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살림경영경제연구원 대표) |
말이란 몸의 얼, 즉 마음이 그리는 그림이다. 그래서 말하는 것을 들으면 그 사람을 알게 된다.
강준만 교수는 진보 진영이 정권교체를 하지 못하는 큰 이유 중 하나로서 “싸가지가 없음”을 들고 있다. 싸가지가 없다는 것은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멋대로 말하며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사람과의 만남의 결과다. 만남에서 우선 그 사람의 얼굴이나 몸을 보지만 그 다음에는 그 사람의 말을 본다. 예부터 관리등용의 기준이 되고 있는 신언서판에서의 언이 바로 말이다. 오늘날 필기시험보다는 면접을 중시하는 것도 그 사람의 얼굴과 말이 그 사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말을 잘한다는 것은 달변, 즉 언변이 좋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에게 나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대화를 뜻한다. 얼굴을 잘 보이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들지 몰라도 대화 성형에는 그렇게 많은 돈이 들지 않는다. 사실 본인의 의지와 노력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다.
말을 잘 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것이다. 잘 듣는다는 것은 상대의 말을 귀로 듣고, 눈으로 듣고, 머리로 듣고 그리고 가슴으로 듣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듣는 것에 80% 그리고 말하는 것에 20%를 할당해서 대화할 때 제대로 말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잘 듣고 상대방을 성원하고, 칭찬하며, 상대의 자존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말을 하게 되면 상대방과 끈끈한 라포가 형성되고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 무언가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좋은 말들을 준비하고 연습해서 대화 때 바로 나올 수 있도록 내공을 쌓아야 한다.
사실 말을 잘 듣고 잘 하는 비결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미리 미리 좋은 말들이 입에서 바로 나올 수 있도록 잘 준비하고 연습하면 된다. 이러한 말들에는 “아 그렇군요. 좋아요, 맞아요, 좋은 생각이네요. 역시 대단하십니다. 정말 훌륭하십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 탁월하십니다” 등이 있다. 대부분이 상대방의 말에 대해 긍정하고 칭찬하며 상대방의 자존감을 세워주는 것들이다. 여기에는 부정적인 말이 들어오지 못한다. 아주 쉽고, 우리가 다 알고 있는 것들이다. 다만 실전에서는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어느 케이블티브이 개그 프로그램에도 리액션스쿨이라는 코너가 있다. 상사의 말과 행동에 대한 대응(리액션)에 따라 한 사람은 회사에서 쫓겨나지만 한 사람은 상사의 신임을 받고 승승장구한다.
물론 말만 번듯하면 무슨 소용이 있냐고 할지 모르지만 말은 행동을, 행동은 말을 마치 닭과 달걀의 관계처럼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 말을 하다보면 몸도 따라가게 되어 있는 것이다. 행복해서 웃기도 하지만 웃다보면 행복해진다고 하지 않는가! 예절교육을 꾸준히 받으면 예절을 갖춘 사람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십대의 태반이 실업자라는 이태백 시대에서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팔자를 바꿀 수 있는 대화법부터 연습하여야 한다. 사람은 사람을 만나게 되어 있고, 사실 이러한 사람과의 만남은 큰 은혜다. 이 만남이 나의 미래 성공을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만남에서 상대에게 주는 이미지가 결국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다. 운명이란 지나고 나면 아 그게 나의 운명이었구나 하고 생각하겠지만 지나기 전에는 운명이 아니다. 이미 주어진 것은 운명이 아니라 도전하는 것이 운명이 된다.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죄가 아니지만 가난하게 늙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하지 않는가! 지금 만나는 사람이 내 팔자를 고쳐줄 수 있는 은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상대의 말을 잘 듣고 긍정, 칭찬, 지지하는 말을 해보자. 10년 후의 성공한 내 모습은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결정되고 있다.
이동규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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