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변호사 |
오히려 어떠한 이유로 하여 회사를 그만두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경우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경우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근로자가 회사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하여 회사입장에서 별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약간의 예외가 있을 것이지만. 과연 노동시장이 유연해진 탓일까? 아니면 널리고 널린 것이 취직 못한 근로자라 그런 것일까? 아마도 후자일 것이다. 오히려 요사이 노동시장이 유연하지 못하다고 하면서 정부에서는 정규직에 대한 해고 등의 요건을 완화하는 것을 내년의 노동정책 중의 중요한 한 과제로 삼고 있다.
어떠한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서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노동정책에 있어서 비정규직을 좀 더 보호하기 위하여 정규직들의 기득권을 없애고 그들의 해고를 유연하게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원인에서 발생한 문제를 엉뚱한 해법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 즉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식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더욱이나 이러한 선의의 정책을 회사에서 악용한다면 그리고 이러한 악용가능성을 알고도 정부에서 이를 방치한다면 우리경제는 더욱 더 큰 어려움을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도 이 정책을 세운 것은 회사가 어렵고 정규직이 기득권을 고집하고 있는 한 회사는 비정규직을 채용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회사의 어려움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정규직이 고집스럽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회사의 잘못된 운영 탓일까? 물론 회사가 어려운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회사의 어려움이 외부에서만 오는 것이라고 가정하고 생각해 보자. 즉 회사는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외부, 즉 그 회사에서 생산되는 물품이 잘 팔리지 않아 회사의 수입이 줄어들 때를 가정하는 것이다. 당연한 것이지만 회사의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생산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 수요가 준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단순하게 보면 소비자들의 소비가 줄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이 소비가 바로 근로자의 수입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회사의 어려움이 근로자들의 수입이 줄었기 때문이지 근로자로 인한 문제, 즉 정규직의 기득권의 문제와는 전혀 다른 문제임이 분명하다. 경제학적인 관점에서는 오히려 회사에서는 근로자의 임금을 늘려주어야 회사의 수입이 늘어나는 것이다.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임금을 줄이려고 든다면 결국 회사는 그것 때문에 부메랑이 되어 다시 회사를 더 어렵게 할 것은 분명하다. 물론 정부의 이러한 정책이 비정규직만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으로 성공한다면 좋겠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들은 이러한 정책을 빌미삼아 회사비용 중 임금 자체만을 줄이려는 의도를 가진다면 - 오히려 회사들은 언제든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정책을 악용하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 이 정책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계속)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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