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인문학의 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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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인문학의 발판

김영란 시인

  • 승인 2014-12-14 13:09
  • 신문게재 2014-12-15 18면
  • 김영란 시인김영란 시인
▲김영란 시인
▲김영란 시인
조선후기 실학자 이덕무의 “하루도 나는 선인들의 책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다” 는 말이 가슴에 깊이 남는다. 미래는 끊임없이 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의 것이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배우는 능력, 그리고 학습하는 방식을 개선해 나가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나는 늘 내 자신에게 이야기 하고 있다.

“청년기에 글을 읽는 것은 울타리 사이로 달을 바라보는 것과 같고 중년기에 글을 읽는 것은 자기 집 뜰에서 달을 바라보는 것과 같고 노년에 글을 읽는 것은 발코니에서 달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 책에서 읽었던 것을 독서 노트에 메모해 놓은 아름다운 글이다.

독서를 통해 나는 많은 의식전환을 가져왔다. 일상을 탈피한 상상속의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독서를 통해 가능했다.

“너만의 풍경을 문장으로 옮겼으니 작가가 될 수 있겠다. 김탁환 소설가의 한마디로 양귀자는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양귀자 소설가는 “독서를 통해 미지의 것을 탐색하고 자아를 발견해가는 과정은 삶의 가장 큰 줄기였다. 삶을 하나의 나무로 비유한다면 책읽기야 말로 절대조건의 밑거름이라는 말에 나는 유감없이 동조한다. 독서는 그 자체가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설파했다.

천지에서 무슨 소리가 제일 맑을까? 눈 덮인 산 깊은 곳의 글 읽는 소리로다. 다산 정약용의 '송파수작' 이라는 시중 일부다. 또한 정약용은 “독서란 큰 학자의 길을 좇게 하고 백성을 교화시키고 임금의 통치를 도울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짐승과 구별되는 인간다움을 만든다. 또한 소매가 길어야 춤을 잘 추고 돈이 많아야 장사를 잘하듯 머릿속에 책이 5000권 이상 들어 있어야 세상을 제대로 뚫어보고 지혜롭게 판단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정약용은 백년에 한번 나올 수 있는 학자라는 생각을 하면서 독서에 대해 이렇듯 강력한 지침과 가치를 이야기하고 정신적 자립과 사물의 이치를 궁구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나는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위대한 도서관은 인류의 일기가 진열되어 있는 곳이다. 문자와 독서와 철학을 사유할 수 있는 인문학의 정수는 도서관에서 거장의 작품과 대가의 저술을 섭렵할 때 인류의 가장 고귀한 생각의 기록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책은 영혼의 젖줄과 같다. 또한 영혼에 피를 돌게 한다는 것을 깊이 숙고하지 않을 수 없다.

성공한 사람의 공통점은 강한 집중력, 살아있는 감성, 창의적인 사고, 정직한 성품, 풍부한 독서력이라는 것을 여러 책에서 공통적인 분모로 발견할 수 있는 설득의 힘이다. 곧 그것과 연결되는 문학은 인간체험의 강력한 표현이며 기폭제이다.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예술적인 언어로 묘사한 삶의 생생한 체험은 문학과 문장이라는 확장적인 사고를 통해 알 수 있다.

작가 조정래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자신이 가장 심도 있게 집필한 태백산맥을 필사 시켰다. 생각을 단련하며 논리를 개발하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나 역시 한 저자의 책을 필사하면서 나의 실존에 대해 인지하고 생각할 수 있는 포괄적인 유연한 사고를 체득하는 과정을 갖게 되었다. 직관과 감정의 혼란으로 늘 모호성을 가진 나의 철학적 기반에 예민한 촉수를 가지게 되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우리는 인문학의 뿌리를 찾아서 나의 생각과 문장과 서술, 그리고 역사라는 거대한 줄기가 가져다주는 인간의 근본 사유와 철학이 몽매해 지지 않도록 날마다 노력해야 함을 나는 서술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살아가는 삶의 성과에 무한한 경외감을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인간의 문장을 갈고 닦을 수 있는 독서와 역사의 반추, 그리고 자기 자신의 위치와 삶의 목표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철학과 사유로 가는 인문학의 길을 내 고향 논산시에 끊임없이 토착화 시킬 수 있는 임계점을 조성해야 함을 선명하게 그려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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