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두 마리 토끼 잡기, 퓨전시대의 전공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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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두 마리 토끼 잡기, 퓨전시대의 전공 선택

박노권 목원대 총장

  • 승인 2015-02-04 14:01
  • 신문게재 2015-02-05 18면
  • 박노권 목원대 총장박노권 목원대 총장
▲박노권 목원대 총장
▲박노권 목원대 총장
최근에 필자의 지인이 운영하던 식당이 문을 닫았다. 다른 건 몰라도 스테이크 하나만은 일품이었는데, 아쉬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주 먹을 수 있는 메뉴는 아니지만 이제 그런 맛의 스테이크를 먹으려면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다.

그토록 맛있는 스테이크를 제공했는데도 그 식당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물론 불경기 탓에 손님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 집의 스테이크가 맛있기는 했지만 다른 음식에 비해 아주 비쌌다. 아무리 맛있다 해도 요즈음에 그렇게 비싼 스테이크를 찾을 손님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니 그 식당의 폐업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 식당은 최고의 재료와 최고의 솜씨를 발휘했으면서도 요즘의 대세와 맞지 않기 때문에 문을 닫아야 했는지도 모른다.

반면에 맛은 훨씬 덜하지만 값이 싸면서도 스테이크를 포함하여 여러 가지 다른 음식도 맛볼 수 있는 소위 퓨전 레스토랑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이런 식당들은 다른 것은 몰라도 사람들의 현실적 필요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맛이 조금만 더 개선된다면 이런 식당의 인기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 같다.

중소 사업체를 운영하는 또 다른 친구가 있다. 그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은, 예컨대, 기계설계도 좀 알고 외국어도 웬만큼 잘 해야 한다. 주로 외국에서 기계를 가져다가 국내에 판매하지만 국내의 실정에 따라서는 새로운 기계를 만들어 공급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땅한 사람을 물색하다 보면, 기계를 알면 외국어를 모르고, 외국어를 알면 기계를 모르니 답답하기가 이를 데 없다.

이런 현상은 비록 이 회사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중소 규모의 회사에선 기계전문가 따로 외국어 전문가 따로 채용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기계를 전공한 그 친구는 자신이 영어를 잘 했더라면 사업의 규모가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가 대학 다닐 때에는 부전공이나 복수전공 같은 제도가 없었던 것이 한스럽다고도 했다.

요즘의 대학에는 이런 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 원하기만 하면 거의 누구나 선택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이걸 활용하는 학생들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두 가지를 전공하려면 어지간히 부지런해가지고는 어림도 없고, 자칫하다가는 두 마리의 토끼를 좇다가 둘 다 놓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생긴 것이 융·복합 학과다.

융·복합 학과는 처음부터 아주 다르지만 합칠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두세 가지 전공분야를 합친 전공이다. 한 분야만을 깊이 파고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두세 가지 학문을 융합시킬 때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대학이 좀 더 많은 융·복합 학과를 설치할 것을 권하고 있는 분위기다.

우리는 그동안 전공분야를 세분하고 각각의 좁은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함으로써 급속한 학문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깊이 연구한 것이라도 그 용처를 찾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이제는 융·복합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인력을 채용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도 전공분야 외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을 뽑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한 분야의 지식이 새로운 용처를 찾는 데에는 다른 전공의 지식이 필요하다. 앞서 예를 든 중소업체의 사장이 영어만 잘했어도 사업의 규모가 달라질 수 있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은 퓨전의 시대다. 이런 시대에는 전공 분야 이외의 일도 할 수 있게 적어도 전공분야 외에 한두 가지 분야를 더 공부한 사람이어야만 쓸모가 있다. 이미 특정분야의 전공자를 위한 시장이 포화상태에 있는데도 계속해서 한 길만을 가는 것은 위험하다. 좋아하는 것 이외에 먹고 사는 데 필요한 것 하나쯤은 준비해 둬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의 젊은이들은 학창시절에 좀 더 부지런히 뛰어서 훗날 '가지 않은 길' 때문에 아쉬워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박노권 목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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