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와 의료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환자를 진료하는 것도 그 안에 희생과 봉사가 따르지 않으면 진정한 치료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의사로서 30여년 한우물을 파온 정호(55) 세우리병원장이 '대전시자원봉사연합회'의 수장으로 '의미있는 외도'에 나섰다. 정 병원장은 지난 8일 패션월드웨딩홀에서 열린 대전시자원봉사연합회 이사회와 임시총회에서 제4대 대전시자원봉사연합회장에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이날 '자원봉사로 시민의 마음까지 보듬기 위해 나선' 정 신임회장을 임시총회 현장에서 만나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편집자 주>
▲대전시자원봉사연합회를 전국 1위로 만들고파=정호 회장은 대전시자원봉사연합회 신임회장으로 추대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부족한 사람에게 회장이란 중책을 맡겨주신데 대해 이사님과 대의원님들께 감사드린다”며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지만,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지는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정호 회장은 “그동안 환자를 진료하면서, 순수한 마음으로 자원봉사하는 분들을 자주 봐왔다”며 “성경에 나오는대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분들, 환자들과 병원까지 동행해서 수발을 들어주시는 분들을 보면서 자원봉사의 참 의미를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자원봉사를 통해 대전을 좀 더 밝은 사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로 만들고 싶다”며 “대전자원봉사연합회 회장으로서 대전을 전국 1위의 자원봉사도시로 올려놓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정 회장은 “인구수 대비 회원수 비율로는 전국의 자원봉사연합회 중 울산이 1위, 대전이 2위지만 많은 연합회 회원들과 힘을 합쳐 활발한 자원봉사활동을 펼쳐 대전을 전국 최고의 자원봉사 으뜸도시로 만들고 싶다”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대전시자원봉사연합회가 관의 지원없이 순수하게 이사들의 회비에 의해서만 운영되는 만큼 재정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 정 회장은 재원 확충을 위해서 이사들 영입에 힘을 기울이는 한편 지역 기업들과도 적극적으로 결연관계를 맺고 더 많은 사업을 펼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 회장은 56명의 이사들이 연 100만원씩 내는 연회비가 자원봉사연합회를 이끌어가는 재정인 만큼 이사진 확보도 급선무라고 했다.
▲자원봉사에 대한 사회적 자긍심 키울 수 있기를=개인적으로도 정 회장은 그동안 적지 않은 봉사 활동을 펼쳐왔다. 오랫동안 복지만두레 활동을 해왔고, 지역방송사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한달에 두명씩 무료진료해준지가 어언 10년째다. 또 매년 김장봉사를 위해 자원봉사연합회에 1000만원씩 지원하는 일 역시 5년째 진행중이다.
“고향은 서산이지만 충북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서울에서 대학을 다닌 뒤 대전에 내려와 을지대학병원을 거쳐 세우리병원을 운영해오면서 대전이 어떻게 발전하고, 어떻게 하면 좋은 도시가 될까를 고민하다가 자원봉사 활동에 나서게 됐습니다.”
정 회장은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자원봉사는 명예로운 자리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원들의 순수한 뜻이 널리 알려지는 가운데 자긍심을 높이고, 그런 가운데 자원봉사에 동참하는 이들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것. 정 회장은 그런 점에서 연합회의 홍보 기능 강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싶다고 했다.
▲병원일과 자원봉사 병행 '시간 부족' 고민=정 회장은 자원봉사에 대한 열정은 뜨겁지만 시간적 여건이 제일 고민이다. 낮에는 자원봉사에 시간을 할애하고 밤에는 수술을 해야할 상황이라는 정 회장은 “그래서 처음에는 회장직을 고사했지만 주변분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결국 수락하게 됐다”며 “이왕 맡게 된 이상 열심히 해서 자원봉사연합회가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닦고 싶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연합회 창립 10주년이 되는 해이기에 자원봉사가 활짝 꽃을 피울 수 있는 해가 될 수 있도록 밀알과 초석이 되고 싶다”며 의욕을 다진 정 회장은 “자원봉사 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전국에서 찾아오는 환자분들을 만나다보면, 그 분들을 통해 각 지역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데 대전이 경제적으로 열악하다는 것을 많이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수도권과는 비교할 수도 없고, 경상도 지역에 비해서도 열악함을 느끼게 된다”는 정 회장은 “지역에 대기업이 없어 아쉬운데 대전에 기업이 많이 들어서고 경제적으로도 활성화돼서 자원봉사 문화도 널리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했다.
