓고 철로를 신설할 계획을 세웠느냐 하는 것이 문제다. 속도란 빈 열차가 다니는 속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승객을 수송하는 속도를 말하는 것이다. 기차를 탈 사람은 서대전에 있는데 열차는 그들을 비켜 익산을 거쳐 광주로 제 혼자 쏜 살 같이 달려서 무엇 하느냐는 말이다.
서대전역을 경유하면 저속철이 된다고 반대하면서 기존선의 광주역은 정차해야 한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누가 공감하겠는 가.
대전의 150만 시민 중 30만이 호남에 연고를 두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KTX 서대전역 경유 캠페인을 하면서 대전에 살고 있는 호남 출향인들도 서대전역 경유에 반대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결국 이번 발표로 대전과 호남을 단절시킨 꼴이 됐다.이는 호남에도 손해다.호남 건설업체가 대전에 아파트도 많이 짓고 분양해서 이윤을 얻고 있다. 대전과 호남 상인들간에도 상거래가 활발하다. 이런 양 지역간 경제활동이 교통망 위축으로 줄어들면 호남 사람들에게도 득이 될 게 없다. 대전 사람들이 광주나 여수에 가지 않고 광주 사람이 대전에 오지 않으면 두 지역이 모두 낙후를 면치 못할 것이다. 문명사회에서는 지역을 대표하는 큰 도시에는 반드시 최고의 교통수단이 연결되어야 하는 것이다. 대전이든, 광주든 국토 전체를 보고 생각해야 할 일이다.
-충북도마저 분기점인 오송역 활성화에 장애가 된다며 서대전역 경유를 반대했다. 오송역은 노선 결정때 충남 천안과 서대전역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점을 고려하면 대전시민과 충남도민의 상실감을 배려하지 못한 처사 아닌가. 충청권 협력 및 상생과도 어긋나 보이는 데.
▲KTX 노선 문제는 어느 한 지역의 손익문제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어떤 역이든 승객이 많은 역이 제외되면 공멸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오송역은 그런대로 접근성이 좋고 승객이 확보되었다고 보이나 남공주 역은 아직 이 두 가지가 모두 준비되지 못했다. 대전,충남북은 KTX호남선 뿐 아니라 국가정책에서 홀대받지 않기 위해선 영호남과 수도권 등에 맞서 공동 대응할 게 많다. 이번 일로 대전과 충북간에 서로 마음이 불편하다. 서운한 감정이 빨리 풀려야 할 텐데 걱정이다.
-권선택 대전시장이 국토부의 발표 후 대전과 호남간 단절된 호남선 KTX의 연결을 강조했다. 서대전역과 호남 남부간 연결 왜 필요하다고 보는가.
▲ 호남고속철도는 특정 지역의 전유물이 아니다. 전 국민이 이용하는 공공재다. 서대전역은 하루에 5000명 내외가 KTX를 이용하는 역이다. 전체 승객의 29%에 달한다. 호남선 전 노선에서 승객이 세 번째로 많은 곳이다. 철로를 신설하면서 그런 서대전역을 경유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에 못지않게 대전시민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애초에 이 계획을 추진할 때부터 KTX 노선 상에 있는 주요 도시주민의 의견수렴이나 공론과정이 생략되거나 제한돼 대부분의 대전시민들이 이를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두고 두고 정부에 부담이 갈 것이다.
-정부는 경부선 KTX를 운행하면서 현재 신설노선 외에 기존노선의 밀양역과 구포역, 수원역 등에서 정차하고 있다. 그런데 호남선 KTX에선 기존노선인 서대전역 경유를 제외했다. 정책 적용의 형평성에도 어긋나지 않는가.
▲국민의 원성이 커지고 운영상 적자가 커지면 결국은 정책이나 시행 자체를 재검토 수정하게 될 것이다.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국력이 소진되며 정부 여당의 신임은 또 얼마나 추락할 것이지 명약관화(明若觀火) 하다. 정책적 평형성뿐 아니라 경제성, 국민화합, 지역 간의 교류 등 모든 면에서 어불성설이다.
