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그 말을 한 사람이 정치인이고, 제1야당의 대표를 바라보고 있는 인사로부터 비롯됐다면 그 무게를 더욱 가벼히 여길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충청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부산 사상)의 발언이 지역민들로부터 큰 논란이 되고 있다. 내용인 즉 이완구 의원(부여·청양)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것과 관련, 한 인터뷰에서 “호남 인사를 총리로 임명해야 하는데 정말 아쉽다”고 언급한 것.
영·호남 지역의 패권 구도에 좌우되면서 한(恨)처럼 남은 충청권 대망론에 목말랐던 지역민들 입장에서 문 의원 발언은 찬물을 끼얹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문 의원의 주장이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영·호남 지역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탕평인사의 필요성은 이해가 간다. 또 야당 인사의 입장에서 이 내정자가 친박계라는 위치상 적절치 않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충청권 비하로 비춰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고려했어야 했다.
현재, 문 의원은 자당의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상황인데다가 전남 목포를 지역구로 둔 박지원 의원과 경쟁 중이다. 때문에 그의 발언이 호남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위나라 조조가 한중에서 유비와 싸울 때 자신이 내뱉은 '계륵'의 고사에는 짐작한 양수의 책임도 있지만, 생각없이 말한 조조의 무책임함도 분명히 있다.
문 의원 스스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가장 심각한 것은 그가 한 사과가 기자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28일 기자들과 만나 “어쨌든 그 발언 때문에 충청 분들이 만약에 조금 서운하셨다면 그건 제가 송구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말로 충청민들에게 송구했다면 정식으로 사과를 했어야 하지 않겠는가.
최소한 당사자인 이완구 총리 내정자에게 진정 어린 사과와 함께 충청민을 상대로 공식 회견이라도 하는 게 도리다.
그것이 야당의 대권후보였고, 당 대표 후보 이전에 정치인으로서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겠는가.
강우성·취재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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