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 "노인복지 위해 항상 도전해야죠"

이재원 "노인복지 위해 항상 도전해야죠"

치매 치료·재활 위해 매진… '한가족너싱홈' 주간 입원치료·방문 서비스 제공

  • 승인 2014-11-25 14:51
  • 신문게재 2014-11-26 9면
  • 대담=한성일 취재4부장(부국장)·정리=김민영·사진=�대담=한성일 취재4부장(부국장)·정리=김민영·사진=�
[중도초대석] 이재원 밝은마음 의료재단 이사장

어르신 사랑이 각별한 한 의사가 있다. 어르신들이 세상을 떠나시는 날까지 행복할 수 있도록 최대한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고 돌봐드리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는 가슴 따뜻한 의사다.

바로 이재원 밝은마음의료재단 이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재원 이사장은 대전제1시립노인요양병원과 유성한가족요양병원에 이어 최근 신개념의 치원인 한가족너싱홈을 개원했다.

치매 어르신과 장기요양보호가 필요한 어르신들에게 신개념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재원 이사장을 만나 그의 각별한 어르신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생의 미션은 요양과 재활=“제 인생의 미션은 '요양'과 '재활' 바로 이 두 단어입니다. 요양과 재활을 선도하는 병원을 운영하는 것이 제 모토이고 신념이죠.”

대한민국 최초 치매 거점 병원, 치매병원 인증평가 최초 통과, 3년 연속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 1등급.

밝은마음 의료재단 이재원 이사장에게 따라붙는 업적들이다.

현재 대전지역에서 노인성 치매 분야와 재활분야를 선도하는 병원들은 모두 이재원 이사장 작품이다.

정신과 의사이지만,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하고 처음으로 만들어낸 업적들이 상당하다.

수익에 치우치기보다는 의사로서 시민들에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신념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대전광역시립 제1 노인전문병원 이사장이면서 재활전문 병원으로 유명한 유성 한가족 병원 이사장으로, 또 최근에 개원한 유럽식 노인요양시설 한가족 너싱홈을 통해 지역주민의 건강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는 이재원 이사장의 열정이 아름답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던 도발=이재원 이사장은 경기도 인천에서 태어났다. 고향은 인천이지만 대전에서 초·중·고를 졸업하고 대전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대전 토박이다. 호기심이 많고 모험을 즐기는 개구쟁이였던 이재원 이사장은 어린시절부터 의사를 꿈꾸지는 않았다.

아버지의 권유로 의과대학을 지원했던 이 이사장은 의과대학이 6년제인지도 인지하지 못한채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의과대학을 다녔던 이 이사장은 대학 3학년때 우울증에 걸리고 만다. 인생의 목표도, 의욕도 상실했던 그는 다니던 의과대학을 중도에 휴학하고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던 도발을 강행한다.

서대전고교시절 한독문화 교류학생으로 독일어 공부를 했던 그는 독일어에 대한 열정으로 독문과로 편입하기로 결정한다.

그는 당시 독문과 편입에 대한 부모님의 반대가 심하자 의과대학을 중도포기하는 방법으로 무작정 광주로 가출을 결심했다.

“당시 가진 돈으로 가장 멀리 도망갈 수 있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이유로 광주를 선택했다”는 그는 광주에서 레스토랑에 취직해 웨이터를 하며 2개월동안 은둔 생활을 했다.

당시 웨이터로 취직했던 레스토랑의 주방장이 글씨를 읽지 못했다. 함께 일하던 직원도, 빵집 아가씨도 모두 문맹자였다.

이 이사장은 “당시 엄청난 충격을 받았는데 그동안 부모님으로부터 너무 많은 것을 받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내가 잘나서 의사가 된 것이 아니라 사회가, 나라가 만든 것임을 깨달은 순간 이것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광주에서 야학을 열어 글을 읽지 못하는 동료들에게 한글을 가르쳤다. 비록 그의 가출 행각은 두달만에 지인의 신고(?)로 마무리됐지만, 인생에 있어서 값진 교훈을 얻는 계기가 됐다.

▲시련속에서 핀 열정=이 이사장의 집안은 교수 집안으로 유명하다. 아버지도, 작은 아버지들도, 형제들도 모두 대학교수를 역임했거나 재직중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버지'라는 이름은 상처다.

이 이사장은 “아버지를 싫어한다”고 단호히 말한다. 아버지가 충남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제자들의 빚보증을 3차례나 서면서 퇴직금은 물론 일시금으로 받은 연금까지 다 날리게 되고, 집안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인턴이 되면서부터 집안 뒷바라지를 해야했다. 당시 인턴 월급이 20만원밖에 안돼 인턴을 하면서 야간 당직 아르바이트를 겸해야했다.

“야간당직으로 점철된 생활은 물론 군의관때는 '칼잡이 정신과'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습니다. 정신과 전공이지만 웬만한 정형외과 의사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메스를 잡았었죠.”

이 이사장은 야간당직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집안에 도움을 주기 위해 학업도,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심리학 용어중에 '병적 이상화'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싫어하지만 비슷하게 따라간다는 것”이라며 “아버지를 싫어하면서도 의과대학을 가면서 아버지의 전공이었던 철학과 가장 비슷한 과인 정신과를 택하게 되고 저도 모르는 사이에 아버지와 비슷한 성향의 공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역사를 쓰기 시작한 정신과 개원의 시절=이 이사장은 정신과를 선택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정신과는 '정신분석학'적인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일반 환자들이 찾기를 꺼리는 병원이었다.

보령에 정신과의원을 개원한 이 이사장이 가장 먼저 시도한 작업은 바로 정신과의 개형을 바꾸는 노력이었다.

