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전(27일) 발표된 안면도 국제관광지 개발 사업 원점화 사태는 주민들로 하여금 25년전 정부의 안면도 핵폐기장 건립 기습발표 사건까지 떠올리게 했다.
1990년 11월 3일 정부는 '핵폐기물 영구처분장 안면도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같은해 3월 자연환경이 아름다워 국립공원으로까지 지정한 곳에 핵폐기물 처리장을 건설한다는 앞뒤가 안 맞아 보이는 결정이었다. 국제관광지에 대한 꿈이 커지던 시기 이 같은 발표를 들은 주민들은 분노했다. 즉시 핵폐기장 반대투쟁위원회를 구성해 5일 후인 11월 8일에는 전체주민 1만6000여 명 중 1만5000여 명이 참여하는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정부는 이날 3000여 명의 경찰력을 투입해 주민들을 강제해산 시켰다. 이후 주민 7명이 구속되는 등 1993년 2월까지 2년4개월여간 치열한 다툼이 벌어졌다.
이 때 다툰 주민들은 현재까지도 같은 지역에 살면서 화해하지 못했다.
전세계가 기억하는 사건도 태안에서 있었다. 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건이다. 12월 7일 태안군 만리포 북서쪽 5마일 해상에서는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 예인선단과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의 충돌로 원유 1만2547㎘가 유출된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123만 자원봉사자들의 방제작업에 힘입어 바다는 단기간에 회복됐지만, 주민들의 상처는 쉽게 회복되지 못했다.
긴 법정다툼 끝에 주민들의 배·보상에 대한 판결은 7년여 만인 지난해부터 시작됐으나 배상액은 크게 줄었다.
2013년 1월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사정재판을 통해 태안 기름유출 사고에 따른 피해금액이 주민 직접피해 4138억원 등 총 7341억원에 달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합의조정을 통한 선고에서는 대략 절반 수준으로 배상이 결정되고 있다. 소송과 별도로 삼성중공업은 지역 발전기금 290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태안 및 충남 지역과 전라도 지역 어민들이 배분문제로 이견을 보이는 등 지루한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가로림조력발전소 건립 사업 추진은 태안주민들을 또 다시 반으로 갈랐다. 이번엔 절대다수의 주민이 반대한 핵폐기장 사태와는 다르게 찬·반이 공존하는 등 8년여간 갈등이 지속됐다.
안면도 관광지개발 사태 비상주민대책위원회는 “수십년에 걸친 큰 사건들로 인한 피해, 갈등, 행정에 대한 불신은 이제는 한이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안면도 국제 관광지 개발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간 것은 주민들에게 또 한 번 마음의 상처를 준 것”이라고 한탄했다.
태안=김준환·내포=유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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