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남선 KTX가 계룡역과 개태사역 엄사면에서 원을 그리듯 크게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
아파트와 다가주주택, 대전의 익숙한 도심 풍경을 뒤로하고 KTX는 갑천을 건너 가수원역을 통과하면서 본격적인 외곽구간에 접어들었다.
KTX는 천연기념물인 기성동 느티나무와 승상골의 짚 공예품을 차창 넘어 자세히 훑어볼 수 있을 정도의 속도를 유지했다.
출발한 지 20분이 지나 서구 흑석리역 구간을 지날 때 기자가 탑승한 KTX는 시속 80~90㎞를 오갔다.
손에 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눈여겨 본 결과 서대전역을 출발해 지금까지 KTX는 시속 90㎞를 돌파하지 못했다.
서대전역에서 계룡역까지 호남선은 산을 피하고 평평한 골짜기를 통과하느라 선로는 S자 모양으로 휘어졌다. KTX가 속도를 크게 줄여 달려도 의자에 파묻힌 몸은 왼쪽과 오른쪽으로 기울었다. 특히, 계룡시 엄사면 종합문화체육공원 인근 구간에서 호남선은 U턴을 방물케할 정도로 크게 방향을 전환했다.
12시 방향의 계룡역을 빠져나온 KTX는 시계의 3시와 6시 위치를 돌아 9시 방향에 있는 논산 개태사역으로 진행할 때 시속 82㎞까지 떨어졌다.
원을 그리듯 휘어진 노선을 따라 270도 가까이 방향을 전환한 KTX는 크게 감속해도 무게가 실린 바퀴에서 레일과 부딪치는 마찰음이 계속 들려 왔다.
일제 강점기에 설치된 호남선 가운데 서대전~논산 구간 기존 철도의 직선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하는 순간이었다. 힘겹게 빠져나온 KTX는 개태사역 구간을 지나면서 그나마 시속 130㎞로 속도를 높였다.
넓은 들이 펼쳐진 논산시 황산벌에서도 KTX는 제속도로 내달리지 못했다. 언덕을 피해 가고 얕은 구릉지를 돌아가는 꼬불꼬불 레일때문에 최고 시속이 132㎞에 불과했다.
서대전역에서 논산역에 이르는 호남선에 회전반경이 600m 이내인 급커브 구간이 22곳에 달하고, 직선화를 의미하는 터널은 5개에 불과해 KTX는 속도를 낼 수 없는 환경이었다.
대전을 떠나 53분만에 익산역에 도착한 KTX는 목포행과 여수엑스포행으로 분리돼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반대로, 익산역에서 탑승한 무궁화호는 61분만에 기자를 서대전역까지 옮겨줬다. KTX와는 8분 차이에 불과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호남선이 일제강점기 설치돼 100년 가까이 선형 개량이 안 이뤄져 서대전 경유를 반대하는 주요 이유가 되고 있다”며 “노선을 직선으로 개량하면 해당 구간 운행시간을 30분 가량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