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지킴이 관계자들이 대전 월평공원의 도솔터널과 금정교 아래 옛 금정골을 살펴 보고 있다. |
월평공원에 서식하던 땅귀개와 이삭귀개 서식지는 도솔터널 이후 완전히 사라졌고, 반딧불 서식처였던 금정골짜기도 자갈 뒤덮인 인공하천이 됐다.
호수공원과 대규모 아파트 건설에 앞서 월평공원을 어떻게 보호할 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대전충남녹색연합, 공원지킴이 8명과 함께 월평공원을 탐방했다.
눈에 보인 월평공원은 여전히 생명의 보물섬이었다. 월평공원은 산이 높지 않고 겨울이었음에도 골짜기마다 시냇물이 흐르고 도시에서 보기 힘든 은사시나무와 굴참나무, 버지니아 소나무가 숨은 듯 서 있었다.
살짝 언 낙엽 아래에서는 맥문동이 파란 잎을 틔웠고, 달뿌리풀과 텃세어치도 눈길이 닿는 곳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때문인지 쌀쌀한 날씨에도 어린이집 원생들이 선생님을 따라 산행하는 모습도 보였다.
월평공원의 풍경은 갑천방향에 접어들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머리 위로 도솔터널과 금정교가 보이고 왕복 8차선의 다리를 떠받치는 육중한 교각이 위협적으로 세워져 있었다.
도솔터널 직전까지 골짜기에 잔잔히 흐르던 냇물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자갈 깐 인공하천에서는 돌 망태기만 보일 뿐 냇물은 보이지 않았다. 또 도솔터널을 잇는 금정교 아래에는 담배꽁초부터 생활쓰레기까지 운전자들이 던진 온갖 쓰레기들이 낙엽처럼 쌓였다.
대전충남녹색연합 김성중 활동가는 “금정골이라고 불리던 자연 골짜기가 자갈 깔린 인공하천으로 바뀐 이후 더이상 냇물은 흐르지 않는다”며 “골짜기와 하천을 연결하는 부분이 끊어져 반딧불부터 희귀식물도 자취를 감췄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정골에 서식하던 희귀식물 '땅귀개', '이삭귀개' 등은 금정교 공사가 진행될 때 다른 3곳에 이식을 했으나 이날 관찰에서는 모두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석축을 쌓아 만든 저수지는 누구도 관리하지 않아 이미 물이끼가 심하게 끼어 있었다.
관심은 호수공원과 도안2단계 아파트단지가 월평공원과 갑천 습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다.
생태계 원형의 모습을 간직한 곳에 수달과 삵, 흰뺨검둥오리 등을 보호할 완충녹지가 필요하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활동가는 “도솔터널에 이어 대규모 아파트단지까지 만들어질 예정이어서 월평공원과 그 주변의 생태계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강한 빛과 소음에서 생태계를 지킬 수 있도록 완충녹지를 건의하고 있다”고 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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