▲끝없는 열정의 비결은 '통섭'=16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병원장으로서 밤 11시까지 하루 수십여건의 수술을 강행하는데다 수많은 자원봉사까지, 왕성한 활동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정 원장은 “서산 시골에서 컸기에 힘들 때 극복할 수 있는 힘이 거기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겪었지만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오기와 끈기로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은 시골에서 자라며 얻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어려서부터 신문을 즐겨 읽으면서 인문학과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은데다 사람사이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정 회장은 문과와 이과 공부를 동시에 하는 통섭의 학문을 통해 사회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었고 자원봉사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열정적인 행보는 물론 나이에 비해 훨씬 젊어보인다는 주변의 평에 대해 정 회장은 “15년의 노하우가 쌓여 병원이 수술과 치료면에서 환자들에게 인정을 받으면서 일단 병원 운영이 안정궤도에 들어선데다 어느 정도는 일궈냈다는 성취감에 예전보다 스트레스가 많이 줄었고,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인것 같다”며 “그런 점에서 지금 매우 행복하고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어서 큰 보람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1년에 4000명 정도의 환자를 수술합니다. 이제까지 수술한 환자는 수만명에 이르죠. 전국의 어느 식당을 가던지 저에게 수술받은 환자들이 거의 한두명씩은 꼭 있어서 저에게 인사를 하더군요. 환자들이 건강을 되찾고 밝아진 모습을 보면 의사로서 참 기쁘고 보람이 많이 느껴집니다.”
정 회장은 이러한 성공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광적으로 덤벼들어야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뜻으로,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것.
“의사는 병원이 제일 편하다”는 정 회장은 “매일 오전 7시에 출근해 밤 12시에 퇴근하는데 첫 출근해서 1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빼먹는 쾌감이 크다”며 “정주영 회장이 매일 아침 출근시간을 기다린 것처럼 저 역시 새벽이 왜 빨리 안 오나 기다리는 사람인데 아침이 밝아오면 이 세상을 다 가질 수 있을 것처럼 지금도 마음이 콩닥콩닥 설렌다”고 고백했다.
▲지금까지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해=“지금까지 '조그만 성공'을 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지요.”
정 회장이 개발한 육각수 물 사업에서부터 대전, 충남, 충북 3곳에 간호전문대학을 설립하는 꿈까지 정 회장에게는 무궁무진한 미래의 비전이 펼쳐져 있다. 그 꿈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이 정 회장에게는 즐겁고 설레는 일이다.
어릴 때부터 리더십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정 회장은 “학창시절 부반장 한번 해본 것이 전부입니다. 줄반장만 많이 했던 제가 리더십이 있다고 생각을 해본적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학창시절이 지난 후에야 내게도 이런 재능이 있었구나를 알게 됐죠. 인생은 학창시절이 끝난 이후에야 비로소 자기의 재능이 나타난다는 것을 젊은 친구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라는 답변을 들려준다.
“누구에게든 성공할 수 있는 자질이 하나는 있습니다. 단, 조건은 한 분야를 파야 한다는 것이지요. 처음에 선택을 잘해서 그 분야로 한우물을 파고 나간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우물'을 강조하는 정 회장이 자원봉사 분야에서 이뤄갈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정호 회장은= ▲1959년 서산 출생 ▲충북고·경희대 의과대학 졸업 ▲의학박사·신경외과 전문의 ▲을지의대병원 신경외과 과장 역임 ▲프랑스 리옹대학 연수 ▲세계 최대 울프 척추내시경 수술 자문의 ▲세계 최소 침습적 척추수술학회 회원 ▲대한척추인공관절학회 정회원 ▲국민연금관리공단 척추자문의 ▲충남대병원, 을지대병원 외래교수 ▲대전시생활체육회 부회장으로서 생활체육 육성 공로로 2013년 제25회 대전시문화상 체육부문 수상 ▲대전지방검찰청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중 ▲독실한 크리스천 과학자 부인 이은영 충북대 의대 교수 사이에 부모처럼 의사가 되기를 꿈꾸는 고등학생 외동딸을 두고 있다.
대담=한성일 취재4부장(부국장)·정리=김의화·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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