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전후로 올해 단연 사회적 화두는 '안전'이다. 국가는 물론 지자체는 모두 안전 확보를 위해 예산과 인력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210만 도민이 사는 충남은 과연 안전한 곳일까. 자연재해는 물론 인적 재난으로부터 도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중도일보는 25일 낮 12시부터 두 시간 동안 대전 계룡로 본사 회의실에서 충남발전협의회와 공동으로 '안전한 지역 사회 만들기 지상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 주제는 '주민참여형 안전감시기구 구축을 통한 안전한 지역사회 만들기'이며 충남도가 후원했다.
토론회는 한서대 행정학과 심문보 교수의 사회로 박재묵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가 주제발표를 했다. 김갑연 충남도 안전자치행정국장, 최호택 배재대 법무행정대학원장, 배정환 한서대 내포지역발전연구소장, 최정규 본사 전무이사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다음은 주제발표 및 토론자 주요 발표내용이다.
▲심문보 교수(사회자)
최근에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안전에 대한 문제는 현대사회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재난은 천재지변 등과 같은 자연재난과 인간의 부주의에 의해 발생하는 인적재난 등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재난 중에서 사람들의 부주의, 무관심, 실수 등으로 발생하는 인적재난이 끊이지 않고 있어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거나 사회질서를 뒤흔드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충남도는 인적재난 요인들이 어느 정도 상존해 있으며 재난발생 때 이에 대한 대처방안들은 무엇이 있는지 박재묵 교수의 주제발표와 토론자의 제언을 받고자 한다.
▲박재묵 교수(주제발표)
최근 안전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2012년 구미 불산누출사고를 필두로 전국 곳곳에서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연이어 발생했고, 특히 올해는 300여 명에 이르는 희생자를 가져온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사고 분석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사고의 원인이다. 원인 진단이 곧 유사한 사고의 예방 대책 마련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사고 원인이 복합적이기는 하지만, 자연재난을 제외한 대부분 사고는 인적 요소를 빼고는 설명되기 어렵다. 물론 인적 요소가 아닌 다른 요소가 사고의 주된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없지는 않다.
예컨대 미국의 TMI원전사고(1979년)를 연구해 '정상사고'라는 저명 저술을 펴낸 페로우(C. Perrow)는 원자력발전처럼 복합적이고 긴밀하게 연결된 기술체계의 속성에서 사고의 원인을 찾았다.
하지만, 훨씬 더 많은 연구자는 사고와 재난이 인간이 만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사고의 원인이 되는 인적 요소로 가장 자주 지목되는 것이 경계심이 해이해진 상태, 즉 태만 또는 부주의이다. 1989년 알래스카의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 해역에서 유조선 엑손 밸디즈(Exxon Valdez)호의 좌초로 환경재난이 발생했을 때, 미국 의회가 지목한 사고 원인은 유조선 선원, 회사, 해안경비대 등의 태만이었다.
그렇다면, 대부분 사고에서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태만 요인을 어떻게 추방할 것인가.
우선 위험물질을 취급하거나 위험시설을 운영하는 조직들의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이들 조직이 태만을 통제하기 위해 마련해 놓은 교육, 훈련, 매뉴얼, 안전계획 및 비상계획, 내부 감시체계 등은 활성화돼야 한다. 이러한 장치들이 '보고용'으로 머무는 한 안전을 보장받기 어렵다.
안전문제를 뒷전으로 밀어붙이는 조직 내부의 도덕적 해이와 저돌적 성과주의도 쇄신돼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 및 지자체의 안전행정도 강화돼야 한다. 특히 주민참여형 환경·안전감시체제를 구축하는 일도 빼놓아선 안 된다.
대산 석유화학단지와 화력발전소 인근지역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환경·안전감시활동을 전개해 왔지만, 감시기구의 법제화는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주민참여형 환경·안전감시활동이 법제화된 유일한 사례는 원자력시설 주변지역의 민간환경·안전감시기구다.
충남 서북지역에는 산업시설이 밀집돼 있다. 주목할 것은 이 지역 산업단지에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산업체도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또 이 지역 4개 시ㆍ군(당진, 태안, 보령 및 서천)에는 대기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화력발전소까지 배치돼 있다. 대산석유화학단지와 석유비축기지의 입지로 인해 유조선의 출입이 빈번하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천안, 아산, 당진, 서산, 태안, 보령, 서천 등 7개 시ㆍ군에는 환경오염 방지와 안전 확보를 위한 주민참여형 환경ㆍ안전감시기구의 설치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보령시, 서천군, 태안군 등 3개 시ㆍ군에는 화력발전소를 주 대상으로 하는 감시기구가 필요하고, 천안, 아산, 서산 등 3개 시ㆍ군에는 산업단지를 주 대상으로 하는 감시기구가 필요하며, 당진시의 경우에는 산업단지, 화력발전소, 제철소 등의 복합적 성격의 감시기구가 요구된다.