당시 보령에는 정신과 의사가 한명도 없었다. 그가 맨처음 시도한 작업은 정신적인 갈등에서 빚어진 질병을 증상만을 보고 내과에서만 고치던 관습을 깨기 위한 노력이었다. 만성 소화기 장애를 겪은 환자의 원인은 화병이었지만, 소화제만을 복용해왔다. 소화제 복용에도 차도가 없었던 환자에게 근본 원인인 화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을 쓰면서 환자는 만성 소화기 장애를 말끔히 씻어버렸다.

그는 “정신과는 미친 사람이 가는 곳이 아니라 내가 가서 진료받을 것처럼 친근하게 질병을 봐주는 병원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했는데, 그것이 소문이 나면서 졸지에 명의가 됐다”고 회고했다.

8년동안 그가 운영하던 정신과의원은 보령지역 사람이라면 한번씩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병원이었다.

소위 '잘나가던' 그가 대전으로 다시 돌아온데는 계기가 있다. 주말부부로 아들과 부인은 대전에, 그는 보령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훔치다 걸린 것이다.

이 이사장에게 자녀의 일탈은 충격이었다. 넉넉한 가정의 아이들이 물건을 훔치는 것은 애정결핍에 따른 관심도 유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는 과감히 보령의 병원을 접고 대전으로 복귀하면서 주말부부 생활을 청산했다.

▲치매와 재활에 사활걸다=이재원 이사장은 대전으로 돌아오면서 정신과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치매와 재활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이 이사장은 일본, 스웨덴 등 의료복지와 재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소문난 곳은 어디든지 찾아갔다. 좋은 시스템이 있다면 벤치마킹하고 자신의 병원에 도입하기 위해서다.

그가 치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정신과 의사로 진료를 하면서 우울 장애 환자를 많이 접했다. 50대 이상 우울장애 환자의 30% 이상이 집안에 와상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이었다. 시부모나 부모가 중풍으로 쓰러져 대소변 수발을 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이 이사장은 “우울 장애 환자의 30% 넘는 외부 요인은 분명한 외부 인자이기때문에 와상환자의 재활과 치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며 “당시 치매에 대한 심각성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대전시가 치매병원을 만들면서 제1시립 노인병원에 치매 전문 병원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이때 개원의사들을 모아서 법인을 설립했다. 병원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법인을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의사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하는데 비영리 법인이다보니 여의치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

“제1시립 노인요양병원의 지분이 20% 미만인데 명예직으로 이사장직을 맡고 있고, 탄력성이 떨어지면 미련없이 후배에게 물려줄 생각”이라고 말하는 이 이사장은 머릿속에서 만들어내고 고치고 수정하는 것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제1시립노인요양병원은 벌써 3번이나 리모델링을 했다. 시립병원의 모토가 '선도하는 병원'이다보니 새로운 것을 위해 끊임없이 고쳐나가고 있다.

덕분에 전국에서 일년이면 100팀, 300명 이상이 시립노인요양병원의 치매환자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벤치마킹하러 온다. 시립노인요양병원은 치매와 관련된 업무를 하는 인턴과 간호사들의 교육장소이기도 하다.

▲또다른 도전 너싱홈=이재원 이사장은 최근 탄방동 한마음클리닉 2층에 '치원' 개념의 한가족너싱홈을 열었다. 노치원은 노인 유치원이라는 의미다.

한가족너싱홈은 만 65세 이상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노인과 인지 기능 저하가 우려되는 노인(치매)을 대상으로 어린이 유치원과 같은 주야간 보호와 방문요양 서비스를 시작했다.

노인성질환의 특징은 복잡 다단한 것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만성질환을 갖고 있지만 집에서 치료받기 원하고, 프라이버시를 보장받기 원한다. 의료적인 욕구를 채우는 것만을 원하는 노인까지 제각각이다. 이러한 노인들의 요구를 맞추기 위한 시스템은 아직까지 한국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보다 앞선 일본의 경우에는 복합시설로 변화하고 있다. 의료와 주거, 요양이 한꺼번에 있는 개념이다. 노인의 주거와 복지시설, 의료시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복합시설이다. 이 이사장이 새롭게 도입한 개념은 낮병동 개념이다.

현재 의료법상 낮병동은 정신과만 해당된다. 요양시설이면서 낮동안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저녁에는 자택으로 복귀할 수 있는 개념이다. 장기 요양등급을 받고 시설 이용이 불가능한 노인과 시설 이용을 원치 않고 재가 서비스를 원하는 환자들에게 방문 요양 서비스도 제공한다.

한가족 너싱홈에서는 유럽형 주간보호 시스템을 접목시키고 요양병원이나 요양 시설에 입소하기 전 어르신들이 노인의 신체 기능과 인지 능력을 유지시켜 건강한 노년 생활이 가능하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대전지역에 요양과 재활이 정착될때까지하고 싶은 분야를 모두 도전해볼 것”이라며 “60세 전후로 은퇴해서 후진국에 가서 작은 병원을 지어놓고 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담=한성일 취재4부장(부국장)·정리=김민영·사진=이성희 기자



▲이재원 이사장은

-1959년 인천 출생
-서대전고, 충남대의과대학·석사 졸업
-서울 적십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레지던트, 정신과 전문의 취득
-보령시 보건소 정신보건센터 촉탁의 및 자문위원
-대전 한마음연합의원 대표원장 역임
-을지대병원 정신과 외래 정교수(전)
-충남대병원 정신과 외래 조교수(전)
-의료법인 밝은마음의료재단 이사장(현)
-국세청장 표창, 충남도지사 표창,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경찰청장 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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