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 순박하고 온순한 동물의 상징이기도 하다. 십이지에서 양은 순하고 평화로운 동물로 나타난다. 양은 떼를 지어 다니지만 결코 다투지 않는다. 다른 동물들과 달리 서열싸움이나 암컷을 독차지하기 위한 싸움들을 하지 않는 것이다. 양의 성격이 순박하고 부드러운 것처럼 양띠도 온순해 “이 해에 며느리가 딸을 낳아도 구박하지 않는다”는 속설도 있다.
반드시 가던 길로 되돌아오는 고지식한 습성도 빼놓을 수 없다. 원체 싸우는 일이 없는 양이지만 일단 성이 나면 폭발하고 마는 다혈질 기질도 있다.
우리나라에선 면양이 일반화되지 않았지만 양에 관한 기록은 역사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본 법왕 1년에는 백제에서 낙타 한 마리, 나귀 한 마리, 양 두 마리 등을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신라 헌덕왕 12년에는 “신라에서 검은 숫양 두 마리와 흰 양 네 마리 등을 보냈다”는 기록도 보인다.
양은 태조 이성계의 꿈에도 등장한다. 초야에 묻혀 지내던 이성계가 양을 잡으려는데 양의 뿔과 꼬리가 몽땅 떨어지는 꿈을 꿨다. 무학 대사에게 찾아가 꿈을 이야기하니 한자에서 양의 뿔과 꼬리가 떨어지면 '왕(王)'자만 남게 되니 임금이 되리라 해몽했다. 이후 이성계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가 되었다. 양이 나오는 꿈은 길몽으로 해석된다.
양의 글자 자체에서도 좋은 의미만을 담고 있다. 착할 선(善), 아름다울 미(美), 의로울 의(義) 등 양은 유순하고 상서로운 의미를 담는다. 속담에 '양띠는 부자가 못된다'는 말이 있다. 양띠 사람은 너무 정직해 부정을 못보고 너무 맑아 부자가 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천성이 착한 탓에 남을 해할 줄 몰라 희생만 하는 양들은 우리 민족사와 비견되기도 한다. 양은 뼈에서부터 가죽, 털, 고기까지 버릴 것이 없는 동물이기도 하다. 양 기름은 단백질, 지방이 풍부해 허약체질인 사람에게 좋다. 양고기는 양이 적고 흔치 않아 귀한손님에게 접대하는 음식으로 사랑 받았다. 양모는 가볍고 보온성이 높아 양모로 짠 모직은 옷감 중에서도 최고급으로 친다. 양 가죽은 지갑, 벨트, 장갑, 외투 등의 피혁 제품으로도 가공돼 두루 쓰인다.
무리지어 다니지만 서로 싸움이 없고, 왔던 길로만 되돌아가는 양. 자연의 순리를 따르고 주어진 환경에 조화롭게 적응한 양.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쉼 없이 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양은 많은 교훈을 준다. 을미년 양띠해. 양처럼 선하고 의로운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송익준 기자·자료참조=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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