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생에서 성공신화까지… 백병준 튼튼요양병원 이사장

고학생에서 성공신화까지… 백병준 튼튼요양병원 이사장

안경점 점원·경찰청 사환… 일하며 공부해 고교 졸업장 전기업계 500위권 성공 후 호텔·대형 찜질방·110병상 규모 요양병원 개원

  • 승인 2015-02-03 13:59
  • 신문게재 2015-02-04 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중도초대석] 백병준 튼튼요양병원 이사장의 영화같은 삶

사람들은 '인생'이 '영화'라고 한다. 단숨에 빠져드는 줄거리, 극적인 반전과 감동, 그리고 슬프거나 행복한 엔딩이 있어서일 것이다. 우리들 인생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나와 성장하면서 온갖 경험과 고통, 행복을 맛본다. 대박을 터뜨린 무용담, 좌절의 눈물, 소중했던 사람을 떠나보내는 슬픔 등 인생사는 영화와도 같다. 여기 누구보다 영화 같은 삶을 살아온 주인공이 있다.

바로 백병준(58) 튼튼요양병원 이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현재 신화전기(주)대표이사이자 튼튼요양병원 이사장, 논산 탑정저수지 초입에 위치한 호텔 겸 레스토랑 레이크힐과 제주도의 호텔 경영인, 만년동의 상가 빌딩 대표 등 그가 맡은 직함이 수두룩하다. 백 이사장은 성공한 사업가지만 여기까지 오기에는 많은 시련과 좌절과 고통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울어도 보고 환호를 지르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을 잘 만난 '운' 과 사람들 사이의 '신뢰'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백 이사장. 중구 목동 구 KBS 방송국 자리 튼튼요양병원 이사장실에서 지난 19일 오전 백 이사장을 만나 '백병준의 인생 영화'를 감상해봤다.

▲치과의사 아들에서 외톨이 고학생으로=백병준 이사장은 대전 선화동에서 치과의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논산 연무대에서 치과를 운영했다. 그의 가족은 남부럽지 않게, 소탈하면서도 검소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어린 나이였던 백 이사장은 외할머니 집으로 보내졌다. 초등학교는 겨우 졸업했지만 중학교 입학은 어림없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외삼촌이 취업차 서울로 가게 되자 외할머니도 외삼촌의 뒷바라지를 위해 떠났다. 그를 외할머니에게 맡기고 떠난 어머니는 연락이 두절된 지 오래였다.

백 이사장은 살기 위해 일자리를 알아봤고, 은행동의 한 안경점에 취업했다. 안경점 주인은 절박하면서도 의지가 강해보이는 백 이사장에게 일자리뿐 아니라 자신의 집 방 한칸을 내줬다. 일자리와 숙소까지 마련한 백 이사장은 주인의 호의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당시 안경들이 외국에서 제조된 것이 많고 설명도 영어였던 만큼 조그만 쪽지에 영어 단어를 빽빽이 써놓았다. 화장실을 갈 때나 버스를 탈 때, 근무할 때 등 어느 곳에서나 손에 펼쳐놓고 닥치는 대로 외웠다. 그러던 중 백 이사장은 전수학교에 대해 듣는다. 전수학교를 졸업하면 검정고시 9개 과목 중 5개를 면제해준다는 내용이었다. 배움에 대한 욕망은 커져만 갔다. 일찍 사회를 접한 만큼 '졸업장은 있어야 사회생활 잘할 수 있다'는 생각도 굳혀져갔다. 결국 안경점 주인을 설득해 전수학교에 입학했고, 안경점 점원과 학생의 두 가지 신분으로 주경야독하면서 검정고시를 통과한다.

