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남 대전중구문화원장 |
돌이켜보면 20세기 한국인의 삶은 그 자체가 격변의 역사였다. 물밀 듯 밀려오는 외세의 힘 앞에 나라의 운명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사회와 산업구조 자체가 송두리째 뒤바뀌는 일들을 강요당해야 했다. 일본이 명치유신을 통해 우리보다 조금 빨리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였을 때 우리는 왕조를 지켜야 한다는 대의명분 앞에 시대적 흐름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게 결국 시대에 발목을 잡히는 빌미가 되고만 것이다. 그러나 그 대가는 가혹했다. 왕조는 끊기고 나라는 강대국의 앞마당으로 변하면서 결국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는 수모를 겪고 40년의 세월은 한민족에게 모진 시련을 안겨주었다. 1945년 일제가 미국을 비롯한 연합군에게 패망하면서 그야말로 '도둑처럼' 나라를 되찾고 우리 민족은 해방의 기쁨을 만끽하게 된다.
광복70주년은 그래서 우리 민족에게 많은 것들을 곱씹게 해주는 역사적 사건이며 동시에 미래에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느냐의 과제를 주는 역사적 사안이라는 점에서 올 한해 우리 국민들의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 광복70주년은 또 대전시에게도 중요한 의미로 다가선다는 생각이다. 이는 무엇보다 대전이 일제가 잉태한 도시이며 1904년 경부선 부설과 함께 도시의 역사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근대도시의 대표적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대전은 전국 대도시중 어쩌면 유일무이한 근대도시이며 그래서 이제 도시형성 100년을 맞게 되는 뜻 깊은 시점이 올해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회덕과 진잠지역을 중심으로 시대를 대표하는 유학자들이 활동했던 대전은 또 한편 대전천을 비롯한 3대 하천에는 갈대와 이름 모를 풀들로 가득했던 한촌(寒村)에 불과해 대전은 일제가 철도를 부설하면서부터 지방의 소도시에서 일약 대도시로 성장한 어쩌면 대한민국의 도시성장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신흥도시 대전, 교통도시 대전, 뜨내기도시 대전, 문화의 불모지 대전 등 그동안 대전 앞에 붙은 수식어들이 하나같이 유구한 역사와는 동떨어진 것들이었다는 점만 보아도 대전의 도시적 성격을 쉽사리 드러내 주고 있는 것이다.
가장 근대적인 도시이면서 동시에 조선시대 유학자들이 활동했던 도시 대전은 그래서 그 어떤 도시보다 상징적인 것들을 찾기 쉬운 도시적 특성이 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광복70년, 도시역사100년을 맞는 대전시와 대전 시민들은 많은 과제를 떠안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오랫동안 논의돼온 도시의 정체성에서부터 대전을 상징하는 도시의 면모를 갖추는 일은 물론 대전의 역사에 드리워져 있는 새로운 사실들을 찾아내고 또 도시의 활력을 어디서 찾을 것인지 등 대전은 이제 새로운 일 찾기와 도전과제들 앞에 서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런 말이 있다. “도시는 역사다.” 세계적인 도시는 모두 그 도시만의 역사를 지니고 있고 그 역사로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대전도 대전만의 역사가 있다. 그 대전만의 역사를 어떻게 구성하고 이를 통해 세계인의 관심을 모아야 할 것인지가 올해 대전의 화두라면 화두일 것이다.
조성남 前 중도일보 주필·대전중구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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