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는 대학 응급실에서 뇌출혈 진단을 받았고 가족과 단절된 노숙생활로 의료급여 대상자가 아니어서 일반인보다 훨씬 비싼 진료비가 청구될 상황이었다.
다행히 충남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부의 도움으로 입원할 수 있었지만, 정부가 제도로 만든 노숙인 의료급여제도의 혜택은 지금까지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노숙인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만든 의료급여제도가 까다로운 자격조건과 복잡한 절차 때문에 노숙인 건강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전에서 노숙인 의료급여제도를 통해 지정병원에서 진료받은 노숙인이 단 2명에 불과해 자격 완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정식 주거지가 없거나 주거환경이 현저히 열악한 곳에서 생활하는 노숙인이 정부의 의료급여 받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2012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노숙인이 '노숙인지원법'에 따라 의료급여 대상자로 선정돼 진료를 받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게 현실이다.
3개월 이상 노숙인 일시보호·자활시설 이용자로 확인된 경우나 질병, 부상, 출산 등에 대해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사람,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지 않았을 때 등에 노숙인 의료급여를 신청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질병이 발병해 병원에 가서 자격조건이 확인된 후에 비로소 의료급여를 신청할 수 있는 것으로 실제 대상자로 선정되기까지 최소 15일이 더 소요된다.
대전 노숙인보호시설 관계자는 “병이 발견돼 노숙인을 급히 병원에 옮겨도 의료급여가 없어 병원비 때문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이를 예방하려 노숙인 의료급여제도가 있으나 자격 요건이 상당히 까다롭다”며 “신청을 해도 급여대상자로 판정될 때까지 최소 2주간의 병원비는 소급 적용도 안 되고 비급여로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대전역 광장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진 노숙인 김모(60)씨도 의료급여를 신청했으나 현재까지 대상자로 판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 노숙인 의료급여 대상자가 되더라도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병원에서만 진료를 받을 수 있는데 이용률이 극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 병원인 대전 중구 A병원에서 올해 노숙인 의료급여로 진료한 노숙인은 2명뿐이다.
노숙인 보호시설인 벧엘의집 원용철 목사는 “노숙인 의료급여제를 국민건강보험과 분리하는 것부터 차별이고 하나의 범주에서 운영돼야 한다”며 “올해 대전역 쪽방에서 최소 25명이 외롭게 숨을 거둔 것도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임병안·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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