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지문정보가 학교를 거쳐 보안회사에 넘어가 수십 년간 보관되고 어떻게 사용되는지 파악도 할 수 없다는 점을 제기했어도 학교는 다른 수단을 제공하지 않았던 것.
이에따라 A씨는 대전인권사무소를 찾아 인권침해를 호소했고, 인권위 조사과정에서 학교는 출퇴근장부를 비치하는 것을 개선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 개소를 계기로 지역에 잠재해 있던 다양한 인권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0월 대전인권사무소가 문을 연 이후 지역에서는 두 달동안 158건의 인권 관련 진정이 접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전·충남에서 제기된 인권 진정 91건보다 올해 제기된 인권진정이 73% 늘어난 것이다.
청양 석면광산터 폐기물중간처리장의 석면으로 인한 주민들 건강권 침해사건을 비롯해 교육청 장학사의 욕설에 대한 인권침해, 본인 의견이 무시된 공무원 공로연수 처분, 공사장 소음과 비산먼지로 인한 피해, 구금시설과 정신보건시설에서의 부당한 처우 등이 인권 진정으로 접수됐다.
그동안 해당 기관이나 개인의 문제로 치부돼 해소되지 않고 갈등만 부추기던 사안에 인권적 측면이라는 새로운 접근방식이 만들어진 것이다.
대전인권사무소 관계자는 “손가락 지문이라는 생체정보나 근무 중 휴게시간, 본인 동의 없는 정신병원 입원 등이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당한 사건으로 볼 수 있다”며 “인권의 범주에서 발생하는 차별과 침해에 대해 개선방법을 찾아 해당 기관에 권고하는 게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에서 접수된 인권 진정사건 중 교도소 등 구금시설에서 인권침해를 호소한 진정이 52건으로 가장 많고, 요양병원 등 정신보건시설 49건, 지자체 8건 순이다. 동주민센터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휴게실과 휴식시간을 제공하지 않는 구청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해 곧바로 개선된 사례도 있다.
인권에 대한 상당도 늘어나 대전인권사무소 개소 후 최근까지 조사관이 직접 진행한 인권 관련 상담도 210건이 이뤄졌다.
늘어나는 인권 진정과 상담에 대한 인력확충과 인권을 교육하는 전문교육센터 마련이 대전에서 서둘러 진행할 사안으로 제기됐다.
류인덕 소장은 “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와 권고 결정 등이 강제적 힘을 지닌 것은 아니나 인권적 차원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방향을 제시하고 법원에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며 “인권수요에 발맞춰 지역에 인권 인프라 구축에 노력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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