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숙 태안 안흥초 교장 |
지난 8월, 내년도 신입생 현황을 알아보니 11명. 아이들 모습을 상상하면서 이름을 확인하는데 '실제 입학생은 몇 명이나 될까?', '학급 편성엔 문제없을까?' 걱정이 앞섰다. 3학급 분교장 유지도 그러려니와, 본교 6학급을 제대로 편성할 수 있느냐 하는 우려 때문이다. 명부에 있는 아이들이 입학 때가 다가오면 인근 시나 읍지역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있다. 많은 아이들 속에서 학습경쟁력을 키우고, 폭넓은 친구관계를 맺으며, 방과후 학원 공부 등이 이유인 것 같다. 그래서 본교는 물론 다수의 소규모 농어촌학교들은 이맘때가 되면 입학생 유치에 힘을 쏟는다.
학생 감소로 폐교 위기의 학교를 학생들이 찾아오는 학교로 만들었다는 성공 사례도 들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다행히도 2학기 들어 5명의 학생이 전입해 교육가족 모두에게 희망을 줬고, 한 명의 학생이라도 더 올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하여 몇 차례 교직원들의 생각을 모았다.
우선 예비학부모들에게 학교를 소개하고 믿음과 열의로 다가가기 위해 편지글과 함께 학교교육과정 안내 자료를 발송했다. 또 교육홍보와 총동창회의 장학금 내용까지 담아 '우리 고장 안흥초등학교로 오세요' 현수막도 몇 군데 걸었다. 그리고 예비학부모와 전화를 통한 입학 상담에 이어 집집마다 가정방문을 실시한 것이다.
12월에 있을 학습발표회에 예비학생들과 예비학부모들도 초대할 계획이다. 그동안 교육공동체와 함께하는 안흥교육을 통해 일궈왔던 꿈·끼, 창의력 신장을 위한 학생중심의 행복한 학교교육과정 운영 내용도 설명할 것이다. 바른 인성 함양, 알찬 학력 다지기,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 골프, 프리테니스, 축구 등의 스포츠활동, 영어, 과학, 독서, 국악, 예술교육, 다양한 현장체험학습, 생명사랑 텃밭가꾸기, 장학금과 교육활동비 지원, 스마트교육 기반 조성, 교직원들의 교육 사랑과 열정까지….
안흥초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태안반도 끝에 위치하고 있다. 아늑하고 양지바른 지령산자락이 뒤에 병풍처럼 둘러있고, 주위엔 푸른 바다와 넓은 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아름다운 자연을 품은 이 배움터는 아이들이 인성·감성·창의성을 고루 지닌 올곧은 인재로 자라기에 정말 좋은 환경이다. 교정엔 갖가지 풀꽃과 나무들이 계절을 노래하고, 풀밭에선 작은 벌레들과 곤충들이 호기심 많은 아이들을 불러 모은다.
앞뜰 벚나무 사이 벤치에선 도란도란 이야기가 정겹고, 햇살 가득한 운동장은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으로 활기차다. 그야말로 쾌적한 학교교육환경이다. 학교를 둘러싼 자연 환경은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생생한 학습 현장이 된다. 자연을 보고 그 속에서 뛰놀고 생활하는 가운데 아이들은 자연의 미학을 배우게 되리라. 자연과 함께하는 교육에 뜻이 있는 도시의 학부모들 이야기에서 아이들을 농어촌학교로 전학시키거나 자연체험학습을 떠나는 교육실천사례를 종종 듣는다. 그리고 어린 시절 소박한 농산어촌 작은 학교에서 공부하며 꿈을 키워 성공적인 삶을 살거나 세계적 훌륭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가!
지금 농어촌 곳곳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소규모학교에 멋진 꿈을 찾는 아이들이 많이 모여 함께 뛰놀고 공부하면서 행복한 미래를 준비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넓은 교실과 운동장이 머지않아 많은 아이들의 사랑스런 재잘거림과 씩씩한 함성으로 가득 채워질 모습을 그려본다. 내일 아침도 이 행복한 배움의 둥지를 찾아 올 소중한 우리 아이들에게 정다운 인사를 건네며 따뜻하게 맞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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