검정고시 합격 후 백 이사장의 공부에 대한 열망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그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기로 결정한다. 안경점을 그만두고 본격적인 학업을 위해 대전상고에 지원했지만 문제는 곧 터지고 말았다. 바로 수업료 조달이 문제였다. 연락이 두절됐던 어머니와 어렵사리 다시 만나 살게 됐지만 어머니가 그를 남겨두고 재가해버리는 바람에 백 이사장은 다시 외톨이가 됐다. 수업료 내라는 담임선생님의 눈치와 질책에 학교는 물론 세상과 점점 멀어져만 갔다. 배고픔, 굶주림, 돈, 가족 등 이 시절동안 백 이사장은 인생의 많은 것을 배웠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충남지방경찰청 정보과에서 사환으로 일하고, 교육청 공무원들의 구두를 닦으면서 생활비와 수업료를 한 푼, 두 푼 마련했다. 일 때문에 학교를 나가지 못했지만 졸업은 해야만 했기에 졸업시험 전날 밀린 수업료와 소고기를 사들고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부탁했고, 대전상고 졸업장을 손에 쥔다.

▲청년 백병준, '전기장이'가 되다=의기양양하게 고등학교 졸업장도 손에 쥐었지만 사회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제약회사, 보험회사, 무역회사 등 여러 곳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깜깜무소식이었다. 외삼촌을 비롯한 친척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취업할 수 있었지만 여러가지 사정상 오래지않아 사표를 내야만 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었을까. 그는 무작정 친구들이 있는 인천으로 떠나 1년 동안 놀았다. 마음껏 놀았지만 마음속은 편치 않았다. 결국 대전으로 내려왔고, 운좋게 한 전기공사업체에 들어가게 된다.

전기사업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백 이사장은 난감했다. 회계, 장부, 관리 등 닥치는 대로 배웠고, 해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무작정 도전하던 어린시절이 생각나기도 했다. 치열하게 노력하는 모습은 물론 일에 대한 숙련도와 이해도도 빨랐던 백 이사장은 몇 년만에 기업의 2인자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그러나 그는 2인자 자리에 안주하지 않았다. '내가 한번 해보겠다'는 자신감은 가슴 속에서 점점 커져만 갔다. 기업의 요직에 대표자 친척들이 자리한 족벌경영구조도 백 이사장이 창업 결심을 하는데 한 몫을 했다.

백 이사장은 1990년 10월 '신화전기'를 설립하고, 전기사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1억원의 운영자금이 필요했지만 모아둔 돈으론 택도 없었다. 주변 친구들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자금을 마련했고 본격적인 '전기장이'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순탄할거라 생각지는 않았지만 백 이사장에게는 먹구름만이 가득했다. 다른 전기회사에 밀려 한국전력공사의 전기공사 수주를 따내지 못했다.

어렵게 따낸 전기공사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기 공사 중 한국통신공사의 케이블을 끊어 버린 것이다. 케이블에 수많은 전화선이 연결돼 있었고, 공사장 주변 주택들의 전화는 불통되고 말았다. 5000만원이라는 큰돈을 변상해야 했지만 이번에도 지인들의 도움과 한국통신과의 협상 성공으로 실비 수준으로 변상했다. 백 이사장은 이 사고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철두철미하게 일을 진행하고, 신뢰를 잃지 말자는 다짐도 했다. 이후 백 이사장의 전기사업은 승승장구한다. 조그만 규모의 전기사업도 따내지 못하던 신화전기는 수십억짜리 공사수주를 따내기 시작한다. 전국에 있는 1만여개 전기공사업체 가운데 500위권에 들 정도로 성장했다. 전기장이 청년에서 연 매출 100억원을 달성한 중견기업의 CEO가 된 것이다. 백 이사장은 “개인 노력도 중요했지만 운도 따라줬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잃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성공요인이었다”고 강조했다.

▲서비스업에 뛰어들다=전기공사로 승승장구하던 백 이사장은 어느날부턴가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느낀다. 서비스업에 뛰어 들고 싶었던 것이다. 1종과 2종 면허로 나뉘어 있던 전기공사업체 면허가 통합되면서 한전 공개입찰 경쟁률이 배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1종만 한전 공개입찰에 참가할 수 있었다. 면허 통합으로 2종 면허를 가진 전기공사 업체들도 입찰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물론 수주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다. 하지만 가족들을 위해 안정적인 사업을 하고 싶었다. 또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묘한 도전정신이 그를 감쌌다.

