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표 대덕대 총장 |
사정이 그러함에도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 사단이 나도 아주 크게 났다. 치가 떨리고 목이 메여 할 말을 잊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최고의 충격'이라고 하는 이도 있는 가운데 어린이집 운영자나 보육교사들을 공공의 적처럼 몰아가고 있는 현실이 더욱 안타깝다. 12년, 13년 총선과 대선을 치르면서 정치권이 앞 다퉈 도입한 0~5새 무상보육이 철저한 준비 없이 도입되면서 전업주부들이 키우던 아이들까지 쏟아져 나왔다. 아이 한 명당 22만 원씩 보육료가 지원되면서 어린이집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났지만 시설의 질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고 교사의 질은 더더욱 담보하지 못했다. 교사의 질을 능가하지 못하는 것이 교육의 질이거늘 오늘의 사태는 무작정 확대가 가져온 예견된 화다. 책임이 큰데도 실패한 정책에 대한 반성도 없다.
양질의 시설, 지도자, 교육과정은 기본적 요소다. 갑작스런 무상보육 확대에 따라 민간에게 의존하는 시설, 보육교사의 불가피한 양산, 열악한 환경과 처우가 불러 온 결과다. 돈벌이에 급급한 시설에서 수준 높은 교사가 양질의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것이 가당치나 한 일인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는 국공립 어린이집, 공공기관의 어린이집, 직장 어린이집을 더욱 확대하고 활성화 시켜야 한다. 또한 교사의 양성체제, 재교육, 보육과 교사의 질 관리 등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믿고 맡기지 못한다. 특히 교사는 단순 근로자가 아니다. 어린이를 좋아하는 것은 기본이고 보육교사라는 직업윤리의식과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을 골라 양성하는 것이 먼저다.
시설이 준비 안 된 가운데 '너도 나도 무조건 어린이집에 보낸다.'는 식 보다는 여건이 허락하는 사람들은 직접 키워야 한다. 이미 실시하는 곳이 있지만 5~6명의 엄마들이 '육아 공동체'를 구성하여 함께 돌보는 것이다. 또 공동출자로 '협동조합형'어린이집을 만들어 교사와 교육과정을 선택하고 운영하는 형태도 좋을 것이다. 적극 장려할 만하다.
CCTV 설치 의무화, 아동학대 유발 교사 및 어린이집 운영자 퇴출, 보육교사 양성 시스템 개선 등 '호들갑 대책'에 '호들갑 입법' 이 회자되고 있다. 지난날에도 논의 되었던 일로 낯설지 않다. 재탕 삼 탕이다. 이번에도 어린이집 운영자들의 표 압력에 굴할 텐가. 깊이 반성할 일이다. 보육교사들의 프라이버시가 어린이 인권보다 우위 일 수 없고 어차피 교사의 일거수일투족은 공개적일 수밖에 없다. 몇몇의 어린이집에서는 실시간으로 학부모의 PC나 휴대전화에서 아이의 활동상황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기도 하다.
“0~5세 보육 및 유아교육 국가완전책임제를 차질 없이 시행하고 있다”면서 아동 폭행사건에 강력한 정부의 대처 의지를 장관이 천명한바 있다.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더 이상 폭행문제가 재발되지 않아야 한다. 무상보육을 아무리 확대해도 보육교사의 처우를 비롯하여 보육 서비스가 질적으로 향상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보육교사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는 영유아기에 인성의 대부분이 형성된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소름끼치는 일인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아이들이다.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폭행을 당한 어린이가 반사적으로 일어나 바닥에 떨어진 김치조각을 주워 담은 후 선생님을 향해 앉는 모습이 지워지질 않는다. 가슴이 저리고 먹먹하다. 차제에 보육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 아이들이 가고 싶고, 부모들이 보내고 싶고, 교사들이 머물고 싶은 어린이집으로 거듭나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홍성표 대덕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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