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목원대 미술대학 교수 |
믿었던 사람에게 뜻밖의 화를 당하거나 등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당했을 때의 허탈함을 한 길 사람 속에 비유했으리라. 세상 살면서 깨닫는 것 중 하나가 알다가도 모를 존재가 사람이란 생각이다. 열 길 물속보다 더 복잡하고 헤아리기 어려운 존재가 사람이다. 세간의 관심을 받으며 선망의 대상이었던 사람이 돌출행동으로 구설에 오르고 파탄에 빠지는 일이 비일비재하지 않던가.
예기치 않은 소식을 접할 때마다 사람 속을 가늠하기란 실로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누구라 할 것 없이 사람 속을 몰라 곤경에 빠진 경험이 너, 나없으리라는 짐작에서다. 사람 속을 미리 진단할 수 있다면 사전에 곤경을 피할 수 있을 텐데, 도무지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 사람의 속이다. 그렇다고 사람의 속을 파악하기란 불가한 것으로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는 노릇 아닌가.
아름다운 만남을, 아니 적어도 파국에 이르지 않을 만남을 위해서는 먼저 사람을 파악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사람을 어떻게 파악한단 말인가. 사람은 환경, 분위기에 따라 감정의 변화를 쉽게 노출시키는 존재임을 되새겨보고자 한다. 이에 개인의 의지와 달리 감정변화를 쉽게 드러내는 몇 가지 예로 술, 여행, 도박을 통해 사람 속을 진단해 볼까한다. 감정변화를 미리 읽어낼 수 있다면 그에 따른 대비책이 마련되지 않겠는가. 진단이 내려지면 치유 가능한 처방이 나오는 이치다.
'잘 먹으면 약, 잘 못 먹으면 독'이 되는 게 술이다. 즐겁게 마시며 흥을 돋우기도 하고 회포를 풀기에 좋아 많은 사람이 찾는 술이다. 그런데 나무랄 데 없이 좋은 사람인데 술만 마시면 돌변하여 본인은 물론 주변을 낭패에 빠뜨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자제심을 잃고 마시다 술의 노예로 전락하여 주변을 놀라게 할뿐더러 개인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는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술을 지배하는지, 술의 노예로 몰락하는지 살핌으로써 사람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 그 단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설레고 들뜨게 하는 마력에 누구나 기다리는 그것이다. 여행길은 설렘에 들뜬 마음을 부풀리기도 하지만 돌발변수로 말미암아 고생길로 변질되기도 한다. 여행이야말로 만남의, 사람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유효한 수단이라 생각된다.
여행에 동행한 자가 어떻게 대처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그 사람의 인품이라든가 성격이 여실히 잘 드러난다. 예기치 않은 곤란한 상황에서 한 사람의 진면목이 고스란히 드러남은 역사가 입증하고 있다.
도박, 오락의 일종이지만 요행심리에 기대 극적인 일탈감과 해방감을 만끽하려는 적지 않은 사람이 즐기고 있다. 끊임없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사회문제로 거론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내기가 크든, 작든 간에 도박판에 끼기라도 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분별력을 잃는 사람이라면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리라는 판단이다.
인간사 최대의 화두는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가 아닐까. 사람간의 만남이 한 사람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다. 부모, 스승, 친구, 직장 동료 등 그 외에도 수없는 '어떤 만남'이 한 개인의 인생을 아름답게 꾸밀 수도 있고, 봐주기 어려운 추한 모습으로 타인의 미간을 찌푸리게 할 수도 있기에.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만남을 준비해야 하는 걸까. 서두르지 않고 시간을 두며 차근차근 다지는 만남이 좋은 만남으로 이어지리라 믿는다.
쉽게 만나고 헤어지고, 가벼이 믿고 무겁게 실망하는 세상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자르는 지혜가 절실해 보이는 세상인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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