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형 대덕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우리는 연고주의와 이념·교육·소득·계층 등의 차이 속에서도, 대한민국이란 공동체 운명 안에서 함께 살고 있다. 그러한 차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대한민국만의 문제도 아니고, 또한 앞으로도 계속될 난제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우리가 정말로 한 배에 탄 것이라면, 슬기롭게 함께 사는 방법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 보고, 공감대와 일체감을 형성하여 대한민국호를 순항하게 해야 할 것이다.
함께 산다는 의미의 공생(共生)에는 여러 개념들이 있다. 먼저 개미와 진딧물의 관계로 대표되는 상리공생(相利共生)은 서로에게 모두 이득이 되는 것으로, 경제학적으로는 파레토 효율이나 최적이라 부른다. 이는 바람직한 것이지만, 이득을 보되 어느 한편이 더 큰 이득을 본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도 대한민국이 상리공생의 사회라면 참으로 괜찮은 것이다.
문제는 한쪽에만 이득이 되는 편리공생(片利共生)과 자신은 별로 얻는 것도 없으면서 상대에게 해를 끼치는 편해공생(片害共生)에 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전자의 대표적인 예로는 갑을관계를 들 수 있고, 후자에는 묻지마 폭행이나 방화 또는 난폭운전 등이 해당될 것이다. 우리가 함께 산다는 공생과 배려라는 기본 틀 안에서, 2015년 이후는 다른 이들에게 해를 끼치는 편리공생과 편해공생이 줄어들고 상리공생이 좀 더 늘어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상리공생이 터전을 잡고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상생(相生)의 토양이 마련되어야 한다. 상생은 일반적으로 서로 잘 사는 것 또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는 쌍방행위로 알려져 있지만, 본래의 뜻은 이와 다르다. 상생이란 오행설(五行說)에서 나무는 불을(木生火), 불은 흙을(火生土), 흙은 쇠를(土生金), 쇠는 물을(金生水), 그리고 다시 물은 나무를 살리는(낳는)(水生木) 것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를 말한다. 상생을 쌍방행위로만 파악하면 나무와 불의 관계 또는 불과 물 등의 관계처럼 상극(相剋)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상생이란 크게 보면 우주나 자연(생태계)의 순환이자, 삶의 원리이며, 작게는 우리 몸의 순환과 같은 것이다. 음식을 잘 섭취하면 건강이 좋아지고, 이에 따라 생산성과 소득이 높아져 저축과 소비가 늘어나고, 다시 음식을 더 잘 섭취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바로 인간 신체에서의 상생이다. 국가적으로 상생의 선순환은 국민 모두가 바라는 경제 살리기에서 시작될 수 있다. 정부 또는 기업에서 일자리를 늘리면 소득이 증가하고, 이는 저축과 소비를 늘려 기업의 자본축적과 기업이 일자리를 다시 늘리는 선순환을 제도화하는 것이 국가라는 시스템의 상생구조인 것이다.
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 단순한 쌍방 간의 관계(예를 들어 사자와 사슴)는 상극이자 편리공생의 관계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생태계 관점에서 보면 사슴이 풀을 먹고, 사자는 사슴을 먹고, 남은 사슴 사체나 죽은 사자 사체를 독수리 등이 먹고, 이들의 배설물로 벌레나 풀이 잘 자라 다시 사슴이 풀을 잘 먹고 하는 등의 선순환 관계가 바로 생태계에서의 상생인 것이다. 그러므로 상리공생을 넘어 상생의 선순환 구조가 제도화되기 위해서는, 내가 내 일을 성실히 하거나 또는 누구에게 도움을 주면, 그로부터 즉각적인 이익이나 도움을 얻기보다는 장기적이고 결과적으로 나에게 도움이 됨과 동시에, 내가 속한 사회 전체에 이득이 된다는 사실(진리)을 모두가 인식하고 체감하여 널리 퍼져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이를 실천하는 행태가 보편화되면 대한민국 사회가 차이는 있지만 그 차이를 부정하지 않고 더불어 발전하는 건전한 사회로 자리 잡을 것이다. 여기에서 상생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앞장 서 실천할 수 있는 각 분야의 바른 지도자가 필요하고, 나아가 이에 대한 기본적이고 구체적이며 체계적인 국민교육과 홍보가 지속적으로 실행되어, 2015년 대한민국이 진정한 상생의 선순환 구조가 제도화되는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
이하형 대덕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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