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외면 행정사망자 70대, 5년만에 신분 회복

  • 사회/교육
  • 미담

가족외면 행정사망자 70대, 5년만에 신분 회복

동구청 주민등록증 발급

  • 승인 2014-12-02 17:39
  • 신문게재 2014-12-03 7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속보>=가족들이 외면해 행정상 사망자가 됐던 이모(78)씨가 5년만에 대한민국 국적자로 신분을 되찾았다.<본보 7월 28일자 5면 보도>

살아 있어도 살아있던 게 아니었던 이씨는 대전에서 안정된 삶을 되찾게 됐지만, 가족들은 여전히 연락되지 않고 있다. 살아 있는 이씨가 행정상 사망자가 된 것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씨의 가족은 2003년 9월 이씨가 장기간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며 경찰에 가출인 신고를 했다. 이후 5년이 지난 2009년 이씨의 가족은 또다시 이씨가 가출 후 소식이 끊겨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라며 가정법원에 실종선고심판청구를 했고, 법원은 그해 이씨에 대해 실종선고했다.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가 5년 이상 지속되면 법정대리인이나 검사의 청구로 가정법원이 실종선고를 할 수 있고, 법원의 선고를 읍·면·동사무소에 제출하면 법률·행정적 사망자가 된다.

행정상 사망자가 된 이씨는 지난 4월 6일 대전역에서 길을 헤매던 중 시민이 발견해 대전노숙인종합지원센터에 인계하면서 이씨의 사연이 알려지게 됐다.

발견 당시 이씨는 오른쪽 눈이 감긴 채 백내장이 있었고, 걷기에 불편할 정도로 발에 통증을 호소했다. 자신의 주소나 오늘이 며칠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초기 치매증상도 있었다. 하지만, 법률·행정상 사망자인 이씨가 주민등록도 없이 받을 수 있는 복지서비스는 거의 없었다.

이런 이씨를 구조하기 위해 나선게 대전노숙인종합지원센터와 충남대병원 그리고 동구청과 법률구조공단 대전지부였다. 노숙인지원센터는 먼저 이씨가 한 곳에 머물 수 있도록 긴급 잠자리를 제공하고 관계기관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서에서 지문 10개를 조회해 이씨가 2009년 사망선고된 강원도 주소의 이씨가 맞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충남대병원 사회사업팀은 이씨가 앓는 지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후원했다.

동구청 역시 이씨가 가족의 외면으로 사망처리가 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씨에게 사회복지 임시번호를 부여해 당장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했다. 이씨가 차츰 안정을 되찾는 동안 대한법률구조공단 대전지부는 지문조회 결과를 바탕으로 가정법원에 2009년 실종선고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지난달 22일 이씨의 실종선고를 취소하는 법원 판결이 나왔고, 1일 동구청은 이씨에게 주민등록증을 발급했다. 이씨는 가족과 떨어져 지역의 요양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대전노숙인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이씨는 학대받은 노인에 가까운 사례였다”며 “관계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줘 이씨가 다시 살아있는 국민으로 인정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3.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1.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2.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3.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4.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5.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