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너희들은 행복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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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너희들은 행복하니?

도형초 금산 남이초 교사

  • 승인 2014-12-09 13:59
  • 신문게재 2014-12-10 18면
  • 도형초 금산 남이초 교사도형초 금산 남이초 교사
▲도형초 금산 남이초 교사
▲도형초 금산 남이초 교사
겨울이 자리한 지금도 교정엔 전나무 향기가 감돌고 있다. 이른 아침, 통학버스에서 도토리 같은 아이들이 쏟아져 나온다. 운동장을 달리는 아이들, 티격태격 몸장난을 주고받는 아이들, 그 속에서 재잘거림이 교실로 먼저 뛰어가 선생님과 인사를 나눈다.

어제 첫눈이 내렸다. 통학안전이 염려되어, 아이들을 1시간 앞당겨 보냈다. 언제나 명랑 쾌활한 세영이가 가방을 둘러메며 한마디 던진다.

“선생님, 눈이 와서 좋긴 한데, 집에 일찍 가야 하니 그건 또 안 좋네요.” 세영이의 말이 싸하니 가슴을 파고들어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이 정도면 행복한 학교인가?'

요즘 대한민국 학교들이 너도나도 행복교육을 부르짖고 있다. 그래서 학교는 행복한 곳이 되었는가? 행복한 학교라고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그것은 우리 아이들의 마음, 그리고 그들의 표정이 말해줄 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 시처럼 아이들과 오래 마주해 본 일이 있는가? 우리는 예쁜 꽃을 곁에 두고도 업무에 쫓겨 아이들 얼굴에 스치는 감정을 허다하게 놓치고 있다. 그래도 아이들은 그걸 서운하다 말하지 않는다. 그들도 우리를 연민으로 보듬어주고 있는지 모른다.

지난 가을, 우리 학교는 정말 찬란하게 빛났다. 잎새마다 뿜어 내는 오색의 아름다움, 그리고 그 아래서 그네를 타는 아이들이 교사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그것은 그대로 아름다운 그림이고 동화였다. 누가 그들이 행복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아이들에게서 걱정이나 아픔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은 세상과 접하는 기회가 적다. 그것을 알기에, 전교생이 함께 영화를 관람했고,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는 대형서점에서 책을 사게 했다. 그리고 그 책에 관련 스토리를 기록하니 애착을 가졌다. 도서실에서 자신이 고른 책을 찾아보기도 하고, 누군가 그 책을 읽고 있을 때 미소지었다.

우리가 꿈꾸는 것은 무엇인가? 아이들의 행복이다. 그러려면 따뜻함과 공존하는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어줄 것이다. 많은 것을 주입시키기보다 아이들에게 여유를 주라고 말하고 싶다. 잠시 멈춰서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주어야 한다. 교사인 우리도 일을 멈추고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하다.

학교가 점심시간을 줄여 더 많은 것을 알려주려 하지 않기를 바란다. 바쁜 일정을 짜놓고 점심시간 10분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지 말자. 아이들이 그 시간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무한의 자유와 즐거움으로 상기되어 있는지 기억한다면 시간을 돌려줄 일이다. 온전한 여유를 선물할 일이다. 학교는 행복을 체험하며 살아갈 힘을 얻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꿈공작소가 되려는 학교를 향해 세상은 비난을 쏟기도 한다. 그래도 교사와 학생 모두 행복한 교육이어야 한다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아직도 학교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많음을 기억하자. 아이들 편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사가 있는 한 행복교육은 멀지 않다. 그러기에 아이들은 오늘도 선생님을 보며 웃을 수 있다.

이제 모교에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간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곧 전문직으로서의 삶을 시작해야 한다. 이곳에서 나는 유치원교사에게서 한결같이 아이들을 배려하며 인내하는 자세를 배웠다. 또 다른 동료에게서는 아이들과 스스럼없는 어울림으로 하나 되는 것을, 아이들을 향한 온전한 몰입을, 누군가에게서는 시들지 않는 열정을 배웠다. 모든 것이 내게는 소중한 자산이다.

오늘도 묻고 싶다. “너희들은 행복하니?” 조금은 떨린 마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가리라. 그들이 고개를 끄덕이면 나는 더없이 행복할 것이다. 아이들로 인해 나는 행복하고, 또 내가 행복해야 내 아이들이 행복할 거라고 믿는다. 눈 내린 오늘, 교정에 아이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렇게 모교에서의 하루가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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