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후변화로 달라지는 우리의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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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기후변화로 달라지는 우리의 사계절

박관영 대전지방기상청장

  • 승인 2014-11-30 13:04
  • 신문게재 2014-12-01 18면
  • 박관영 대전지방기상청장박관영 대전지방기상청장
▲박관영 대전지방기상청장
▲박관영 대전지방기상청장
어느덧 24절기의 열아홉 번째 절기, 입동(立冬)이 지났다.

24절기에서는 입동(立冬)부터 입춘(立春)까지를 겨울이라 하며, 예로부터 입동을 겨울로 들어서는 날로 여겼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때부터 겨울채비를 시작했다. 입동 즈음이면 동면하는 동물들도 기나긴 겨울잠을 위해 땅 속에 굴을 파고 숨으며 겨울을 지낼 준비를 하고, 낙엽이 지면서 나무들도 겨울을 지내는 동안 영양분의 소모를 최소로 줄이기 위한 채비를 한다.

입동 무렵이면 밭에서 무와 배추를 뽑아 김장을 하기 시작했으며 입동을 전후하여 5일 내외에 담근 김장이 맛이 좋다고 한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김장 적정시기가 대체로 늦춰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전통적인 김장 적정시기는 일최저기온이 0도 이하이고 일평균기온이 4도 이하로 떨어지는 시기로, 기상청의 동네예보 주간예보, 1개월 전망, 평년값을 근거로 산출한다. 이보다 기온이 높을 경우에는 김치가 빨리 익게 되고 기온이 낮을 경우는 배추나 무가 얼게 되어 제 맛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김장 적정시기를 참고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얼마 전 대전지방기상청에서 추진한 '기후변화 세대공감 프로젝트'에서 “미래의 당신, 2014년의 우리들에게 영상편지를 보내주세요”라는 미션을 주었을 때, 중·고등부 대상을 받은 여고생들이 가정한 미래의 상황이 바로 눈이 사라져버린 겨울이었다.

기후변화의 진행 속도가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우리가 계속 방관만 한다면 겨울에 더 이상 눈이 내리지 않는 기후환경으로 바뀔 것이며 겨울이라는 계절 자체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에이 설마' 하고 그냥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닌 것이 우리나라의 계절 길이 변화를 보면 여름이 점점 길어지고 겨울이 줄어들고 있다. 1920년대에는 일평균기온이 5도 미만으로 내려간 뒤 지속되어 겨울이라고 일컫는 일수가 117일이었고 1990년대에는 19일이 줄어들었으며 이런 추세라면 2040년대에는 8일이 더 줄어 90일 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여름이 점점 길어지고 겨울철의 기온이 상승함으로 인해 식중독 발생 위험이 늘어나서 위생기준 강화 및 식품안전 감시망을 더욱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고, 기후변화로 인한 각종 전염병의 발병 시기가 연중으로 확대되고 있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여름이 주 번식 기간인 모기 역시 6~8월에는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면서 번식 환경이 약화되어 개체 수가 감소되고 오히려 가을에 평년보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모기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 지금까지도 가끔 한밤중에 모기와의 전쟁을 치르곤 한다. 여름철 살충제 매출은 전년보다 5% 가량 줄어들고 가을철에 살충제 매출이 전년 대비 15% 이상 증가하면서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패션분야에서는 기존의 사계절 기획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계절에 입을 수 있는 계절 순환용 의류 제작으로 눈을 돌리고 있고, 주거문화 분야에서는 사계절 내내 신록을 체험할 수 있는 아열대 공원이 조성되는가 하면 냉·난방 등 에너지 소비량을 크게 줄인 에너지 절약 주택도 등장하는 등 기후변화는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다양한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겨울의 시작이자 가을의 끝에서 계절의 변화를 코끝으로 느끼며 다시 한 번 사계절의 존재에 감사하게 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이 먼 미래 우리에게서 겨울이라는 계절을 뺏어가지 않도록, 우리 후손들도 새하얀 눈을 맞으며 제대로 된 겨울을 즐길 수 있도록, 기후변화를 남의 일처럼 여기며 손 놓고 앉아있지 말고 이에 적극 대처하는 자세가 지금 우리에게는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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