주민참여형 환경·안전감시기구의 명칭은 OO지역환경·안전협의회로 하되, 서산시와 태안군의 주민이 참여하는 유조선 운항 감시기구는 '서산·태안유류오염감시협의회'라는 명칭이 적절할 것이다. 협의회에는 모든 이해당사자, 즉 지역주민 대표, 시민단체 관계자, 산업단지 또는 화력발전소 관계자, 지자체 공무원이 참여하되, 주민 대표가 전체의 과반수 또는 다수가 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협의회의 위원 수는 15~20명이 적절하다.
▲ 중도일보와 충남발전협의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안전한 지역 사회 만들기 지상토론회'가 25일 오후 본사 회의실에서 열려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들이 열띤 토론을 펼치고 있다.
박갑순 기자 photopgs@ |
도민이 마음 놓고 생활할 수 있는 충남 건설을 위해 안전관리시스템 구축과 '충남안전관리기준' 마련이 중요하다. 안전관리스시스템은 주민과 행정기관이 공동으로 참여, 현장 중심형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와 관련 충남도는 지난해 10월 28일 언론·종교·도민운동단체 대표와 각 분야 재난·안전 전문가 등 모두 67명으로 구성된 '안전문화운동 추진 충남도협의회'를 출범한 바 있다.
앞으로도 안전한 충남 건설을 위해 각 재난·안전사고 예방과 대응을 위한 교육·점검·훈련분야 강화를 추진하겠다. 실질적인 재난상황에 맞는 재난설정과 최소한의 실제훈련이 필요함에 따라 재난유형별 관계부서와 기관이 참여하는 현장대응훈련을 강화하는 등 안전관리 기반확충을 위해 정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충남안전관리기준' 마련과 관련해서는 분야별 안전관련 법규정을 전수 조사, 재난유형별로 분류화하고 재난연감 등 국가 재난통계 자료를 분석, 촘촘한 안전관리 기준을 마련하겠다.
이같은 일은 도민이 적극 참여할 때 재난위험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고 재난·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본다.
▲최호택 원장(토론자)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안전에 대한 염려와 관심이 높아졌다. 중앙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조직개편을 통해 안전관련 부처를 신설하고 관련예산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물론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법과 조직, 예산이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안전을 지키려는 시민의식과 문화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충남도는 정책실명제의 강화와 사고시 처벌강화를 통해 공무원들의 책임성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또 범국민 안전교육의 강화로 생활 속에서 안전을 실천하게 하고 우수 실천자의 성과에 포상하고 이를 통해 자긍심을 갖고 전도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SNS를 통한 주민안전신고센터를 구축, 주민들은 쉽게 신고하고 정부에선 바로 처리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져야 한다.
충남도내 각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재난장비·자재 등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공동으로 활용하기 위한 협업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지역차원에서 안전에 관련된 규제내용을 파악하여 풀 것은 과감히 풀고, 강화시킬 것은 엄격히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배정환 소장(토론자)
최근 일련의 대형 안전사고는 일부 전문성을 지닌 관리자들의 영역을 넘어 사회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때문에 지역사회 안전 관리는 주민 등 지역사회 참여를 기반으로 한 생활형 안전관리 형태로 진화돼야 한다. 이같은 점에서 주민참여형의 안전감시시스템의 구축은 하나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지역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생명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계의 구축이 무엇보다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대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의 전제 요인은 경제적인 수준에서의 지속적인 성장 및 산업화, 정치적인 수준에서의 참여의 확대 및 민주화, 사회적인 수준에서의 합리적인 가치체계의 도입 및 확산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따라서 주민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안전감시기구의 역할을 사고예방과 대응에 한정하는 것보다는 좀 더 포괄적인 지역사회의 안전에 대한 관리와 감시와 대응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논의의 폭을 확대하고 전문화된 논의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일부 전문가와 지역대표의 단순한 참여가 아닌 폭넓은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생활화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최정규 전무(토론자)
2014년 사건사고를 보면 당혹감을 넘어 충격적이다. 경주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윤일병 집단폭행사건, 세월호 침몰사건, 판교 테크노 밸리 환풍구 추락사고 등 매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대부분은 태만과 부주의에서 비롯된 재해로 안전 불감증이 부른 인재다.
충남지역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충남의 서북부지역에는 산업시설이 밀집돼 있다. 대산석유화학단지를 비롯 화력발전소, 대규모 철강산업단지 등이 그것이다. 상존하는 대형 사건·사고의 화약고다. 실제로 2007년 안면도에서 발생한 태안기름유출사고가 이를 반증한다. 이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진행형이다.
적어도 이같은 인재형 안전사고를 방지하려면 이들 지역에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그 방안의 하나로 그 지역에 대한 지역주민들에 의한 민간 환경 안전감시기구 등이 필요하다는 점에 적극 동의한다.
아울러 그동안 사고가 나면 항상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남에게서 원인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그것이 인재라면 궁극적으론 나로부터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판교테크노 밸리 환풍구 추락 사고가 한 예다, 각자 위치에서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려는 나의 사회안전망도 그만큼 중요하다.
정리=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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