-이번 서대전역 경유문제는 노선결정 후 지금까지 오랜 시간이 있었음에도 그동안 뭐하다 개통을 목전에 두고서야 난리냐는 반성론도 나왔다. 대전시 및 지역 정치권의 안일한 대처와 시민들의 관심부족 등 우리 스스로를 뒤돌아보는 통렬한 반성이 있어야 할 것 같은 데.
▲정부만 나무랄 것이 아니라, KTX 호남선 신설 철로 계획을 입안할 때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는 대전시를 비롯한 지자체와 시민들의 무관심에도 책임이 있는 것 같다.
호남선 KTX 계획이 입안될 당시부터 책임부처인 국토교통부나 대전시 당국자들이 안이한 생각으로 지침을 내려 받기만 하고 있지 않았느냐는 비난 여론이 높다. 한 편으로는, 관(官)인 지방자치단체로서는 건의와 요청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정작 문제는, 지난 1년 동안 이 문제로 대전 여론이 들끓고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신문방송과 옥외 촉구대회 등으로 대전시가 야단법석이었는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인근 세종시에 이전해 와서도 대전의 정치,경제, 지방자치단체 및 재야 인사들과의 공청회 한 번 주선하지 않았던 것 같다. 참으로 이해받기 어려운 처사이다.
-대전은 호남의 광주시보다 인구가 많음에도 국회의원 의석수는 2석이 적어 그동안 시민들의 상실감이 컸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호남선 KTX 서대전역 경유가 무산돼 자괴감마저 갖고 있다. 대전의 지역역량 강화는 요원한 것인가.
▲ 우선 지역 정치인들이 지역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눈치보지 말아야 한다. 정치력을 발휘해 지역의 정당한 요구가 국가 정책에 합당하게 반영되도록 힘써야 할 책무를 안고 있다. 단체장도 마찬가지다. 대전시장은 현재 야당소속인데 야당 텃밭인 호남권과 이번 서대전역 경유 문제에서 부닥쳤다.목소리를 높였어야 했다.
시민들도 지역 현안에 관심을 갖고 한 목소리를 내줘야 하는데 참여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대전시민들이 너무 점잖다. 저는 고향이 경상도이지만 똑같은 상황이라면 경상도에선 가만 안 있었을 것이다.
민관(民官)이 총 궐기해서 정부의 불합리한 정책을 고쳐 나가야 할 것이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은 유권자의 표의 가치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 인구가 적은 호남의 광주시가 인구가 많은 대전시 보다 국회의석이 2석이나 많은 일이 발생한다.차제에 불공정하게 시행되고 있는 국회의석도 조정해야 한다.
-위원회의 그동안 활동 내용과 앞으로의 계획을 밝혀 달라.
▲ 추진위원회는 지난 해 3월 15일에 뜻있는 시민들 100여명이 자발적으로 대흥동 소재 한 장소에 모여서 결성하고 4월 4일에는 서대전시민광장에서 옥외 집회를 열었다. 또한 신문방송에 인터뷰, 방문, 기고, 서명 받기 등으로 홍보하다가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추가 집회와 활동을 자제해 왔다.
최근에는 오랜 기간 동안 침묵하던 대전시민과 정경관 및 재야 시민단체의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한 것 같다. 바라기는 갈 길이 멀어 보이는데 이곳 저곳에서 유사한 명칭의 추진위원회 등을 구성해서 각각 선명성을 앞세우지 말고 한 주체 아래 모여서 한 목소리를 내어야 힘이 있을 것이다. 언론사 등에서 앞장서 힘을 실어준 점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대담= 김덕기 취재 1부장(부국장). 사진=이성희 차장
※도한호 위원장은?
-한남대학교, 경희대학교대학원, 미국미드아메리카신학원 졸업(PhD)
-한국문인협회 회원(시)
-국제 PEN한국본부 이사(현)
-국제기독교언어문화연구원 이사장 역임 및 이사(현)
-침례신문 논설위원(현)
-수도침례신학(대학)교 학장
-침례신학대학교 교수 및 총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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