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명동 '양푼이 김갈동'은 저렴하고 푸짐한 메뉴구성으로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과 직장인들에게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농담 삼아 주문하는 3인 같은 2인, 4인 같은 3인 메뉴가 양푼에 가득 담겨 올라온다.
그냥 가격만 싸고 푸짐한 집이라면 맛집으로 소문나지 않았을 것. 대학생이라 밝힌 여자손님은 “이곳에 오면 다이어트 걱정은 잠시 잊어버리게 된다”며 집에서도 남기는 밥을 이 집에서는 2공기는 기본”이라고 칭찬했다.
김치찌개, 갈비찜, 동태찌개로 대표되는 이 집 맛의 비결은 모든 메뉴의 기본 식재료인 저온 숙성 김치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찌개용 김치로 보이지만 가장 맛있게 숙성된 6개월된 김치를 다시 양념하고 찜 과정을 거쳐야만 찌개 재료로 쓸 수 있다. 숙성-양념-찜 3단계 과정을 기친 김치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기현 사장은 “시중에서 흔하게 팔고 있는 묵은지를 쓰게 되면 끓는 과정에서 물러져 식감이 떨어지게 된다”며 “김치와 함께 들어가는 돼지목살 역시 20~30일간 저온 숙성한 고기를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매콤하고 담백한 식감으로 인기 좋은 '매운辛갈비찜' 역시 양념을 재우고 간이 골고루 베일 때까지 숙성한다. 양념은 국내산 고춧가루와 각종 천연재료를 가미해 만든 소스로 20년간 대학가에서 식당을 운영해 온 이 사장의 노하우가 담겨 있다.
동태찌개는 요즘처럼 추운 겨울철에 잘 나가는 메뉴다. 젊은 세대는 물론 어르신 손님들도 즐겨 찾는다. 두툼하고 탱탱한 생선살에 애, 고니가 양푼냄비를 한 가득 채운다. 동태찌개는 역시 국물 맛. 칼칼하고 담백하면서도 깔끔하게 넘어가는 뒷맛이 일품이다. 양념대신 쓰는 보리새우가 비결이라고 하는데 특유의 단맛이 좋아 최근 주부들로부터 천연 조미료로 각광받고 있다.
사골육수로 끓여 깊고 진한 맛을 내는 부대찌개는 수제 소시지가 들어간다. 돌돌 말려 있는 소시지를 들어 잘라먹는 재미가 재법 쏠쏠하다. 이 사장은 “집에찾아오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또래뻘 되는 아들이 생각난다”며 “주머니 사정 여의치 않은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배불리 먹고 갈 수 있는 집, 소주 한잔에 스트레스 풀고 갈 수 있는 집으로 기억되기 바란다”고 전했다.
▲메뉴=김갈동찌개 8000원 부대찌개 8000원 김치찌개 5000원 동태찌개 7000원 갈비찜 9000원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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