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에서 구입한 소나무가 내포신도시 도청사 중심부에 식재돼 있다. 내포=박갑순 기자 |
충남도의 '안방'을 강원도 소나무가 점령했다. 도가 내포신도시 신청사 조경을 꾸미면서 강원도에서 소나무를 대거 사들여 심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도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역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충남도는 도청사 시공사인 계룡건설에 맡겨 내포신도시 이전 직전인 2012년 가을께부터 신청사 조경계획 일환으로 소나무 400그루를 도청사 주변에 식재했다.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말까지 하자보수로 죽거나 생육이 좋지 않은 소나무를 교체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도청사 주변에 식재된 소나무는 모두 400그루 규모다. 이 가운데 200그루 가량은 강원도 조경업체 등에서 건너온 것으로 본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 소나무들은 키가 대부분 15m를 훌쩍 넘는 장송(長松)으로 도청사를 마치 호위하듯 건물 중심부를 둘러싸고 있다.
물론 도청사 주변에 충남에서 가져온 소나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나무들은 2m가량 작은 키의 육송(陸松)으로 주로 도청사 외곽 배치돼 있다. 중심부에 있는 강원도 장송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볼품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두고 도가 조경계획을 추진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눈을 감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장송을 강원도에서 내포신도시로 옮겨 심는 데는 적지 않은 돈이 든다.
나무 값과 운반비용 등을 모두 합칠 때 그루 당 평균 600만~800만원 든다는 것이 도의 설명이다.
그루 당 평균 700만원으로 잡아 200그루를 심는 데 들어간 비용을 추산해보면 14억원가량이 조경계획 명목으로 지역이 아닌 강원도 업체 등에 지급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충남에도 조경업체가 다수 있고 장송도 일부 취급하는 가운데 도가 애써 지역경제 활성화를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도는 이에 대해 계룡건설 핑계를 대며 설계대로 진행한 것으로 도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수종을 강원도에서 공수해 온 것이라는 해명이다.
도 관계자는 “계룡건설에 조경계획을 모두 맡긴 사안으로 애초 설계대로 하다 보니 도내에서 구할 수 없는 위로 쭉쭉 뻗는 수종인 소나무를 강원도 정선 등지에서 가져다 심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송이 아닌 관상목의 경우 도내에서 공수해 심었고 앞으로는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을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내포=강제일·유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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