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리뷰]예술로 승화된 '영혼의 소리'… 가슴 울렸다

  • 문화
  • 공연/전시

[문화리뷰]예술로 승화된 '영혼의 소리'… 가슴 울렸다

보체다니마 음악회를 보고

  • 승인 2014-12-04 13:32
  • 신문게재 2014-12-05 16면
  • 김용복 극작가·칼럼니스트김용복 극작가·칼럼니스트
▲ 김용복 극작가·칼럼니스트
▲ 김용복 극작가·칼럼니스트
보체다니마(영혼의 소리)에 빠져들어 숨을 죽여야만 했던 50 여분간. 충남대학교 국제문화회관 백마홀에 모였던 300여명의 관중들은 보체다니마 단원들의 연주가 끝날 때까지 숨을 죽여야만 했다. 잡음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테너 윤양찬과 소프라노 노은실이 이태리 페라라 국립음대를 졸업해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영혼의 소리' 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보체다니마' 라는 이름부터가 이색적이었다.

영혼의 소리. 인문학을 전공해 어휘를 조탁(彫琢)하며 살아가는 필자로서는 그들의 연주가 영혼의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소프라노 노은실이 이은상 시인이 지은 노랫말에 채동선이 곡을 붙인 '그리워'를 부를 때는 더욱 그런 감동에 젖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립고 그리워 찾아 왔는데 애처로운 들국화만 갈꽃 바람에 날리며 아니 뵈는 옛님만 더욱 그립게 하는 계절. 낙엽 지는 계절은 누구나 애처롭고 서글픈데, 그런 계절에 왜 소프라노 노은실은 그런 노래를 선곡하여 관객들을 애상에 젖게 하는가?

그 순간만은 소프라노 노은실의 애잔한 음색이 관객들 가슴속 깊이 파고들어, 부르는 이도 듣는 이도 모두 감상에 젖게 하였다. 그래 슬픔에 젖지 말자. 소프라노 노은실이 우리를 아무리 감상에 빠져들게 해도 슬픔에 젖지 말자. 그대 가슴에 내가 있고, 내 가슴에 그대가 있으니까 우린 슬퍼하지 말자.

어서 이 서글픈 늪에서 헤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소프라노 노은실은 그런 우리를 놓아주지 않고 더욱 깊은 심연(深淵)의 늪으로 빠져들게 하였다. 그리고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젖어 러브라인에 빠져드는 착각을 일으키게 하고 있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마음 붙일 곳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왜 그런 줄 알면서 그것을 자꾸 되새기게 하는가? 눈물도 웃음도 흘러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데 부질없이 왜 헤아리려고만 하는가?

매우 지적인 매력의 가희(歌姬)가 이끌고 들어가는데 안 딸려가는 청중이 어디 있으랴. 그가 노래를 부르고 있는 동안은 듣는 것이 아니라 빨려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예술이었다. 가녀린 노은실의 목울대를 통하여 나오는 노랫말이 건반 위를 유영(遊泳)하는 피아니스트 윤현정의 손놀림에 의하여 그것은 예술로 승화되고 있었다. 거기에 지적인 매력의 아름다움이 플러스되었으니 도취되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었던 것이다. 러브라인의 관계가 확실히 설정되는 순간이었다. 노은실과 윤현정, 그리고 보체다니마와의 러브라인!

보체다니마는 '영혼의 소리라'는 단체명으로 2005년도에 대전지역 유학파 출신 성악가들로 구성된 순수음악 단체라 한다. 윤양찬 단장의 말에 의하면 이번 찾아가는 음악회를 기획하게 된 것도 우리 사회에서 많은 관심이 필요한 소외계층(청소년, 노인, 장애인) 들에게 이해하기 쉬운 해설과 대화로 사랑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라 했다.

보체다니마의 단원들은 모두 젊고 아름다웠다. 테너 윤양찬 장명기의 패기 있는 음성과 차두식, 이성원의 굵직한 바리톤이 어울려 조화를 이룰 때는 노은실로 하여금 서글픔에 잠겼던 가슴이 뻥 뚫리는 듯 하였다. 거기에 소프라노 조성숙, 신소영, 성한나, 이윤정 등 가희(歌姬)와 가희(佳姬)를 한 몸에 지니고 있는 듯한 그들의 아름다운 음성과 피아니스트 한민선, 윤현정이 곡예를 부리듯 유영(遊泳)하는 피아노 소리와 어울릴 때 그것은 보이지 않는 예술로 승화되어 관중들의 가슴을 파고들기에 충분했다.

안내 팸플릿에 광고 한 줄 없으면 어떠랴! 이렇게 젊음이 있고, 지적인 매력과 감미로운 소리를 가진 젊음이 있는 것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