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김 씨의 형편에 이런 장난감은 사치품이다.
김씨는 “아들이 선물로 받고 싶다고 조르지만, 빠듯하게 살림을 꾸려가고 있어 아이에게 비싼 선물을 사줄 처지가 아니다”며 “혹여나 유치원에서 다른 아이들과 비교될까 우려된다”고 하소연했다.
#박모(38)씨는 연말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여행을 선택했다.
아이 성장 시기에 맞춰 뜻 깊은 여행을 선물해준다면 돈으로 바꾸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박 씨는 “사람은 보는 만큼이 아니라 볼 수 있는 만큼 큰다는 말이 있다”며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아이들에게 좀 더 일찍 세상을 몸소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연말연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자녀를 둔 주부들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1만원을 아끼기 위해 세일행사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특급호텔 크리스마스 패키지가 동이 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역 A 어린이집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원생과 파티를 열면서 '선물은 부모가 준비해 달라'고 안내하면서 학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방송 오락 프로그램을 통해 값비싼 장난감이 자주 노출되면서 아이의 선물 요구 수준 역시 높아지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너무 간소한 선물을 어린이집에 보냈다가 다른 아이와 비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일부 학부모들은 이미 한 달 전 아이들과 함께 할 여행 및 호텔 패키지를 완료 하는 등 고가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실제 경기 불황에도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앞둔 호텔 객실과 레스토랑, 파티장 이미 예약이 완료돼 방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호텔업계도 연말 특수를 겨냥해 다양한 이벤트를 곁들인 투숙 패키지, 호텔 내 클럽·바 연말 파티, 레스토랑 신메뉴 등 다양한 행사와 상품,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소비 양극화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장혜자 대덕대 영유아보육과 교수는 “산타 행사를 열면서 크리스마스 선물 열풍이 시작 됐지만, 선물은 그때 뿐”이라며 “선물의 의미라기보다는 그런 날에는 가족이 다같이 모여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하다.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을 주기 보다는 마음으로 풍요롭게 해주는 게 훨씬 좋은 선물이다”고 조언했다.
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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