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승 대덕대 카운슬러 |
“학생, 이리와 앉으세요. 춥지. 차 한 잔 할까?”
“예. 차 한 잔 주세요.”
학생이 몹시 추운 모양이다. 내 말에 서슴없이 대답했다.
“학생, 무슨 걱정이 있어요?”
“예. 저는 요즈음 왜 사는지 모르겠어요.”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럴 때 본능적으로 학생의 눈과 표정을 쳐다본다. 잠시 후 학생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번져나갔다. 학생의 눈을 보면서 내 마음도 긴장에서 서서히 풀어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어요? 천천히 이야기 해보세요.”
학생은 천천히 자신의 심경을 말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학생이 말하는 내용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귀담아 들으면서 단어를 메모하고 머릿속에서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요즈음에는 몸과 마음이 피곤한 학생들이 참 많다. 사회적으로 복잡하고, 다변화하고, 각종 사건·사고가 범람하고,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말이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고…. 이러한 사회구조와 공간 속에서 생활하는 우리 모두는 어지러울 수밖에 없다. 하물며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에게는 더욱 심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잘 나가는 학생들은 어려움을 이겨내며, 가고 싶은 길을 잘도 헤쳐 나간다. 하지만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이러한 사회적 현상과 주변 환경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과 무력감에 무너져 버리기 쉽다. 물론 성격적인 문제와 부모님과의 대화부족에서 오는 애정결핍으로 인한 외로움도 있겠지만, 밖에서 오는 환경적 변화와 자극에 더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이것만이 아니다. 이성에 가장 민감한 시기에 주위의 친구들은 이성친구와 재미있게 지내는 데 자신만 이성친구가 없다고 생각되는 경우, 친한 친구는 하는 일이 다 잘 되는 데 상대적으로 자신만 잘 안되고 멈추어 있다고 느끼는 경우, 부모님이나 주위 어른들이 자신을 성공한 사람과 비교하여 분발을 촉구하는 잔소리를 하는 경우 등, 남들은 모든 것이 쉽게 잘 되는 데 자신만 안 된다고 생각될 때 학생들은 힘들어 한다. 특히 요즈음 같은 입시철에는 많은 학생들이 실의에 빠져 있기가 쉽다. 합격 아니면 불합격으로 나뉘는 상황에서 아직은 불합격자가 더 많은 상황이고 보니, 정신적으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학생들이 더 많다. 이런 때는 부모님도 자녀에게 대화를 건네기가 부담스러워진다.
“학생, 심리검사와 진로·흥미검사 해보지 않겠어요?”
“예. 저도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검사결과 학생은 약간의 내향성과 소심한 면은 있지만, 다른 특성에는 아무런 문제점이 없었다. 학생이 힘들어 하는 이야기의 내용도 머릿속에만 간직하지 말고, 메모지에 정리하여 머리의 부담을 줄여주고, 쉬운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하면 모두 해결될 내용이었다.
“학생은 좋은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구먼.”
학생은 머쓱하게 웃었다. 학생의 생각에 따라 2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밖은 컴컴해 있었다. 인간은 누구나 한가지씩의 소질은 타고 난다고 하는데, 타고나는 그 소질은 발현되는 시기가 다를 뿐, 노력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생각대로 잘되는 때가 있게 마련이다. 소질의 특성에 따라서 조금 일찍 나타나고 늦게 나타날 뿐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의 소질도 모르고 노력하지 않으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타고난 소질은 영영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진다. 어느 날 갑자기 큰 성공이 자신 앞에 떨어지는 것이 아닐진대 자신의 장점을 살려가면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얻은 하나하나의 작은 성공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자긍심을 높이고 도전적으로 인생을 개척한다면, 우리 학생들의 오늘의 근심과 걱정은 미래의 행복으로 반드시 이어질 것이다.
박찬승 대덕대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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