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크리스마스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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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광장]크리스마스의 추억

강도묵 대전·충남 경영자총협회장 (주)기산·경림엔지니어링 회장

  • 승인 2014-12-23 14:11
  • 신문게재 2014-12-24 19면
  • 강도묵 대전·충남 경영자총협회장강도묵 대전·충남 경영자총협회장
▲강도묵 대전·충남 경영자총협회장 (주)기산·경림엔지니어링 회장
▲강도묵 대전·충남 경영자총협회장 (주)기산·경림엔지니어링 회장
메리 크리스마스! 성탄이다. 비록 기독교인은 아니어도 이 날만은 마음이 부풀고 설레기 마련이다. 거리에 나서면 캐럴이 울려 퍼지고, 사람들의 옷차림이 걸음을 재촉한다. 별로 바삐 할일도 없으면서 요란한 성탄목(聖誕木) 사이를 빠져나간다. 이런 날 함박눈이라도 퍼부으면 분위기는 절정에 이른다. 성탄 전야에는 굳이 거리에 나서지 않아도 시간여행을 강요당한다. 한없는 과거로의 여행에 나서게 된다. 일 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이었지 싶다. 제 생일이라 하여 친구 불러 자장면 한 그릇 나눌 수도 없었던 시절이라, 성탄절이 오히려 축제일이었다. 누구나 다 캐럴을 흥얼거렸고,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기다렸다.

어린이들은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머리맡에 양말을 놓아두고 잤다. 모든 어린이들은 성탄일이 가까워지면 착한 어린이가 되려고 노력했다. 착한 어린이에게만 산타는 선물을 주기 때문이다. 동생도 잘 돌보고 부모님 심부름도 스스로 나서서 했다. 교회에 나가는 집에서는 성탄 전야에 일찍 저녁식사를 마치고 사립문 위에 호롱불을 걸어 놓았다. 그러면 성가대들이 방문하여 찬송을 하고 선물을 받아갔다. 다음날 교회에서 나눌 선물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징글벨', '고요한 밤', '루돌프 사슴코', '화이트 크리스마스', '창밖을 보라', '울면 안 돼' 등 대표적인 캐럴을 부르면서 즐거워했다. 그 곡조는 한결 같았고, 경건하게 들렸다. 어른이 부르든 아이가 부르든, 남자가 부르든 여자가 부르든 그 가락이 똑같았다.

하지만 요즈음의 캐럴은 다르다. 자신의 취향에 맞게 편곡하여 부른다. 어느 하나 옛것에 만족한 소리가 없다. 다 개성에 찬 목소리로 차별화된 노래를 부른다. 다양한 형태의 음악이 성탄을 전후하여 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된 것이다. 참으로 개성시대라 아니할 수 없다.

크리스마스트리도 다양하다. 옛날에는 정원이나 화분의 나무를 이용했고, 인조목에 간단히 전구를 달아 꾸미는 것이 고작이었다.그러나 요즈음은 다르다. 많은 동물이나 조형물을 만들어 다양한 형태를 선보이고 있다. 더러는 대형의 구조물도 있으니 가난한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들이 겨울밤을 수놓고 있다.

크리스마스 선물도 그렇다. 예전에는 조그마한 성의면 되었다. 심지어는 일정한 금액을 정해 놓고 그 안에서 서로 나누는 것으로 여겼다. 볼펜이나 양말, 털장갑, 막과자, 십리사탕정도면 족했다. 그 여유도 없으면 카드로 서로의 마음을 전하기도 하였다. 인쇄된 카드를 구매하는 것보다 정성 들여 제 손으로 그려서 전달하는 것을 오히려 소중하게 생각했다.

오늘날 크리스마스 선물은 어떠한가. 모두가 고가의 것들이다. 자신의 정성이 들어 있는 것보다 돈으로 해결하는 세태가 되었다. 가죽장갑, 화장품, 목걸이, 반지, 시계, 가방 등이고, 그것도 명품이어야 한다.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 아니고, 서로를 옭아매는 뇌물의 역할을 하는 것들이다.

세상이 참으로 많이 변했다. 모두가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고, 금전적 여유를 가지고 이루어진다. 세상이 그리 변해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가장 진귀한 선물은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닐까. 가난한 두 부부가 주고받은 이 선물은 아무리 세상이 팍팍해도 영구불변의 소중한 선물인 것이다.

아내 델라는 크리스마스 전날 남편 짐에게 줄 선물을 고심한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반찬을 구입하며 깎아 모운 돈 1달러 87센트밖에 없다. 어찌하는 도리가 없자 갈색 폭포수처럼 물결치고 빛나는 자신의 머리를 잘라 팔아 시곗줄을 산다. 무릎 밑까지 늘어뜨려 옷 한 벌을 걸친 것 같은 아름다운 머리는 델라에게 있어서는 가장 소중한 것이었다. 짐 역시 가진 것이 없어 할아버지 대부터 물려받은 자신의 금시계를 팔아 아내의 예쁜 빗을 산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소중한 것을 팔아 선물을 샀다. 부부는 서로 의미 있는 선물을 주려고 자신의 소중한 것을 포기한 것이다. 이보다 더 마음을 담은 소중한 선물이 또 있을까. 영원히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선물인 것이다.

성탄절을 맞아 이같이 아름다운 사랑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양한 변화보다 진솔한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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