레스토랑과 숙박시설을 구상하던 중 논산 탑정호 초입에 5층짜리 전망 좋은 레이크힐 호텔을 지었다. 이후 제주도에도 비슷한 호텔을 지어 운영하고 있다. 백 이사장은 숙박업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중구 목동에 5층 규모의 대형찜질방을 오픈한 것이다. 찜질방은 물론 고급 헬스클럽, 실내 골프 연습장 등 건물 전체를 하나의 레저타운으로 만들었다. 이때 백 이사장은 서비스업에 대한 이해를 위해 우송전문대 관광경영학과에 늦깎이로 입학했다. 이후 우송대 관광경영학과로 편입해 관광경영과 서비스업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우고, 경영에 직접 적용시켜봤다.

백 이사장은 어렵지만 단호한 결단을 내렸다. 야심차게 준비하고 시행해오던 대형찜질방 사업을 접기로 한 것. 동네 곳곳마다 생기는 찜질방 때문에 사업이 더 이상은 크게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중인 사업체만으로도 넉넉히 살 수 있지만 사업가적 근성과 승부사 기질이 있는 백 이사장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가 먹여살리는 수많은 직원과 가족들을 생각하면 한가롭게 자가지신만 생각하며 살 수는 없었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젊은 청년들을 취업 일선에 서게 하는 것도 사업가인 백 이사장의 책임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백 이사장은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요양병원을 택했다. 갈수록 노인 인구는 많아지고 수명도 길어지는 상황에 주목했다. 그는 기존의 요양병원들이 노인 요양과 치료라는 본래 목적보다 상업적인 논리에 휘둘리는 세태를 바로잡고 싶었다. 이에 백 이사장은 과감히 찜질방 자리에 요양병원을 개원했다. 몸과 마음을 함께 치유한다는 모토 아래 개원한 튼튼요양병원은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에 첨단 시설을 갖춘 것은 물론 전문 의료진까지 갖췄다. 백 이사장은 현재 110병상 정도인 병원 규모를 400병상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아파트 형태의 실버타운을 건립해 요양과 진료, 주거까지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고급 실버타운을 조성하는 게 그의 최종 목표다. 현재 그는 두 개의 호텔과 전기회사 등의 운영을 위탁해놓고 요양병원 운영과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성공신화의 밑거름, '운'과 '신뢰'=백 이사장은 그의 사업 성공요인으로 '운'과 '신뢰'를 내세운다. 상황에 맞는 운이 따라오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 결코 있지 못했다는 것. 운을 맹신하지는 않지만 노력에 합당한 운이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신뢰'는 그가 지켜온 신념이자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백 이사장은 사람들과의 신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당장 시간이나 금전적 손해가 발생해도 그는 약속을 지켰고, 돈을 좇지 않았다. 오로지 마음으로 사업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기업은 돈이 있어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하지만 이를 위해선 믿음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백 이사장은 중요한 약속은 하루에 하나만 잡는다. 시간이 중복되면 상대방에게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0분 전 약속장소에 도착해 상대방을 기다리는 것도 백 이사장의 몸에 밴 평생 습관이다.

▲베풀면서 산다=이웃에게 베풀기 좋아하는 것도 그의 몸에 밴 오랜 습관중 하나다.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을때에도 그는 상대방에게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베풀었다. 따뜻한 마음과 진심을 담아서 베풀기를 좋아하는 그의 주변에는 그래서 사람들이 많다. 그는 대전상고 후배들에게 장학재단을 통해 장학금을 주는 일에도 열심이다. 병원 직원들에게는 전체적으로 스마일 배지를 달게 하고 고객에게 친절 서비스를 강조한다. 큰 스마일 배지 밑에 달리게 되는 작은 스마을배지는 가장 친절한 직원들에게 수여하는 일종의 상이다. 작은 스마일배지 숫자가 가장 많은 직원은 연말에 그가 운영하는 제주도 호텔 숙박권 내지는 해외여행 상품권을 포상하고 격려할 예정이라고 했다.

본인도 노란 스마일 배지를 달고 고객들에게 친절 서비스를 실천하고 있는 백 이사장은 “내 인생을 돌아보니 한편의 영화와 같다”며 “이제까지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남에게 베풀고, 신뢰를 잃지 않는 삶을 앞으로도 계속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대담=한성일 취재3부장(부국장)

정리=송익준·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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