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한 길 사람이 열 길 물보다 어렵다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여론광장]한 길 사람이 열 길 물보다 어렵다

김영호 목원대 미술대학 교수

  • 승인 2014-12-09 15:14
  • 신문게재 2014-12-10 19면
  • 김영호 목원대 미술대학 교수김영호 목원대 미술대학 교수
▲김영호 목원대 미술대학 교수
▲김영호 목원대 미술대학 교수
어릴 적 어르신들이 종종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겠다”하시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알 수 없는 깊이와 예측 불가능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훨씬 더 위험해 보이는 열 길 물속보다 기껏해야 한 길밖에 안 되는 사람을 모르겠다니. 어린 나이로서는 그 속뜻을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난감했던 기억이 선하다. 다만 사람 간에 다툼이나 불상사가 벌어졌을 때 그런 얘길 하시는 걸로 미루어 집히는 것이 없진 않았다.

믿었던 사람에게 뜻밖의 화를 당하거나 등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당했을 때의 허탈함을 한 길 사람 속에 비유했으리라. 세상 살면서 깨닫는 것 중 하나가 알다가도 모를 존재가 사람이란 생각이다. 열 길 물속보다 더 복잡하고 헤아리기 어려운 존재가 사람이다. 세간의 관심을 받으며 선망의 대상이었던 사람이 돌출행동으로 구설에 오르고 파탄에 빠지는 일이 비일비재하지 않던가.

예기치 않은 소식을 접할 때마다 사람 속을 가늠하기란 실로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누구라 할 것 없이 사람 속을 몰라 곤경에 빠진 경험이 너, 나없으리라는 짐작에서다. 사람 속을 미리 진단할 수 있다면 사전에 곤경을 피할 수 있을 텐데, 도무지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 사람의 속이다. 그렇다고 사람의 속을 파악하기란 불가한 것으로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는 노릇 아닌가.

아름다운 만남을, 아니 적어도 파국에 이르지 않을 만남을 위해서는 먼저 사람을 파악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사람을 어떻게 파악한단 말인가. 사람은 환경, 분위기에 따라 감정의 변화를 쉽게 노출시키는 존재임을 되새겨보고자 한다. 이에 개인의 의지와 달리 감정변화를 쉽게 드러내는 몇 가지 예로 술, 여행, 도박을 통해 사람 속을 진단해 볼까한다. 감정변화를 미리 읽어낼 수 있다면 그에 따른 대비책이 마련되지 않겠는가. 진단이 내려지면 치유 가능한 처방이 나오는 이치다.

'잘 먹으면 약, 잘 못 먹으면 독'이 되는 게 술이다. 즐겁게 마시며 흥을 돋우기도 하고 회포를 풀기에 좋아 많은 사람이 찾는 술이다. 그런데 나무랄 데 없이 좋은 사람인데 술만 마시면 돌변하여 본인은 물론 주변을 낭패에 빠뜨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자제심을 잃고 마시다 술의 노예로 전락하여 주변을 놀라게 할뿐더러 개인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는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술을 지배하는지, 술의 노예로 몰락하는지 살핌으로써 사람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 그 단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설레고 들뜨게 하는 마력에 누구나 기다리는 그것이다. 여행길은 설렘에 들뜬 마음을 부풀리기도 하지만 돌발변수로 말미암아 고생길로 변질되기도 한다. 여행이야말로 만남의, 사람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유효한 수단이라 생각된다.

여행에 동행한 자가 어떻게 대처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그 사람의 인품이라든가 성격이 여실히 잘 드러난다. 예기치 않은 곤란한 상황에서 한 사람의 진면목이 고스란히 드러남은 역사가 입증하고 있다.

도박, 오락의 일종이지만 요행심리에 기대 극적인 일탈감과 해방감을 만끽하려는 적지 않은 사람이 즐기고 있다. 끊임없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사회문제로 거론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내기가 크든, 작든 간에 도박판에 끼기라도 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분별력을 잃는 사람이라면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리라는 판단이다.

인간사 최대의 화두는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가 아닐까. 사람간의 만남이 한 사람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다. 부모, 스승, 친구, 직장 동료 등 그 외에도 수없는 '어떤 만남'이 한 개인의 인생을 아름답게 꾸밀 수도 있고, 봐주기 어려운 추한 모습으로 타인의 미간을 찌푸리게 할 수도 있기에.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만남을 준비해야 하는 걸까. 서두르지 않고 시간을 두며 차근차근 다지는 만남이 좋은 만남으로 이어지리라 믿는다.

쉽게 만나고 헤어지고, 가벼이 믿고 무겁게 실망하는 세상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자르는 지혜가 절실해 보이는 세상인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