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국회 통과로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청신호가 켜졌지만, 유력한 방안으로 꼽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중부캠퍼스 유치도 '일방적인 구애'에 불과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예종 측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공약을 내걸었던 권선택 대전시장도 신년 오찬간담회에서,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언급할 정도다.
대전시는 충남도청 부지 활용을 위해 한예종 중부캠퍼스 유치를 내세우고 있다. 중구 국회의원 시절부터 한예종을 언급했던 권 시장이 선거 당시 이 방안을 적합하다며 공약을 내건 만큼 문화체육관광부가 시행할 활용방안 용역에 포함하기 위한 계획을 준비해 왔다.
도청사 활용방안 논의는 2009년 민선 4기와 2011년 민선 5기에서도 활발했다. 두 차례의 용역을 통해 나온 결론은 복합문화공간과 문화예술창작복합단지 조성이었다. 도청사 본관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활용방안에 일부 제약이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앞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는 문화예술백화점과 근현대역사전시관을 제시했다. 당시 문화관광부가 국비와 시비, 민자까지 포함해 1조 30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초대형 계획이었다. 뒤를 이은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당시 문화예술복합단지를 공약하는 등 도청사 활용방안은 권력에 따라 수없이 번복돼왔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었다.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정부의 도청사 부지 매입이 선결과제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수립조차 되지 않았다. 부지매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늦어지면서 그동안 뜬구름만 잡은 셈이다. 정부 정책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어서라는 게 담당자들의 설명이다.
특별법이 통과된 만큼, 시는 올 해부터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나서겠다는 방침이지만, 먹구름만 가득한 분위기다.
협상 당사자인 한예종 측 관계자는 “전혀 이전 계획은 없다. 처음 듣는 얘기”라고 말했다. 대전시가 단 한 번도 학교 측에 언급하거나, 제안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전하려면 대학 정원 조정 문제와 재정 등 복잡한 문제가 많은데다, 교수와 학생 등 구성원들이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전했다.
시 도시재생본부 관계자는 “특별법이 통과한 만큼, 문체부 용역에 포함하려 하는 데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문체부에서도 신중한 입장”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이나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이 아닌 장기과제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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