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16곳에서 발생한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의 여파는 지역민들의 여가생활에도 타격을 입혔다. 지역 동물원은 휴장하거나 제한적 운영을 하고, 철새 등을 접할 수 있는 기회도 줄었다.
23일 충청권 광역 및 지자체들에 따르면 청주 동물원이 이날 무기한 휴장에 돌입했다. 동물원 내 우제류와 조류의 건강, 나아가 생명을 위해서다. 현재 청주동물원에는 105종 529마리의 동물이 사육되고 있다.
그 중 구제역 전염 위험이 있는 우제류 동물은 6종 25마리이며 지난 10일 백신접종을 완료했다. 조류는 53종 349마리가 있다.
청주동물원은 휴장 후 소독 및 방역을 더욱 강화하고, 질병예찰 강화조치 및 우제류 반입을 제한하는 등 전염병 유입을 원천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서산에서는 지역내 AI 유입 원천 차단을 위해 천수만 철새탐사버스의 운영을 지난 19일 중지했다. 최근 AI 바이러스가 발견된 곳은 서산에서 비교적 거리가 먼 충북 증평이지만 날아다니는 철새의 특성과 올해 내내 전국 각지에서 AI가 발생하는 등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전 동물원은 올해 초부터 아예 사람이 접촉 가능한 조류사의 운영을 중지했다. 현재도 철망 등으로 된 조류사는 운영되지 않으며, 유리로 차단된 조류사만 관람 가능토록 했다.
이렇게 동물과 새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줄면서 지역민들이 여가를 즐길만한 기회도 함께 줄어들고 있다.
지역민 신모(65)씨는 “아이들의 방학을 맞아 가족 및 친척들과 동물원 방문을 계획했지만, 영화 관람으로 만족해야할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아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조류사의 운영을 제한한 대전동물원의 경우, 구제역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한 일부 우제류의 관람 중단에 대해서는 동물원 반경 30㎞ 내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될 때 고려하기로 했다.
그 전까지는 소독시설을 운영하며 방역당국과 연락체계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철새 탐사 버스의 운영을 중지한 서산 버드랜드도 소독약을 준비해 놓고 공원 입장은 가능토록 했다.
세종 베어트리파크와 아산 피나클랜드 등은 휴장이나 운영 축소 등의 계획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관련 지자체는 해당 업체의 운영에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구제역이나 AI와 관련한 관람 시설의 운영은 업체 및 사업소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충북=박근주·내포=유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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