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 인사를 놓고 '불편한 동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시가 추진하는 정책 방향에 대해 산하기관들이 노골적으로 탐탁지않은 반응을 보이는 등 연초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우선 대전도시공사가 그렇다. 최근 권선택 대전시장이 대전산업단지 재생사업 참여를 '적극 검토해 보라'는 지시를 도시공사에 내리면서 문제가 촉발됐다. 산단 재생사업을 위한 민간사업자 공모가 두 차례 무산되면서 시가 내린 특단의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상과 개발 등 사업 과정에서 난항이 불가피해 장기 표류할 수 있는데다, 자칫 공사 경영에 상당한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벌써 말들이 많다.
공사의 한 직원은 “검토는 해보겠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LH같은 공기업은 물론, 민간건설사들조차 외면한 사업을 떠넘기는 것에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시로부터 1년에 50억원 정도의 적자보전금을 지원받는 대전마케팅공사도 마찬가지다. 시는 공사의 사업영역 확장을 위해 행정자치부가 직영하는 세종시 행정지원센터를 위탁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전컨벤션센터(DCC)와 기능이 중복되는데다, 대전과 세종의 상생협력, 효율성을 위해 협업을 내세운 '정부 3.0'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감하고도 이색적인 행보다. <본보 1월 5일자 2면 보도>
그동안의 실적 등을 통해 공사의 역량이 검증된 만큼, 시야와 보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게 관련 부서의 설명이다.
하지만 마케팅공사의 한 직원은 “내부에서는 한 번도 논의되지 않은 사안이다. 현재 맡은 업무영역도 소화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공사 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시가 매년 인건비와 운영비 등으로 수십에서 수백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출연기관들도 미묘한 분위기다.
시는 올해 '출연기관 개혁'을 추진한다. 지난해 9월부터 출자·출연기관의 관행을 바로잡고 효율적 예산운영, 재정 건전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경영평가를 하는 등을 담은 지자체 출자·출연기관 운영 관련법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핵심은 경영지표 개선으로, 특히, 전체 세입 중 시의 출연금 의존도 개선을 중점적으로 추진 중이다. 다시 말해, 수익사업 방안 등 자구책을 마련해 보라는 것이다.
시는 지난해에만 대전발전연구원에 69억원, 대전테크노파크 394억원, 경제통상진흥원 141억 원, 신용보증재단 139억원, 문화산업진흥원 55억원, 대전문화재단 111억원, 대전평생교육진흥원 102억원, 대전복지재단 50억원, 고암미술문화재단 20억원, 인재육성장학재단 46억원 등의 예산을 지원했다.
하지만, 출연기관들은 대체로 '수익발굴은 기관 설립 목적이 맞지 않고, 할 수 있는 수익사업도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앞으로는 경영마인드를 갖고 인건비와 운영비를 충당해 예산 절감 방안을 찾아보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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