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한영 교수(건양대병원 흉부외과) |
▲협심증은 심근경색의 원인=심장은 1분에 약 70회, 하루에 약 10만번 정도 뛰면서 몸 전체에 혈액을 공급하는 기관이다. 이러한 심장박동의 원천은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세 개의 큰 혈관(관상동맥)에서 공급되는 혈액 속의 풍부한 산소와 영양분이다. 그러나 이 혈관들에 동맥경화증이 생기면 혈관이 점점 좁아지고 혈액 공급량이 줄어들어 심장근육이 허혈을 일으키는데 이러한 증상을 협심증이라고 한다.
심장 혈관이 좁아지는 협심증을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좁아진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서 심장근육에 혈액공급이 안돼 심장이 기능을 잃을 수 있다.
협심증은 심근경색증의 원인이 된다. 심근경색이 생기면 발생환자의 약 35% 정도는 병원에 도착하기 전 사망한다. 병원에 도착했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연되면 심장 근육이 괴사하면서 사망할 수 있다. 하지만 병원에 빨리 도착한다면 응급시술로 막힌 혈관을 뚫어 생명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조기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기증상 느낄 수 없어 '위험'=관상동맥은 우측 및 좌측 관상동맥으로 구성돼 있다. 관상동맥이 75% 정도로 좁아질 때까지는 거의 증상이 없다. 하지만 더 이상 진행되면 협심증 증상이 생긴다. 다만 좌측 관상동맥의 시작 부위는 50%만 좁아져도 협심증이 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슴 통증을 호소한다고 해서 모든 환자의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 중 절반가량은 심장 이상 때문만은 아니다 보니 이를 구분하기 위한 진단이 필요하다.
가슴 통증으로 입원해서 심장혈관 검사를 받고 관상동맥이 좁아진 것이 확인돼 그곳에 스텐트(혈관이 막히는 것을 방지하려고 집어넣는 그물모양의 관) 삽입술을 한 환자가 계속 통증을 호소해서 다시 복부를 검사해보니 간암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류한영 교수는 “스텐트 삽입술 후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서 내시경 검사를 했더니 위염이나 위암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비록 흔하지 않지만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상황”이라며 “반대로 소화기내과에서 내시경 검사를 했는데 식도염, 위염, 위궤양 등 별다른 이상이 없어서 다시 심장혈관 검사를 했더니 관상동맥이 좁아진 것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겨울, 아침 주의=협심증의 진단은 먼저 환자의 가슴 통증이 가장 우선이다. 병원을 찾으면 가슴 X-선 사진과 심전도를 일차적으로 검사한다. 환자 증상과 종합해 심장 초음파와 심장혈관 조영술을 시행한 뒤 최종적으로 진단한다.
심장혈관 조영술을 했을 때 관상동맥이 좁아진 것이 발견됐다고 모든 환자에게 수술을 하는 것은 아니다. 혈관 좁아짐이 75% 이상 진행된 부위에 풍선을 집어넣어 혈관을 넓히거나, 대체 혈관을 잇는 우회 수술이 필요하다.
이에 앞서 고혈압 환자의 경우 혈압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소 고혈압약을 복용중인 환자는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아침 운동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유는 먼저 기온이 낮은 아침에 추위에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하게 돼 심장 발작이나 뇌경색 위험을 증가시키게 된다. 아울러 대부분 혈압약의 약효 지속시간은 12~24시간 정도여서 아침이면 전날 복용한 혈압약의 효능이 떨어져서 혈압이 상승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심장 발작의 위험이 다른 시간보다 높다.
좁아진 관상동맥을 치료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먼저 좁은 관상동맥을 풍선으로 확장하고 스텐트를 삽입하는 방법. 이런 관상동맥 확장술이 불가능한 경우엔 관상동맥을 우회하는 수술, 즉 '관상동맥 우회술'을 하게 된다.
관상동맥 우회술은 환자의 심장 혈관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환자 몸의 다른 곳에서 혈관을 가져다가 좁아진 심장혈관 부위를 우회하는 수술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늘 다니던 도로가 좁아질 경우, 관상동맥 확장술은 직접 좁은 도로를 확장하는 방법이고, 관상동맥우회술은 좁은 도로는 그대로 두고 새로운 우회도로를 건설하는 수술법이라고 할 수 있다.
▲치료 미루다가는 '돌연사'=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사망 원인은 혈액을 뿜어내는 심장 수축력이 급속하게 떨어지는 심부전, 심장 박동이 불규칙한 부정맥, 심장 근육의 괴사(심장근육에 피 공급이 중단되면 3~6시간만에 근육은 기능을 잃어서 되살릴 수 없다)로 생기는 심장파열 등이 있다.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최대한 빨리 혈관을 막은 혈전을 녹이는 약물을 사용하거나, 응급으로 관상동맥 확장술을 해야 한다. 필요하면 관상동맥 우회술을 할 수도 있다.
건양대병원 흉부외과 류한영 교수는 “관상동맥 확장술이 발달하면서 급성심근 경색에 의한 응급 관상동맥 우회술은 차츰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관상동맥 확장이 불가능하거나 3가지가 모두 협착이 있는 경우, 그리고 좌측 관상동맥이 시작되는 주 관상동맥이 좁아진 경우엔 수술이 필요하다”며 “관상동맥 우회술은 인공심폐기를 이용해 심장을 정지시킨 상태에서 관상동맥을 이어붙이는 수술과 합병증을 막기 위해 심폐기를 삽입하지 않고 심장 고정 장치를 이용해 심장 움직임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시행하는 수술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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